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노이드(organoid)’란 연구나 치료의 모델이 되는 특정 신체 기관을 체외에서 유사하게 재현해 낸 ‘장기유사체’를 말한다. 오가노이드는 배아줄기세포나 유도만능줄기세포와 같은 세포 분열 이전 상태의 세포를 모델 기관 특이적인 세포로 유도해, 세포 분열하는 과정에서 실제 신체 기관이 3차원적으로 재현하고 이를 관찰할 수 있는 연구 모델로 이용할 수 있다.
안전과 윤리의 문제로 사람을 직접 실험에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쥐나 원숭이와 같은 모델 동물들을 대신 실험에 사용하는 것은, 실제 사람에게도 같은 관찰값이 나올 것인가라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오가노이드는 사람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장기를 재현한다는 점에서 생물학적, 의학적 관점에서 획기적인 기술이다.
2007년 소장을 배양해낸 뒤로 대장과 간, 췌장, 그리고 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체 장기들이 배양이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오가노이드 기술의 발전과 함께 여러 윤리적 문제들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오가노이드 기술과 윤리적 논쟁
오가노이드에 사용되는 줄기세포는 ‘배아(embryo)’에서 채취된다는 것에 사람들은 집중했다. 배아는 난자와 정자의 수정 이후 발생학적으로 신체 기관들이 형성되기 전까지의 상태를 일컫는다. 이 단계에서 줄기세포를 취하고 나면, 이후 배아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배아 사용을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통해, 현재 줄기세포를 위한 배아로는 불임치료 과정에서 남은 '잔여 배아'나 체세포핵 이식과정에서 복제된 '체세포 복제배아'만이 이용되고, 다발성경화증, 헌팅톤병, 선천성면역결핍증 등의 희귀병 및 난치병 연구에 제한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성인의 세포를 역분화시켜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상태로 되돌리는 '유도만능줄기세포'가 개발되면서 배아 사용에 대한 우려는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대신 사용되는 성인 세포에 대한 동의여부, 상용화되는 과정에서 소유권과 지적재산권에 대한 문제들, 줄기세포를 발달시키는 과정에서 그 안정성에 대한 문제와 이것이 체외에서 키우는 배아에 해당하는 만큼 어느 단계까지 발달시킬 수 있게 허용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현재, 이 같은 연구를 허용하는 곳에서는, 줄기세포 발달 이후 14일 이내, 혹은 배아에서 인간으로 전환점으로 보는 ‘원시선’이 관찰되기 이전까지로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인체자원은행, 바이오뱅크
다만, 유도만능줄기세포의 상업적 이용을 둘러싼 도덕적, 법적 논의는 아직 진행 중이다. 자주 언급되는 것은 바이오뱅크와 관련된 것인데, 바이오뱅크는 혈액이나 세포, 혈장, 단백질과 같이 사람에게 채취한 인체 자원과 유전정보, 표현형 정보 등을 보존해 두고, 이를 연구에 사용할 수 있게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곳에 모인 인체 자원은 대개 비상업적인 목적으로 연구를 위해 기증의 형태로 모였기 때문에, 오가노이드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상업적 목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관심을 받으면서, 그 과정에서 바이오뱅크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를테면, 관례적으로 바이오뱅크에 자원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차후 이를 판매하거나 이에 대한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반면, 이를 상업화시킨 사람은 이를 지적재산권화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딜레마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 또한, 제공자의 유전적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있는 오가노이드, 예를 들어, 지능이 반영된 뇌 오가노이드가 사용되는 경우, 이것의 상업적 사용이나 널리 공유하는 것에 대해 제공자의 동의가 문제화되는 것이다.
더불어, 최근에는 이렇게 개발된 오가노이드가 바이오뱅크에 보존되어, 이를 필요로 하는 연구를 위해 공유되고 있는데, 이 같은 바이오뱅킹을 둘러싼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특히, 장기이식에 이용되는 경우, 사람에게서 취한 신체 장기가 아니더라도 사람의 장기에 해당하는 만큼, 이를 상품화해 이용하는 것이 윤리적인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
특히, 뇌 오가노이드에 관한 문제는 더 민감한 편이다.
그간 꾸준히 발전해온 뇌 오가노이드 기술은, 2019년 8월 <셀 스템 셀>지에 보고된 연구의 경우, 미숙아에게서 관찰되는 수준의 전기적 활동이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연구진이 실험을 중단시키기까지 수개월간 뇌파가 지속적으로 발산한 수준까지 개발되어 왔다. 이 같은 수준의 뇌 오가노이드의 활성을, 일부 학자들은 ‘의식이 있는 뇌’의 특성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이 기술이 뇌의 어느 수준까지 모방하는 것을 허락할 것인지, ‘의식있는 뇌’가 이용돼야 하는 경우는 이를 어디까지로 제한할 것인가와 같은 논의를 촉발시켰다.
따라서, 오가노이드를 둘러싼 윤리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동물 연구에 대해 세워진 가이드라인과 비슷한 연구 윤리 가이드라인이 체계적으로 논의되고 상정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논의는, 객관화의 문제, 이를테면, 뇌 오가노이드의 의식에 대한 경우 ‘의식있음’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판단할 것인가와 같은 세부적 논의들을 포함하게 될 것이다.
- 한소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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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11-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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