지구가 포함된 태양계 내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행성이나 위성은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요건 중 하나인 물이 풍부한 곳을 후보지로 꼽고 있다.
지구를 제외하고 물이 풍부할 것으로 추정되는 천체로는 토성의 위성인 ‘엔셀라두스(Enceladus)’와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Europa)’가 있다. 두 위성 모두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표면은 두꺼운 얼음층으로 덮여 있지만, 얼음 아래로는 수십 km 깊이의 물이 존재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물의 존재가 추정일 뿐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망원경을 사용한다 해도 얼음 아래로는 관측이 어렵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들 행성에서 물의 존재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무엇인가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이같은 문제는 과거 허블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결과를 통해 의외로 쉽게 해결이 됐다. 바로 유로파의 얼음 표면을 뚫고 올라오는 물기둥이 망원경에 의해 관측됐기 때문이다. 얼음층 아래에 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발생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그렇게 관측된 물기둥이지만 과학자들은 분출하는 물기둥이 과연 물에 의해 만들어진 수증기인지 아니면 또 다른 물질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목성의 위성을 조사할 탐사선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바로 ‘유로파클리퍼(Europa Clipper)’다.
유로파 위성만을 관측하기 위해 제작되는 탐사선
오는 2024년에 지구를 떠나 2030년경에 현지에 도착하는 유로파클리퍼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유로파 탐사선이다. 다른 탐사선들이 여러 위성을 관측하는 임무를 띠고 있는 것과는 달리, 유로파클리퍼는 오직 유로파를 탐사하는 목적으로만 제작되고 있다.
총 79개에 달하는 목성의 위성 중 하나인 유로파는 얼음층 아래로 거대한 물이 존재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천체다. 물이 존재한다면 원시적 유기체라도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므로 생명의 기원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유로파의 지름은 3,100km 정도로서 지구보다 많이 작지만, 물의 양은 지구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학자들이 추정한 유로파의 수량은 지구보다 약 30배 이상 많은 양으로서, 이 추정이 맞는다면 그야말로 물만 존재하는 천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유로파를 관측하는 탐사선은 유로파클리퍼 이전에도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보이저 1호와 2호,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 그리고 갈릴레오 탐사선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 탐사선들은 모두 목적지를 향하는 도중에 유로파를 만났기 대부분 얼음 표면만을 조사하는데 그쳤다. 반면에 유로파클리퍼는 표면은 물론, 내부 구조를 상세하게 관측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분출되는 물기둥의 물질을 수집하여 생명체 존재 여부 파악
NASA가 행성도 아닌 하나의 위성만을 대상으로 탐사선을 보내는 경우는 유로파클리퍼가 처음이다. 그만큼 이 위성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탐사선에 주어진 가장 큰 임무는 과거 허블 우주망원경이 유로파에서 관측한 물기둥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지난 2012년 유로파 남극 지역에서 무려 200km 정도 높이로 분출되는 거대한 물기둥을 관측했다. 이후에도 2년 간격으로 유사한 물기둥이 관찰되었지만, 진짜로 분출되는 액체가 물인지는 검증할 수 없었다.
이같은 궁금증을 풀기 위해 유로파클리퍼는 여러 대의 관측 장비를 탑재한 채 유로파 주위를 수십 번 공전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할 예정이다. 특히 분출되는 물기둥의 정체는 물론 얼음층의 구성, 그리고 중력과 온도 관련 정보를 상세하게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물기둥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방법은 물질의 직접 채집이다. 탐사선이 얼음층에 착륙하지는 않지만 분출되는 물기둥이 지상에서 200km 정도까지 치솟기 때문에 그 사이를 비행하면서 분출되는 물질을 수집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유로파의 얼음층 두께는 대략 50~200km 정도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물들이 분출되는 원인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화산 활동과 비슷한 이유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구의 지각과 핵 사이의 부분인 맨틀(mantle) 물질이 화산 폭발에 의해 분출되는 것처럼 유로파의 물기둥 역시 얼음층에 형성되어 있는 균열을 뚫고 올라온다는 것이다.
현재 유로파클리퍼를 개발하는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 소속 과학자들은 유로파의 물기둥 분출 시점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선 연료가 충분치 않고 목성과 위성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강해서 비행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JPL의 ‘숀 브룩스(Shawn Brooks)’ 박사는 “유로파클리퍼는 목성 주변을 타원형으로 돌면서 44회 정도의 근접 비행을 통해 유로파를 관측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물기둥의 분출을 확인할 수 방법을 발견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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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12-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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