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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복제 양 돌리 탄생 후 25년 전반적인 과학계의 관점을 바꾼 돌리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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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암양의 탈핵 난자에서 태어난 ‘하얀’ 양 돌리

1996년 7월 5일 지금으로부터 대략 25년 전, 돌리(Dolly)라는 이름을 가진 ‘하얀’ 얼굴의 양이 태어났다. 돌리는 탄생만으로도 세상을 놀라게 했는데, 바로 6년생 양의 성체 체세포를 이용하여 복제된 최초의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영국 로슬린연구소(Roslin Institute)의 이언 윌머트(Prof. Sir Ian Wilmut) 교수와 노팅엄 대학의 케이스 캠벨(Prof. Keith Campbell) 교수 연구팀은 핀란드 양의 유선 체세포를 굶겨서 세포 활동을 정지시킨 후, 이를 다른 ‘검은’ 암양의 탈핵 난자에 이식하고 전기충격을 가하며 세포 재분열을 유발시켰다. 연구팀은 200번이 넘는 시도 끝에 대리모 자궁 이식에 성공하였고 세계 최초의 포유동물 복제를 성공시켰다. 이는 유선 세포를 이용한 세포 복제였기에 가슴으로 유명했던 돌리 파튼(Dolly Parton)의 이름을 따서 새로 태어난 양은 ‘돌리’라는 이름으로 명명되었다.

박제된 돌리와 이언 윌머트 교수© picture-alliance/Andrew Miligan

돌리의 탄생은 이전까지 말 그대로 불가능했던 일이었다. 이전까지의 생명 복제들은 모두 배아세포와 같이 미분화 상태인 생식세포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체세포가 마치 배아세포처럼 처음부터 다시 분화하고 성숙한 개체로 새롭게 탄생할 수 있음은 신의 영역에 다가가는 것처럼 느껴졌고, 세 명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난자를 제공한 양, DNA를 제공한 양, 대리모) 돌리를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불렀다.

돌리의 성공적인 탄생은 전 세계 줄기세포 연구를 엄청나게 변화, 발전시켰고, 이전까지 찬밥 신세였던 생명공학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실제로 1996년 돌리의 탄생 실험에 참여했던 생명공학자 앨런 아치볼드 교수 (Prof. Alan L. Archibald)는 “개인적으로 돌리 실험으로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성과는 제 연구소의 생존이었습니다.” 라고 밝힌 바 있다. 돌리의 성공 직전까지 영국 정부의 예산 삭감 대상에 포함되었던 로슬린연구소는 돌리의 지적 재산권을 이용하여 번 돈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돌리의 탄생 이후 계속되는 논란

돌리의 탄생 이후로 수많은 논란이 이어져 왔지만, 가장 큰 문제는 돌리의 탄생이 결국 인간 복제 문제로 비화된다는 점이었다. 월머트 교수는 이전부터 미완의 복제기술은 인간 기형을 일으킬 수 있기에  인간 복제에 관해서 반대해왔다. 돌리는 단순히 양질의 고기와 필요한 장기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하에 탄생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돌리는 이후 6마리의 양을 분만하였고 그 중 4마리의 양을 낳아서 기르는 데 성공하였지만, 여섯 살에 폐 질환으로 안락사가 결정되어 사망했다. 결과적으로 돌리의 탄생이 인간 복제에 관한 논쟁의 불씨를 제공했다면, 돌리의 죽음은 복제 생물의 조기 사망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돌리의 나이가 겨우 3살일 때부터 세포의 조기 노화 조짐이 일어나기 시작했으며 이는 돌리의 복제기술이 불충분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돌리는 에든버러 박물관에 박제되어 있다 © Jürgen Wiesler

돌리의 탄생은 전반적인 과학계의 관점을 바꿨다

아치볼드 교수에 따르면 돌리의 탄생은 '세포 발달이 얼마나 유연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관한 과학계의 관점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즉, 수정란이 결국 여러가지 세포로 발달하면 그 세포들은 다시 돌아갈 수가 없지만, 돌리의 실험을 통한 재프로그래밍은 오랜 과학적 신념을 깨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돌리의 복제는 이후 여러 실험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 예를 들면, 돌리의 복제는 일본 교토대의 야마나카 신야 (Yamanaka Shinya) 교수가 이끄는 팀의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혹은 역분화 줄기세포라고 불림: 배아 줄기세포와 같은 다능성을 갖는 줄기세포)의 발견과 제조를 이끌었고 이로 인해서 신야 교수와 존 거든(Prof. Sir John Bertrand Gurdon) 교수는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런던 프란시스 크릭 연구소(Francis Crick Institute)의 줄기세포 생물학 및 발달 유전학 연구소를 이끄는 로빈 로벨-뱃지 박사(Dr. Robin Lovell-Badge)는 유도만능줄기세포의 발견과 제작을 돌리 복제가 낳은 줄기세포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유도만능줄기세포는 다양한 인간 질병 모델 등을 제공하며, 조기 노화, 암 및 심장 질환 등에 관한 생물학적 연구에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또한 지난 1월, 인간 면역체계의 즉각적인 거부반응을 유발하는 돼지 장기 세포 면의 당 성분을 유전자 조작을 통해 제거한 유전자 교정 돼지의 심장이 세계 최초로 인간에 이식되었을 때도 돌리의 복제 기술인 체세포 핵 치환 (Somatic-Cell Nuclear Transfer) 기술이 이용되었다.

영장류의 최초 복제 그리고 멸종 위기들의 복제

한편 지난 2018년 최초로 영장류가 복제되었다. 중국과학원 신경과학연구소(Chinese Academy of Sciences Institute of Neuroscience)의 과학자들은 둘리의 탄생에 이용되었던 체세포 핵 치환 기법을 이용하여 종종(Zhong Zhong), 화화(Hua Hua)라는 이름의 원숭이 두 마리를 복제하는 데 성공하였다고 발표했다.

최초의 복제 영장류인 종종과 화화 © Chinese Academy of Sciences Institute of Neuroscience

돌리의 탄생 이후 25년간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의 복제에도 진전이 있었다. 유수 미국 연구소들은 2020년 부터 검은발족제비와 멸종 위기에 처한 프르제발스키말 (Przewalski's horse) 복제에 성공했다고 밝히며 현재는 털매머드, 자이언트 판다, 북부 흰코뿔소 등의 복제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복제 동물들은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동물 복제는 주로 질병을 연구하는 세포 복제에 위하여 이용되지만,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미국 식품의약처(FDA)는 육류 및 우유 생산을 위해 소, 돼지, 염소의 복제를 허용하고 있는데, 2008년부터는 이들이 안전함을 근거로 복제 동물 라벨을 붙일 필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복제 동물에서 추출한 고기와 우유가 미국 시장에서 얼마나 잘 팔리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반면, 2015년에 유럽 의회는 모든 농장 동물의 복제를 금지하는 투표를 진행한적이 있을 정도로, 식량을 위한 복제 동물 생산은 현재까지 유럽에서 상상도 못 할 정책이다. 하지만, 로빈 로벨-뱃지 박사에 따르면 독일을 포함하여 복제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연구소들은, 특이한 유전적 특성이 있는 돼지나 소의 생성 및 번식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과학자들은 동물 세포들을 편집할 수 있으며, 복제를 이용하여 질병 저항성과 같은 새로운 유전적 특성이 있는 동물로 유도하거나 인간의 장기 기증 등에 더 접합한 도움을 줄 수 있다.

애완동물 복제에도 이용된다

돌리의 복제 이후 애완동물 복제라는 산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주로 미국의 비아젠(ViaGen), 중국의 시노진(Sinogene), 한국의 수암바이오텍 등이 대표적인데, 2005년 한국에서 개 '스너피'가 복제되었고, 2019년 7월 중국에서 고양이 '마늘', 2017년 미국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Barbra Streisand)의 그녀의 개 사만다(Samantha)가 사망한 후 '미스 바이올렛(Miss Violet)'과 '미스 스칼렛(Miss Scarlett)'이 복제되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쌍둥이 복제 강아지 미스 바이올렛, 미스 스칼렛이 사만다의 묘지에 함께 있다 (가운데는 사만다의 사촌 강아지) © barbrastreisand/Instagram

이러한 복제 동물들은 원래 애완동물과 본질적으로 같은 DNA를 갖게 되며, 멀리 떠나 보낸 애완동물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큰 의미가 있는 산업이다. 하지만, 복제에 성공하더라도 복제 동물은 본래의 동물과 같은 수 없다. 동물의 본성과 외형은 유전자에 의해서도 결정되지만, 환경이나 우연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돌리의 탄생 이후 텍사스 A&M 연구팀은 CC (Carbon-copy)라는 이름의 고양이 복제에 성공한 바 있는데 고양이 털색 관련 X 염색체 비활성화 현상으로 인해서 복제 동물의 외모가 크게 달라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유전자 제공 고양이 레인보우 (왼쪽), 복제 고양이 CC (가운데), 대리모와 함께 있는 CC (오른쪽) © picture-alliance/dpa

아치볼드 교수에 따르면 현재 애완동물 복제 기술은 돌리의 탄생 때보다는 효율적이지만, 많은 암컷 개체와 난자가 필요하므로 전반적인 모든 프로세스는 여전히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2-03-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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