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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4-01-14

우려되는 인위적 이종교배의 현실 2세대 잡종인 릴리거의 탄생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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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한 동물원에서 세계 최초로 흰색 털을 지닌 ‘화이트 라이거(White Liger)’가 탄생해 화제가 되고 있다.

▲ 세계 최초로 흰색 털을 지니고 태어난 화이트 라이거 4마리 ⓒMyrtle Beach

화이트 라이거가 탄생한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머틀비치 사파리(Myrtle Beach)는 발표를 통해 갓 태어난 화이트 라이거 4마리는 수컷인 흰색 사자와 암컷인 호랑이 사이에서 태어난 이종교배의 산물로서, 호랑이와 사자의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말에는 러시아와 미국의 동물원에서 암컷 라이거와 수컷 사자의 교배를 통해 릴리거(Liliger)가 태어났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지면서, 이종교배를 통한 종간 잡종에 대해 과학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라이거는 1세대, 릴리거는 2세대 잡종

수컷 사자와 암컷 호랑이의 새끼인 라이거가 1세대 잡종이라면, 사자 75%와 호랑이 25%로 이루어진 릴리거는 2세대 잡종이다.

사자의 학명은 Panthera leo이고 호랑이의 학명은 Panthera tigris인데, 이들은 종이 다르지만 모두 Panthera라는 하나의 속에 속하기 때문에 이종교배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는 같은 종(species)끼리 번식하지만, 같은 속(genus)에 속하는 동물끼리도 이론적으로 교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교배가 가능하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런 종간 잡종들이 자연적 상태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지만, 동물원이나 연구소 등에서의 인위적인 교배를 통해 태어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 러시아 동물원에서 태어난 릴리거 ⓒNovosibirsk Zoo

다만 지금까지의 지식으로는 이렇게 태어나는 잡종들은 생식능력이 떨어져 2세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예를 들면 사자와 호랑이의 잡종인 라이거나 타이곤(Tigon), 그리고 말과 당나귀의 잡종인 노새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생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실제로는 이들 종간 개체군이 생식적으로 분리된 것인지, 아니면 상호 교배가 가능한 존재인지를 분명하게 파악하는 것은 그다지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왜냐하면 과거부터 같은 종인지 아니면 별개의 종인지를 두고서 논란이 일었던 개체들이 있는 반면, 오랫동안 별개의 종으로 생각했는데 사실은 유전자 교환이 이뤄지고 있는 개체들도 있다는 것이 최근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종이 다른 북극곰과 갈색곰의 자연교배

별개의 종인지 아닌지가 모호한 개체 사례로는 북극곰과 갈색곰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들의 학명에서 알 수 있듯이 북극곰(Ursus arctos)과 갈색곰(Ursus maritimus)은 사자와 호랑이처럼 기본적으로는 같은 속이지만 별개의 종으로 분류된다.

과학자들은 유전자 연구와 교배종의 연구를 통해 북극곰이 갈색곰과 아주 밀접한 관계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들의 교배종은 라이거처럼 동물원에서만 가능하고 자연계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개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2006년 캐나다에서 북극곰과 갈색곰의 자연적 교배종이 포획됨으로써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최근에는 캐나다에서 교배종의 2세대가 확인되면서 이들 교배종도 자연 상태에서 다음 세대를 만들 수 있음이 점차 인정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및 버팔로대의 공동 연구진은 북극곰의 개체수가 기후 변화에 따라 수백만년에 걸쳐 변화해 왔던 것으로 보이며, 그 사이사이에 갈색곰과 교배가 이루어져 둘 사이의 유전자가 서로 교환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 Panthera 속 개체간 잡종 교배 가능성 도표 ⓒwikipedia

이와 유사한 사례로는 흔히 네안데르탈인이라 부르는 호모 네안데르탈시스(Homo neanderthalensis)와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경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인류학자들은 이 둘의 종간 유전자가 완전히 분리된 별도의 개체들로 여겨 왔지만, 최근 들어 밝혀진 증거로 인해 일부 과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의 조상과 이종교배를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증거로 과학자들은 오래된 호모 네안데르탈시스의 뼈에 보존된 DNA를 제시하면서, 네안데르탈인과 네안데르탈인의 한 그룹인 데니소바인의 DNA 일부가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유적지에서 발견된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오세아니아계의 조상 중 일부가 네안데르탈인이라는 증거가 최근 연구로 인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네안데르탈인이 우리와 완전히 무관한 개체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우려되는 인위적 이종교배 시도

북금곰과 갈색곰 간 교배종의 2세대 발생 및 릴리거 탄생 사례 등을 근거로 과학자들은 종간 분리가 일어난 개체라 하더라도 2세대 잡종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라이거나 타이곤의 경우 수컷은 생식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암컷의 경우만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대다수 과학자들은 이런 이종교배에 의한 새로운 개체의 탄생을 우려 섞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자연적으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이종교배를 인위적으로 시도하여 기상천외한 잡종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잡종 탄생을 위한 무분별한 시도에 대해 미네소타대 사자 연구센터의 크레이그 팩커(Craig Packer) 박사는 “보존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완전히 동떨어진 일이며, 무관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한심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북미의 동물원들을 대표하는 동물원 및 수족관 협회(AZA) 역시 이 같은 작업에 대해 비판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최근에 410kg이 넘는 체중으로 기네스 기록에 등재된 라이거 허큘리스 (Hercules)의 경우를 사례로 들면서 “라이거는 매우 체중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관람객들에게는 좋은 구경거리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교배종의 탄생이 오로지 동물원 홍보 및 관람객 유치를 위한 것이라면 이는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joonrae@naver.com
저작권자 2014-01-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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