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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3

세포막을 통한 물질의 이동 [기고] 최승일 강원철원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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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에 누군가가 대장 속의 세균에 의해 만들어진 지독한 냄새의 가스를 소리 없는 ‘미끄럼 방귀’로 뀌었더니, 가스의 냄새가 서서히 교실 전체로 퍼져나갔다. 쉬는 시간에 향수병의 마개를 열어 놓았더니, 얼마 안 가서 교실 전체에 향수 냄새가 퍼져 나갔다. 시험공부를 하다가 졸음을 없애기 위해 세수를 하려고 하였더니, 세면대로 떨어지면서 붉은 색의 코피가 세면대 속 물 전체로 퍼져 나갔다. 찬 물의 컵에 냉커피 과립을 한 스푼 넣었더니 갈색의 커피 과립이 녹으면서 컵 전체로 퍼져 나갔다.


이러한 현상들을 ‘확산’이라고 한다. 확산은 기체 속의 분자 또는 용액 속의 이온/분자/콜로이드 입자 등이 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쪽으로 이동하여 양쪽의 농도 평형을 맞추려고 하는 현상이다. 넓은 대기나 바닷물의 어느 지역이나 거의 일정한 조성 비율을 가지는 것도 역시 각 성분들이 이동하여 균일하게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동의 원인은 분자 등이 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자/분자/이온 등의 크기가 작을수록, 온도가 높아서 분자의 운동에너지가 커질수록, 용매의 점성이 작을수록, 농도 차가 클수록 확산이 잘 진행된다.


우리 몸에서 볼 수 있는 ‘확산’으로는 (1)폐와 모세혈관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기체(산소/이산화탄소) 교환 현상, (2)조직세포와 모세혈관 사이, 그리고 태반의 태아와 모체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기체(산소/이산화탄소) 및 물질(영양물/노폐물) 교환 현상, (3)역치 이상의 자극을 받았을 때 신경세포 안으로 Na이온이 들어가는 탈분극 현상과 밖으로 K이온이 밀려나오는 재분극 현상, (4)시냅스에서 한 뉴런의 축색돌기 끝에서 분비된 신경전달물질(아세틸콜린)이 다른 뉴런의 수상돌기 쪽으로 이동해 가는 화학적 전달 현상, (5)신장의 사구체에서 보먼주머니로 저분자 물질들이 여과되는 현상 등이 있다.


막 중에는 저분자인 물 분자는 통과시키지만 고분자인 용질 분자는 통과시키지 못하는 막이 있는데, 이러한 막을 반투과성 막이라고 한다. 반투과성 막을 경계로 하여 한쪽에 증류수를 넣고 다른 쪽에 설탕물을 넣으면 설탕 분자는 막을 통과하지 못하고, 설탕물과 증류수에서 물 분자만 서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이때 이동하는 방향의 물 분자 수는 서로 다르다. 왜냐하면 증류수의 물 분자 밀도가 설탕물의 물 분자 밀도보다 더 높으므로, 확산에 의해 증류수 쪽에서 더 많은 물 분자가 설탕물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반투과성 막을 통해서 일어나는 물 분자의 확산 현상에 의해 양쪽의 농도 평형을 맞추려고 하는 현상을 ‘삼투’라고 한다.


세포막은 반투과성 막이고, 생물체에서의 용매는 물이다. 따라서 생물체에서는 세포막을 통하여 용매인 물이 저농도에서 고농도로 이동한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삼투 현상으로 (1)김장을 담그기 위하여 배추를 소금에 절이면 배추의 세포막 안쪽(저농도)에서 밖(고농도)으로 물이 이동하여 시들해지고, (2)식물에게 비료를 지나치게 많이 주면 식물의 세포막 안쪽에서 밖으로 물이 이동하여 시들어 죽고, (3)식물 잎 공변세포에 의해 기공이 열리고 닫히는 현상 등이 있다.


기공은 두 개의 공변세포에 의해 만들어지며, 공변세포는 기공의 바깥쪽 세포벽이 얇고 안쪽이 두껍다. 삼투현상에 의해 공변세포 안으로 물이 들어오고, 그에 따라 ‘팽압(세포 안쪽에서 밖으로 세포 안의 물이 세포벽을 미는 압력)’ 이 높아짐으로써, 공변세포의 바깥쪽 얇은 부분이 부풀면서 기공이 열린다. 공변세포에서의 삼투 현상은 주위의 표피세포로부터 공변세포로 K이온이 많이 유입되어 그 농도가 높아지면서, 공변세포 밖(저농도)에서 안(고농도)으로 물이 들어오는 현상을 말한다.


공변세포 안으로 K이온이 유입되는 현상은 ‘능동수송’으로 일어난다. 세포는 세포막을 통해 생명 활동에 필요한 영양물을 흡수하고 필요 없는 노폐물을 배출한다. 이때 확산이나 삼투만으로는 물질의 이동 필요성을 충족시킬 수 없다. 따라서 세포막은 효소의 도움을 받아 ATP에너지를 이용하면서 필요한 영양물을 억지로 끌어들이고 필요 없는 물질을 억지로 내보내는데, 이를 ‘능동수송’이라 한다. 따라서 능동수송은 확산/삼투와는 달리 농도평형과는 관계없고 오히려 농도 경사를 거슬러서 물질을 이동시킨다.

우리 몸에서 볼 수 있는 ‘능동수송’으로는 (1)신장의 세뇨관에서의 재흡수와 분비 현상, (2)소장의 융털에서의 양분 흡수 현상, (3)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기질 쪽에서 막간 공간 쪽으로 H이온이 이동되는 전자전달계 현상, (4)적혈구와 신경세포에서의 Na-K펌프 현상 등이 있다.


우리의 체액에는 Na이온이 K이온보다 많은데 여기에 잠겨있는 적혈구나 신경세포의 내부는 체액과 달리 Na이온이 적고 K이온이 많다. 이것은 능동수송에 의해 Na이온이 밖으로 내보내지고 K이온이 안으로 끌어들여졌기 때문이다. 신경세포는 자극을 받지 않을 때에는 능동수송으로 보통의 분극 상태를 유지하다가 역치 이상의 자극을 받으면 능동수송이 멈추고 확산 현상에 의해 탈분극 상태로 변한다.


세포막을 통한 물질의 이동은 능동수송에 의하더라도 물질의 크기에는 제한이 있다. 따라서 세포는 세포막을 통과하지 못하는 커다란 물질을 필요에 따라 ATP에너지를 이용하면서 세포막의 특수 운동으로 끌어들이거나(내포작용) 내보낸다(외포작용). 내포작용으로는 아메바가 식포를 형성하거나 백혈구가 식균작용으로 세균을 잡아먹는 현상 등이 있고, 외포작용으로는 호르몬샘과 소화샘의 분비세포에서 호르몬과 소화액을 분비하는 현상 등이 있다.

저작권자 2004-12-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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