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탐사에 필요한 로켓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는 막대한 비용과 고도의 기술, 그리고 오랜 시간이 있어야 하는 어려운 과정이다. 특히 개발에 꼭 필요한 부품 제작이나 적용 기술들은 일반적인 부품이나 기술이 아니다보니, 적용 범위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적용 범위가 한정적이라는 것은 대량 생산이나 보급이 어렵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우주탐사를 준비하는 국가나 기관은 경제성을 따지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주탐사 분야에 민간기업이 참여하면서 이런 문제도 조금씩 해결되고 있다. 민간기업은 우주탐사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경제성 문제의 해결방법을 3D 프린팅 시스템에서 찾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로켓 제작에 들어가는 부품을 주조나 금형 등의 과정을 통해 소량씩 제작하면서 큰 비용과 시간을 들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3D 프린팅 시스템을 사용하고 나서부터는 단 한 개의 부품이라도 현장에서 바로 생산하여 사용할 수 있는 신속하면서도 경제적인 시스템이 가능해져 눈길을 끌고 있다.
로켓 부품과 소재 대부분을 3D 프린터로 제작
로켓 제작에 3D 프린팅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 민간업체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은 렐러티비티스페이스(Relativity Space)라는 미국의 우주탐사 전문 스타트업이다.
렐러티비티스페이스가 우주탐사 분야의 민간업체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유는 탁월한 기술력 때문이다. 최근 투자받은 금액만 해도 7,000억 원을 훌쩍 넘길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스페이스X의 뒤를 이을 우주탐사 전문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이 스타트업은 3D 프린터만을 이용하여 로켓 전체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렐러티비티스페이스는 금속 소재의 부품을 찍어내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큰 금속 3D 프린터인 스타게이트(Stargate)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물론 로켓 제작에 3D 프린터를 사용하는 것이 렐러티비티스페이스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미 항공우주국(NASA)이나 스페이스X 등이 부품의 일부를 제작하는데 있어 3D 프린터를 사용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로켓 제작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부품과 자재를 3D 프린터로 만들고 있는 곳은 렐러티비티스페이스가 처음이다. 이 스타트업의 목표는 3D 프린팅을 통해 로켓 제작에 들어가는 부품 수를 기존 로켓의 100분의 1로 줄이고, 로켓 제작 기간도 60일 이내로 단축하는 것이다.
특히 렐러티비티스페이스가 설립 시절부터 집중적으로 개발해 온 액체연료 엔진인 ‘이온(Aeon)’은 업계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3D 프린팅 제품이다. 지금까지 연소시험만 300회 이상 완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D 프린팅 도입 이유는 비용과 시간의 혁신적 단축
렐러티비티스페이스는 최근 3D 프린터로 제작하는 재사용 로켓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다. 실물로 공개된 것이 아니라 영상으로만 공개되었기 때문에 현실성은 조금 부족하지만, 3D 프린터로 찍어낸 로켓의 장점을 전하기에는 충분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테란(Terran)-R’이라고 명명된 이 로켓은 대부분의 부품과 소재를 3D 프린터 출력한 것이 특징이다. 오는 2024년경 발사를 목표로 하는 테란-R의 제원을 살펴보면, 스페이스X의 팰컨9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단 로켓으로서 지름 4.9m에 높이 66m이며, 약 20톤 정도의 화물을 실어 대기권 밖으로 보낼 수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2단 엔진인 만큼, 1단과 2단에는 각각 다른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모두 3D 프린터로 찍어낸 엔진으로서 1단 엔진에는 7기의 Aeon-R 엔진이 장착되고, 2단 엔진에는 Aeon-Vac 엔진이 탑재된다. 놀라운 점은 두 엔진 모두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렐러티비티스페이스의 경우에서 보듯이 우주탐사 기업들이 3D 프린팅을 로켓 제작에 적극 활용하는 이유는 개발 비용과 시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3D 프린팅 시스템이 로켓 제작에 활용되기 전만 하더라도 전통적인 로켓 제작에 들어가는 부품은 주조나 금형 등의 과정을 거쳐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로켓 엔진을 개발하는데만도 수천 개의 부품을 하나씩 만들어 조립해야만 했다.
하지만 렐러티비티스페이스의 Aeon 엔진은 단 3개의 부품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물론 3개의 부품에는 기존 엔진에 들어간 부품들이 비슷하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작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이같은 사례는 스페이스X도 마찬가지다. 이 업체가 개발한 로켓인 팰컨9의 엔진 제작은 원래 수개월씩 걸리는 과정이지만, 3D 프린터를 사용한 결과 이틀만에 똑같은 성능의 엔진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렐러티비티스페이스의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팀 엘리스(Tim Ellis)’ 대표는 “3D 프린팅 기술과 재사용 기술에는 상당한 연관 관계가 있다”라고 설명하며 “테란-R은 이같은 3D 프린팅 기술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개발한 로켓”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렐러티비티스페이스의 궁극적인 목표가 화성 탐사인 만큼, 테란-R 같은 3D 프린터로 제작한 재사용 로켓을 사용하여 우주탐사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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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6-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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