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당뇨병 환자수가 급증하고 있다. 증가속도가 전 세계 1위를 기록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식물성 천연 인슐린’으로 불리는 여름철 채소인 ‘여주(bitter gourd)’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채소는 ‘여주’라는 본연의 이름보다 ‘쓴 오이’라는 별명으로 오히려 더 유명하다. 쌉쌀한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들 때문에 동남아나 중국 그리고 일본 등지에서는 김치를 만드는 배추처럼 식단에 자주 오르는 음식의 식재료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반면에 국내에서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건강 채소로만 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비만 개선과 혈당 조절에 여주가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 채소가 지닌 가치에 대해 의료계가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비만 개선과 혈당 조절에 효과가 있는 여주
여주가 비만 개선과 혈당 조절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농촌진흥청과 경상대학교의 공동 연구를 통해 과학적으로 규명됐다.
그동안 여주가 카란틴(charantin)이라는 생리활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식물성 인슐린이라 불린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실험을 통해 비만 개선과 혈당 조절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 연구진은 본격적인 실험에 앞서 건조시킨 여주에 70% 농도의 주정을 첨가해 70℃에서 추출했다. 이후 이를 여과하고 농축해 고농도의 추출물을 만들었다.
연구진은 일정 기간 동안 고지방의 식품을 먹인 흰쥐에게 여주 추출물을 12주 동안 먹였다. 그 결과 추출물을 먹인 쥐는 먹이지 않은 쥐에 비해 체중이 18.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칼로리를 저장하는 백색 지방조직의 무게는 50%가 감소했고, 간 조직의 무게도 24%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콜레스테롤 관련 실험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추출물을 먹인 쥐가 먹지 않은 쥐에 비해 혈중 총 콜레스테롤이 18% 줄었으며,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LDL 콜레스테롤 또한 29% 감소한 것으로 드러난 것.
이뿐만이 아니다. 고지방 식품을 섭취하면서 여주 추출물을 먹은 흰쥐가 고지방 식품만을 섭취한 흰쥐보다 공복 혈당은 25%나 줄었고, 인슐린 저항성은 인슐린 투여 후 1시간 기준으로 54%나 개선됐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여주의 항비만과 항당뇨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함으로써 여주가 다양한 건강식품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전하며 “앞으로 여주를 활용한 건강기능식품 개발은 물론 이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급 늘리기 위해 쓴 맛 줄이는 연구 시도
한편 국내에서 여주 재배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함양에는 최근 여주를 주재료로 하는 건강식품 전문점이 문을 열어 주목을 끌고 있다.
함양군의 여주 활용 육성사업에 의거해 처음 선을 보인 전문점은 함양여주영농조합법인이 2000여만원의 사업비를 지원함에 따라 탄생하게 됐다.
전문점이 선보인 여주 관련 메뉴들은 특유의 맛을 다른 식재료와 잘 조화시킨 여주쌈 및 여주피클 등 10여 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함양군은 1호점 개점에 이어 하반기에 2호점을 낼 예정이다. 함양군은 내년에는 2개소를 추가하는 등 여주가 6차산업 수익모델로 확고히 자리잡도록 사업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함양군 관계자는 “65개였던 우리 군의 여주 재배농가가 올해 들어 83개로 늘었고 매출도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라고 전하며 “전문음식점 개점을 계기로 여주가 군민 소득 3만불 달성에 효자작목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번 연구의 실무를 담당한 농촌진흥청 기능성식품과 황인국 연구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이번 연구의 의미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달라
여주가 비만 개선과 혈당 조절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는 점이 가장 크다. 또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작물을 전략적으로 선별하여 육성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현재 농촌진흥청에서는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의 아열대 기후 지역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열대작물 개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주에 대한 연구는 그런 사업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 여주에 대한 소비를 늘리려면 아무래도 건강기능 소재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접근성을 높여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쓴 맛을 줄이는 방안은 없는지?
사실 일본 사람들이 여주를 즐겨 먹는 이유 중 하나가 쓴맛을 완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샐러드 재료로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계획대로 쓴맛이 줄어들게 되어 장아찌나 김치처럼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채소로 여겨지게 되면 재배면적이 확대되고, 자연스럽게 농가들의 소득도 증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여주의 쓴 맛은 어떤 성분인지가 궁금하다
특유의 쓴맛 성분인 모모디신(momordicin)은 오이에 함유된 성분과 같은 종류다. 간 기능을 높이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건강에 도움을 주는 생리활성 물질인 파이토케미컬(phytocehmicals)의 하나라 할 수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8-07-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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