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영장류의 뇌는 사회성과 관련된 요인들로 인해 커졌다는 ‘사회적 두뇌 가설’이 통설로 받아들여졌다. 사회성이 좋으면 두뇌가 크고, 반대로 두뇌가 작으면 사회성이 부족하다거나 혹은 소속된 사회그룹이 크면 두뇌도 크다는 식이었다.
이에 대해 미국 뉴욕대(NYU) 인류학자들은 27일자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and Evolution)에 발표한 논문에서 영장류의 뇌 크기는 사회관계가 아니라 먹이에 따라 예측할 수 있다는 새로운 주장을 펴 관심을 모은다.
이 연구는 인간과 영장류의 두뇌 진화는 사회화보다는 음식이나 먹이의 차이에 의해 나타난다는 생각을 한층 강화시켜준다.
두뇌 크기, 먹이인가 사회성인가
논문의 공동저자인 제임스 하이엄(James Higham) 조교수는 “인간과 인간 이외 다른 영장류는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회적 압박 때문에 그리고 사회적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탐색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큰 두뇌를 갖게 되었을까?” 묻고, “그런 생각이 지금 통용되고 있으나 우리 연구 결과는 그게 아니라 먹이가 더 큰 요인임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논문 제1저자인 알렉스 데카시엔(Alex DeCasien) 박사과정 연구원은 “복잡한 식량 채집 및 포획 전략과 사회 구조, 인지능력이 영장류 진화 과정을 통해 함께 진화해 온 것 같다”며, “그러나 영장류의 뇌 크기를 결정할 때 먹이와 사회성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중요하냐고 물으면 이번의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라 먹이(음식)이라고 답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회성 두뇌 가설’의 신빙성
사회성 두뇌 가설은 사회적 복잡성이 영장류가 인지 복잡성을 갖게 된 주요 동인(動因)이라고 보고,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궁극적으로 인간 두뇌가 크게 진화했다고 추정한다.
몇몇 연구에서는 실제로 두뇌 크기와 사회그룹 크기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다른 사회체계 혹은 짝짓기 시스템의 영향을 조사한 연구들에서는 크게 상충되는 결과가 나타나 사회적 두뇌 가설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과일 주식 영장류가 두뇌 커
이번 연구에서 스캇 윌리엄스(Scott Williams) 조교수를 포함한 NYU 연구진은 이전의 연구보다 세 배 이상 많은 140종 이상의 영장류를 조사하고, 최근의 진화적 계통발생도를 도입했다. 연구 대상 영장류를 나뭇잎을 주식으로 하는 군(folivores)과 과일을 주로 먹는 군(frugivores), 나뭇잎과 과일을 같이 먹는 군 그리고 동물 단백질도 섭취하는 잡식성 군(omnivores)으로 나눠 각각의 그룹 크기와 사회체계, 짝짓기 체계와 같은 여러 사회성 척도를 포함해 먹이 소비를 조사했다.
신체 크기와 계통 발생을 조절한 후 나타난 연구 결과는 뇌의 크기는 여러 사회성 척도에 의해 좌우되기보다 먹이에 따라 예측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특히 과일 섭취 군과 과일 및 나뭇잎 동시 섭취 군이 나뭇잎만 먹는 무리보다 훨씬 큰 뇌를 가지고 있고, 이보다는 덜하지만 잡식군도 나뭇잎을 먹는 군보다 뇌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취식에 따른 인지복잡성이 뇌 크기에 영향”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같은 종 안에서의 뇌의 크기가 과일이나 단백질 소비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나타낸 것은 아니라고 주의를 촉구했다. 그게 아니라 각각 다른 종들이 특정한 먹이를 얻기 위해 필요한 인지능력을 발달시킨 결과의 증거라는 것이다.
데카시엔 연구원은 과일 먹이에 더 큰 인지능력이 요구되는 것과 관련해 “과일은 일정한 시간(계절)에 특정 지역(나무)에서 채취해야 하는 시공간의 제약이 있어 이를 머리 속에 인지해 두어야 하며, 일부 과육은 단단한 껍질에 싸여 있거나 빼어내 먹기가 복잡한 구조로 돼 있어 인지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요인들이 합쳐져 과일을 먹는 종이 상대적으로 큰 인지 복잡성과 유연성이 필요해 두뇌가 커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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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3-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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