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5년 12월 25일 오후 1시 뉴욕 맨하탄 센트럴파크, 계절을 잊은 봄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가운데,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이 프로즌요거트 가게에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 12월 26일 오후 3시 애틀랜타 북쪽에 위치한 폭스클릭(Fox Creek) 퍼블릭 골프장. 클럽하우스엔 에어컨이 켜져 있다. 플레이어들은 짧은 티셔스에 반바지 차림임에도 등이 땀에 젖어있다.
낮 최고 온도 74°F ( 23.3℃). 지난해 애틀랜타 지역의 크리스마스 날씨다. 기온이 관측된 이래 가장 따뜻하다.
기상정보사이트 아큐웨더(Accuweather.com)에 따르면 애틀랜타 지역의 크리스마스 최고기온 기록은 1987년 72°F(22.2℃ ), 28년만에 최고 기록이 깨진 것이다.
지역뉴스인 채널2는 애틀랜타 지역의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최고 기온은 70°F, 25일 크리스마스 74°F, 26일 75°F로 보도했다. 최저 기온 역시 60°F 초•중반대를 기록, 연말에 때아닌 초여름 날씨가 계속 되고 있다.

이 현상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예보했다. 예년의 애틀랜타 지역의 12월 평균 기온은 최고 58°F~52°F이며, 70°F가 넘는 날씨는 하루나 이틀 정도다. 엘니뇨 현상이 가져온 이상 고온 때문이다.
페루•칠레 연안 해수 온도가 주변보다 2~10도 높아지는 엘니뇨는 지구촌 대기 순환에 영향을 주어 전세계에 이상 기후를 야기했다. 기상청은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엘니뇨로 따뜻해진 대기가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내려오지 못하는 것이 이번 동부지역 이상고온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미국 동부 지역 절반 이상이 평년보다 훨씬 높은 70°F(21℃)의 초여름 기온을 보였다. 이에 따라 동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따뜻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뉴욕의 경우 지난해 12월 단 한차례도 영하로 내려간 적이 없을만큼 기상 관측이래 초유의 따뜻한 겨울을 나고 있다. 1869년 이래 가장 따뜻한 날씨다. 뉴욕 시의 12월 평균 낮 최고 기온은 42°F다. 실제 뉴욕은 지난 24일 최고기온 72°F를 기록했다. 이는 관측이래 최고기록인 지난 1996년 63°F보다 무려 9°F나 높다. 이같은 이상고온 현상은 미국 동부지역 다른 도시도 마찬가지다.
지난 24일 보스턴은 69°F, 필라델피아는 73°F를 기록했다. 워싱턴DC는 73°F까지 올라갔다. 폭설로 유명한 뉴욕주 버팔로에선 지난 12월 18일에서야 첫 눈이 왔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늦게 내린 첫 눈이었다. 그나마 0.3㎝였다.
테네시 등 3개주 토네이도 14명 사망
엘리뇨는 단지 고온현상에만 그치지 않았다. 일부지역에서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와 토네이도로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지난 12월 23~24일 애틀랜타와 조지아주 북부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홍수 피해가 속출했다. 애틀랜타 하츠필드 국제공항도 폭우로 수백편의 항공기 운행이 지연•결항됐다. 앨라배마주는 23~25일 폭우가 계속되면서 홍수가 발생했다. 특히 북쪽 지역에는 폭우로 인해 주택이 침수되고 도로가 폐쇄됐다. 애틀랜타의 역대 자연재해는 주로 엘니뇨와 관련돼있다. 1998년 발생한 토네이도와 2009년 홍수도 엘니뇨의 영향으로 발생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올겨울 이상 기후는 이제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채널2는 “조지아주는 새해부터 초봄까지 기록적인 폭우와 함께 천둥번개, 토네이도, 우박 등이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크리스마스 연휴중 테네시 등 미국 중•남부 지역에서는 수십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테네시 주 와 아칸소, 루이지애나주에선 최소 14명이 목숨을 잃고 4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일반적으로 미국 남부 지역에는 매년 봄 토네이도가 절정에 달한다. 이번에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 지역을 강타한 것이다.
미국 중남부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든 토네이도는 빠른 속도로 동진하며, 대서양과 인접한 동남부 지역과 일리노이, 인디애나 주 등 중북부 지방에도 피해를 안겼다. 기상청은 강풍과 폭우, 강력한 소용돌이를 동반한 이번 토네이도에 대해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라고 선언했다. 토네이도 관측에서 이런 선언이 나온 것은 1년 반만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때아닌 강력한 토네이도의 원인으로 올겨울 북반구의 이상고온 현상을 주도하는 역대급 엘니뇨를 꼽았다. 엘니뇨로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대기 불안정으로 직결돼 토네이도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리라던 연말연시 미국 이동 인구도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된다.
캘리포니아 북부 눈 폭풍, 남부 쌀쌀
서안해양성 기후 덕분에 일년 내내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는 캘리포니아도 엘리뇨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동부 지역과는 반대로 크리스마스 연휴기간 이곳에는 눈이 내리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등 혹독한 겨울 날씨가 이어졌다.
지난 12월 24일, 샌프란시스코 인근 엘도라도 힐스 지역에는 시속 129~145km 속도의 강풍을 동반한 토네이도가 강타해 주택 지붕이 파손되고 나무들이 쓰러졌다. 캘리포니아 산간지역 곳곳에 눈이 내려 운전자들은 거북이 운전을 해야만 했다. 시에라 산간지역을 지나치는 5번 고속도로는 눈길 안전 운전을 위한 스노우 체인이 필요했고, 일부 지역에선 빙판길이 이어졌다.
기상청은 일부 산간지역에서 5~12.5cm 사이의 적설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좋은 점도 있다. NWS 관계자는 “이번 눈과 비는 5년째 이어지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가뭄을 해소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캘리포니아 남쪽 지역에도 쌀쌀한 겨울 날씨가 이어졌다. 지난 25일 LA 낮 최고 기온은 58°F에 그쳤으며, 밤 최저 기온은 41°F까지 떨어졌다. 그 다음날 낮 최고 기온은 60°F대 초반까지 올랐으나, 밤 최저 기온은 오히려 39°F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겨울 추위는 12월 30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기상청은 미국 전역을 강타한 이상기온은 올해 마지막 날에 가서야 평년 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 미국(애틀랜타) = 권영일 통신원
- 저작권자 2016-01-05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