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SF 소설가인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이 언급한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다만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만드는 옷이 개발됐다. 먼 미래에서나 만날 것으로 생각했던 신기한 옷들이 현실에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로 변신하는 옷이나 청각장애인을 위해 소리를 전달해주는 옷 등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 소재들은, 옷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필요하면 첨단 기능을 가진 옷으로 변신할 수 있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발광 섬유로 만든 옷이 디스플레이 역할
디스플레이로 변신하는 옷을 개발한 곳은 중국 푸단대학 고분자학과의 연구진이다. ‘펑후이성(Peng Huisheng)’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옷을 디스플레이처럼 만들어 정보를 검색하거나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신개념 소재인 ‘스마트 섬유(Smart Textile)’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옷을 디스플레이처럼 개조한다는 의미는 디스플레이를 제조하는 공정과 원단으로 옷을 만드는 과정을 융합했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진은 이런 융합과정을 활용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섬유(flexible display fiber) 및 스마트 집적 시스템을 개발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섬유로 만들어졌고, 스마트 집적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다고 해서 옷의 기능을 제대로 못 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스마트 섬유로 만든 옷은 자유롭게 입고 벗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세탁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스마트 섬유가 개발되기 전에도 비슷한 기능을 가진 전자섬유가 존재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자섬유는 보통의 원단에 센서 같은 딱딱한 전자소자를 붙이거나 연결하는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에, 세탁 시 자주 고장이 나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연구진은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두 종류의 섬유를 개발했다. 하나는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성 섬유이고, 다른 하나는 투명한 전도성 고분자 섬유다. 연구진은 두 섬유를 씨실과 날실로 엮어서 필요 시 빛을 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섬유 디스플레이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원단을 구성하는 섬유는 겉모습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과 유사하지만, 전기가 흐르면 밝은 빛을 내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런 특징을 가진 섬유를 연구진은 설비를 이용하여 원단을 짜고 이어 원단으로 옷을 제작했다.
짜인 원단은 약 50만 개의 픽셀을 포함한 디스플레이 기능이 있다. 놀라운 점은 이런 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단은 100번 정도의 세탁과 1000번 정도의 구겨짐에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펑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 스마트 섬유는 오토바이 운전자의 팔목에 감아서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활용하거나 스마트폰과 연결하여 메시지도 보낼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스마트 섬유는 바람도 잘 통하게 설계되어 있어서 평상시 옷으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펑교수의 의견이다.
스마트 섬유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단순히 시각적인 효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촉각의 기능도 포함되어 있어서 글자 입력이나 클릭도 가능하다. 가령 옷 소매에 디스플레이를 펼쳐놓고 손가락을 갖다 대면 글자를 입력할 수 있고, 명령도 실행할 수 있다.
무선 패드 탑재로 소리를 진동으로 바꿔주는 의복
중국의 과학자들이 스마트 섬유로 디스플레이 기능을 가진 옷을 만들었다면, 영국의 유명 패션업체 연구진은 진동으로 소리를 느끼게 해주는 청각장애인용 스마트 옷을 개발하여 눈길을 끌고 있다.
‘사운드 셔츠(sound shirt)’라는 이름의 이 스마트 옷은 셔츠 곳곳에 진동 패드가 내장되어 있어서 진동으로 음악이나 사람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다. 진동 패드는 컴퓨터와 무선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다양한 소리를 패드로 전달하여 진동으로 바꿔줄 수 있다.
컴퓨터가 사람의 목소리나 악기들이 내는 소리를 분석하여 이를 무선으로 셔츠에 전달하면, 패드가 이를 받아서 진동으로 전환하여 착용자에게 촉감(觸感)을 제공하는 것이다.
패드 안에는 촉각센서(haptic sensors)가 탑재되어 있어 소리의 미세한 변화도 진동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개발사 측의 설명이다. 또한, 악기의 종류도 진동이 발생하는 부위로 구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아노 소리는 배 부분의 패드에서 진동이 일어나고, 바이올린 소리는 왼쪽 팔 부분의 패드에서 진동이 생기는 식이다.
이처럼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기능을 가진 옷을 만든 이유는 청각장애인을 돕기 위해서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들에게 피부를 통해 음악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발된 웨어러블 의복인 셈이다.
사실 진동 같은 촉감을 통해 느낌을 전달하는 옷이 스마트 셔츠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6년 당시 최고의 발명품 상을 받은 ‘허그 셔츠(Hugshirt)’가 스마트 옷의 원조라 할 수 있다.
연인을 위해 개발된 이 옷은 이를 입은 사람이 연인을 끌어 않았을 때 체온과 심박수 같은 신체 정보가 연인의 스마트폰으로 전송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용도와 기능은 다르지만 동일한 햅틱 센서와 원단을 사용한다는 차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음악은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라는 신념으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옷을 만들었다고 밝힌 개발사지만 옷이라는 원래의 용도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모든 진동 패드는 전도성 직물과 연결되어 있어서 전선이 필요 없기 때문에 자유롭고 편하게 옷을 입고 벗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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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4-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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