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수면은 음식과 더불어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요소다. 잠이 부족하면 몸 안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 기억력 장애에서부터 비만, 당뇨 등 여러 질병에 이르기까지 잠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24일 ‘임상 정신의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Psychiatry)’에 수면과 관련된 종합 연구보고서가 게재됐다. 지난 30년간 발표된 2000여 개의 수면 관련 연구보고서를 종합 분석한 것이다. 이 중 수면부족을 유발하고 있다는 66개 논문을 집중 분석했다.
분석 결과 수면부족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은 우울증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울증이 없이 우울증상만 있는 단극우울증 환자(unipolar depression) 가운데 50%가 수면부족을 호소했다. 반면 조울증 환자 중 수면부족이 발생하는 경우는 38%로 나타났다.
수면부족 환자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
이번 연구는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돌아보고 더욱 더 심각해지는 수면부족 사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행됐다. 다수의 수면과학자들은 현재 많은 사람들이 수면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중이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일레인 볼랜드(Elaine Boland) 교수는 24일 ‘포브스’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수면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실도 발견했다. “특히 우울증, 조울증을 비롯, 강박신경증, 공포증 등 신경증 치료에 사용하는 항우울제의 효능이 빈약하다는 것인데 약제투여 심리적 효과인 플래시보(placebo) 효과 정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약물치료보다는 약물을 병행한 상담치료가 더욱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많은 사람들이 이 방식에 동의하고 있는 중이다. 수면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가능한 새로운 심리 치료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우울증에 있어 잠을 자지 못하는 메커니즘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근본적인 치료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까지 잠의 비밀을 풀지 못하는데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볼랜드 교수는 “수면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들은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과목을 개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면부족 환자 중 80%가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밤을 지새고 있다.”고 말했다.
수면부족으로 인한 사회적인 문제도 노출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인간수면과학연구소 매튜 워커(Matthew Walker) 소장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잠 덜 자려는 사회적 풍토 개선해야
워커 박사는 24일 ‘가디언’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수면부족의 정도가 너무 심각해 대재앙에 가까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세계적으로 수면부족 상태가 더 가중되고 있어, 각국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할 상태”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그는 보건당국이 사회 전반에 걸쳐 수면부족을 막기 위한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수면부족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피해 규모가 엄청나다고 보고 있다. 영국의 경우 30억 파운드(한화 약 4조6000억원)에 달하는데 GDP의 2%에 달하는 것이다.
워커 박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 정부가 법과 제도 정비와 함께 NHS(국가건강서비스) 예산을 2배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인간수면과학연구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가적으로 수면부족 사태는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영국인 2명 중 1명이 수면부족 상태다. 이는 75년 전인 1942년 수면부족 인구가 8%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6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수면 부족 사태가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일(work)이다.
그밖에 잠을 설치게 하는 전자기기, 술과 카페인 등도 잠을 줄이는 요인이다. 워커 박사는 무엇보다 잠자는 것을 게으름이라고 여기는 풍조가 수면부족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잠을 덜 자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한다는 것.
잠을 경시하는 풍조는 사람에게만 있는 현상이다. 어린 아기가 잠자는데 대해 불만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긴 시간 잠자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환경을 접하게 된다. 문화적으로 수면을 경시하는 풍조가 팽배하고 있다.
그는 최근 ‘Why We Sleep’이란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사람들이 하루 8시간 이상의 수면 원칙을 꼭 지켜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 알츠하이머, 암, 당뇨병, 각종 정신질환에 시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워커 박사는 역사적으로 많은 과학자들이 수면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해왔으며, 근본적인 비밀을 밝혀내지 못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유전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분석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비밀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는 것.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4~5시간의 잠을 잘 경우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파괴하는 킬러세포의 활동이 30% 저하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기능 저하가 장, 전립샘, 유방암 등을 유발한다며 충분한 수면을 권장했다.
야간노동을 통해 발암물질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지난해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2007년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바 있다. 국민 보건을 위해 충분한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조성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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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9-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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