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부터 22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San Diego)에서는 ‘과학과 사회의 다리 잇기(Bridging Science and Society)’라는 주제 아래 ‘미국과학진흥협회 연례대회(AAAS Annual Meeting)’가 개최되었다. 이에 사이언스타임즈는 다양한 세션 중 흥미로운 내용을 담은 과학강연을 골라 소개한다.
레이저를 이용해 핵융합 수력발전이 가능할까? 그렇다.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4박5일간 미국 샌디에이고(San Diego)에서 개최된 ‘미국과학진흥협회 연례대회(AAAS Annual Meeting)’에서 자세한 설명이 진행됐다.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aratory, 이하 LLNL)의 에드워드 모제스(Edward Moses) 박사는 AAAS 연례대회 중 ‘레이저 관성 핵융합-핵분열 에너지(Laser Inertial Fusion-Fission Energy)’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핵융합 발전의 새로운 방식을 설명했다.
참고로, ‘트리플 에이에스(AAAS)’라 불리는 미국과학진흥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는 1848년에 설립 이래 과학문화 진흥과 과학정책 입안 등 과학의 사회공헌을 위해 활동해왔다.
수소를 핵융합시키는 ‘레이저 핵융합 기술’
태양이 지구로 보내는 엄청난 양의 태양열과 태양빛은 핵융합(fusion)의 원리에 의해 만들어진다. 두 개의 수소(H) 원자가 강한 중력에 의해 결합하여 헬륨(He)을 형성하는 것이다.
수소는 지구에도 많은 양이 존재한다. 물은 두 개의 수소원자와 하나의 산소원자가 결합하여 생긴다. 그러므로 물에서 수소를 얻어내 이를 핵융합 시킨다면 인류 전체가 충분히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수영장만큼의 물이면 우리나라 전체가 1년을 사용할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문제는 태양 수준의 중력을 인공적으로 발생시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LLNL은 중력 대신 레이저 광선을 이용하는 새로운 핵융합 방식을 개발 중이다.
레이저 관성 핵융합(Laser Inertial Fusion)이라 불리는 이 방식은 192개의 레이저 광선을 한 곳에 집중시켜 100마이크로미터(1만분의 1미터) 크기의 알미늄 구슬에 발사한다. 구슬 안에는 수소를 압축해 넣었다.
레이저로 1억도 가까이 온도가 상승한 수소는 관성에 의해 기체로 변하며 전자와 원자핵이 분리된다. 이러한 플라즈마 상태에서 원자핵끼리 부딪히면 핵융합이 일어나는 것이다.
CNN의 과학기술블로그 중 ‘레이저로 핵융합 일으킨다(Lasers may enable fusion)’ 기사에 따르면, 모제스 박사는 “올 여름 하나의 양자와 두 개의 중성자로 이루어진 삼중수소(tritium)로 본격적인 레이저 핵융합을 실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중수소는 수소의 방사능 동위원소이다.
지속가능한 고효율 청정에너지 ‘LIFE’
에너지 수요의 80퍼센트가 화석연료로 채워지는 지금, 세계 각국은 지속가능한 청정 에너지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핵융합 발전이다. 우라늄을 핵분열(fission)시켜 에너지를 얻는 원자력발전과는 정반대의 방식이다.
수소 핵융합은 에너지 효율이 월등히 높다. 바닷물에서 얻어낸 중수소로 핵융합을 일으킨다면, 중수소 연료 1g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가 석유 1천t 분량에 달한다.
LLNL은 4조원을 투입해 건설한 국립점화시설(NIF, National Ignition Facility)에서 개발한 레이저 핵융합 에너지를 ‘LIFE’로 부른다. 레이저 관성 핵융합 에너지(Laser Inertial Fusion Energy)의 약자다. 핵융합 기술은 온실가스를 방출하지 않고, 부산물이 거의 없으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쓰이므로 ‘생명’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만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도넛 모양의 대형 초전도 자석을 이용해 수소기체를 가둬놓는 토카막(tokamak) 방식의 핵융합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내기술로 개발된 핵융합 연구장치 KSTAR와 국제협력으로 운영 중인 ITER도 토카막 방식을 사용한다.
참고로, 토카막이란 러시아어 ‘TOroiid KAmera MAgnit Katushka’의 첫 자를 따서 만든 합성어로, 자석 코일을 커다란 방 모양으로 제작한 방식을 뜻한다. 1965년 구 소련에서 발표한 이후 성능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대부분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다.
선진국은 토카막과 레이저 방식 함께 연구
레이저 핵융합은 2메가줄(MJ) 이상의 큰 에너지가 필요한 중심점화(Central Spark) 방식에서 200kJ(킬로줄) 이하의 소규모 에너지로도 핵융합을 일으키는 고속점화(Fast Ignition) 기술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레이저 핵융합 상용화를 위해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선진국들은 토카막 방식과 레이저 방식에 대한 연구를 동시에 진행시키고 있다. 미국은 ITER에 단순참여국으로 가입되어 있고, 프랑스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레이저 핵융합 연구시설을 건설 중이다. 일본과 영국도 연구시설을 지속적으로 확대 건립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뒤늦게 레이저 핵융합 연구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08년 1킬로줄의 고에너지 레이저 핵융합 연구시설을 건립한 바 있다. 지속가능한 청정에너지를 찾기 위해 지금도 각국의 핵융합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임동욱 기자
- duim@kofac.or.kr
- 저작권자 2010-03-08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