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관측 사상 111년 만에 닥친 폭염이었다. 서울은 39.6도까지 수은주가 올라가며 유례없는 수치를 기록했다. 폭염 일수는 지난 2004년도와 대비된다. 지난 22일 기준 14년 전 2004년도폭염 일수가 31.1일이었던 것에 비해 올 해는 31.3일로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외에도 전 세계가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런 폭염의 원인에 대해 과학자들은 여러 복합적인 요인을 들고 있다. 먼저 열대 해수온도가 올라가고 열대 대류는 하강기류를 강하게 형성하며 강한 더위를 몰고 왔다.
특히 강한 양의 북극진동 발달로 극지방의 제트기류가 강화되어 찬공기가 남하되는 것을 차단하고 중위도 제트기류는 약해지면서 대기 순환이 정체됐다. 도시에서는 도시열섬 현상으로 폭염이 더욱 가속화되었다는 설명이다.
전 세계로 확장된 유례 없던 폭염 현상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교수(기상청 지정 폭염연구 센터장)는 “폭염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다”면서도 한반도의 폭염의 원인 중 하나로 ‘티벳 고기압과 북서태평양 고기압이 빠르게 발달하고 장마가 일찍 끝나면서 예년보다 일찍 여름이 시작됐다는 점’을 우선 원인으로 짚었다. 여기에 열대 대류가 강화되면서 상층에 정체 파동이 오랜 기간 지속된 것이 역대급 폭염의 이유로 분석됐다.
그는 24일(금) 서울 중구 달개비 컨퍼런스하우스에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과학언론인회 주관으로 열린 ‘제3회 미래지구한국 토론회’에서 올해 한반도에서 일어난 기록적인 폭염의 원인을 설명하고 미래를 전망했다.
폭염은 이제 자연재해를 떠나 사회재해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난 폭염의 주요 원인 중 핵심은 ‘중위도 제트기류의 약화’다.
제류기류(jet stream)는 북위 30도~40도의 대류권 계면 근처에서 불어오는 편서풍을 뜻한다. 좁은 지역에서는 풍속이 초속 50m이상 혹은 100m에 달할 정도로 강풍이다.
이 센터장은 “여름철 강한 ‘양의 북극진동’이 발달하면서 중위도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대기 순환이 정체되어 정체파 또는 블로킹이 오랜 기간 지속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트기류는 열에너지를 교환하는 지구 시스템의 일부인데 이게 안 생긴다. 정체되고 머물러 있으면서 이상기후 현상을 불러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폭염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제트기류의 약화’는 폭염뿐만 아니라 겨울에는 한파를 몰고 온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한 신호이다. 이 센터장은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폭염과 한파가 동시에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한파와 폭염을 동시에 선물하는 것은 제트기류가 가지는 양면성이다.
제트기류는 겨울에는 북극 주변을 도는 영하 50~60도의 한랭기류인 ‘폴라 보텍스’가 남하하는 것을 막아준다. 때문에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폴라 보텍스가 이를 뚫고 중위도로 내려오면서 이상 한파가 발생된다.
폭염 한파, 이상 기후의 원인은 지구 온난화
이 센터장은 최근 중위도 지역의 제트기류가 약화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유럽 등 서구권 과학자들이 계속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하며 “제트기류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와 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대통령 등 지구온난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측에서는 '지구의 온도가 올라간다고 하면서 왜 겨울에는 이상한파가 발생하느냐', '과거 지구역사를 보면 인류가 있기 전에도 지금보다 지구의 온도가 높았던 시기가 있다'며 인간의 활동에 의한 지구온난화를 부정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 센터장은 “지금의 기후변화를 이해하려면 과거의 기후변화를 이해해야 한다. 과거에는 10만년 주기로 기후변화가 있어왔다. 지금은 그 당시보다 100배 빠른 속도로 가파르게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며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가설”이라고 설명했다.
한펴 지구온난화로 인한 제트기류 변화 외에도 ‘도시 열섬 효과’이 이번 폭염에 큰 영향을 줬다. 때문에 대도시일수록 폭염이 더 심했다.
도시화가 진행되는 지역은 녹지에 비해 지표면 온도가 높게 나타난다.
이제 폭염은 한 차례 꺾이고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다. 12월이면 영하권의 날씨가 들어선다. 불과 몇 달 사이로 50도~60도 차이를 오가게 되는 셈이다. 올해 겨울 날씨는 어떨까. 이 센터장은 “당장 몇 달 뒤 예측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현재 과학기술의 한계”라고 풀이했다. 지금 기상청은 2주 전에나 정확한 예보가 가능하다. 다만 엘니뇨의 변화를 살피며 겨울철 기온 및 변화를 예측할 수는 있다.
이 센터장은 올해 겨울철 날씨엔 엘니뇨의 변화와 북극진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겨울은 평년보다는 온난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온난한 날씨는 한파와는 상관없기 때문에 예단할 수 없다. 해빙으로 북극 진동이 약해지면 간헐적인 한파가 올 수도 있다. 다만 ‘기록적인 폭염 끝에 기록적인 한파가 온다’는 것은 사회적인 속설이라고 부정했다.
하지만 기록적인 폭염 끝에 대규모 폭설이 내릴 수는 있다. 이 센터장은 지구 기온이 올라가있는 상태여서 올해도 폭설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뉴욕 폭설이 지난 5년간 계속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의해 수증기가 많아져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뉴욕과 우리나라와 비슷한 위도에 있어 우리도 폭설로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기후변화는 ‘인류가 문명을 이룬 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는 점이다.
이 센터장은 “폭염, 한파 등은 적중 확률이 낮더라도 미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경보시스템, 장기 예보에 대한 투자, 도시 열섬 효과를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동원해 앞으로 이러한 기후변화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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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8-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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