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연합뉴스
2019-10-25

64년간 못푼 수학난제, 세계 PC 50만대 연결해 풀었다 영·미 수학자, 마지막 미제 33, 42…17자리 수 3개 조합 찾아내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미국과 유럽 수학자들이 세계 각국의 PC 50만대를 연결해 계산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발한 방법으로 60년 이상 풀지 못했던 수학계의 오랜 난제를 푸는데 성공했다.

어떤 정수를 3번 곱한(3승) 수(입방수)를 3개 더하거나 빼서 1~100을 만드는 문제로 마지막까지 미제로 남아있던 42가 되는 3개 수의 조합을 64년만에 찾아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이 문제는 1950년대 영국 수학자 루이스 모델(Louis Joel Mordell)이 생각해 냈다. 예를 들어 1의 3승+1의 3승+1의 3승은 3이다. 4와 4, 마이너스 5의 조합에서도 각각 3승해 더하면 64+64-125가 돼 합계는 3이 된다.

모델은 논문에서 "이 2가지 조합 외에 3을 만들 수 있는 조합이 있는지 나는 모르겠다. 답을 찾는 건 대단히 어려울게 틀림없다"고 썼다.

1955년에는 3 뿐만 아니라 3개의 숫자를 조합해 1부터 100까지의 수를 모두 만들 수 있느냐는 문제로 발전했다. 정수론의 중요한 정리인 '모델의 정리'(Mordell's theorem)를 발견한 대(大)수학자가 제기한 문제인 만큼 전세계 수학자가 들떠 문제풀기가 시작됐다.

수(手)계산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컴퓨터를 이용해 닥치는대로 답 찾기에 나서 2016년까지 33과 42를 제외한 모든 수의 답이 나왔다. 13이나 14 처럼 9로 나눈 후 4나 5가 남는 수에는 답이 없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어 올해 봄 영국 브리스톨대학의 앤드루 부커(Andrew Booker) 교수(정수론)가 대학 슈퍼 컴퓨터로 3주 동안 계산한 끝에 33이 되는 수의 조합을 찾아냈다. 그러나 마지막 남은 42는 10배 이상의 계산이 필요한 것으로 판명됐다. 할 수 없이 취지에 찬동하는 전세계 자원봉사자의 PC를 연결해 계산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채리티 엔진'을 구상하기에 이르렀다.

부커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앤드루 서덜랜드(Andrew V. Sutherland ) 교수와 협력해 몇달간에 걸쳐 전용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그리고 지난 9월 50만대의 PC가 이틀간 계산을 하도록 해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42의 답을 찾는데 성공했다.

답은 8경 538조 7388억 1207만 5974와 8경 435조 7581억 4581만 7515, 그리고 1경 2602조 1232억 9733만 5631의 17자리수 3개 였다.

부커 교수는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답을 찾아내 놀랐다"면서 "지구 규모로 넓힌 컴퓨터와 효율적인 프로그램 덕분"이라고 말했다.

내친 김에 프로그램 개량을 거듭해 궁극적인 목표인 3이 되는 3개수의 3번째 조합인 '모델의 3'도 찾아냈다. 이 답은 '불과' 7시간 계산으로 풀었다고 한다. 무려 21자리 수 3개의 조합이었다. 답은 5해(垓) 6993경 6821조 2219억 6238만 720, 5해 6993경 6821조 1135억  6349만 3509, 그리고 47경 2715조 4934억 5332만 7032였다.

어떤 문제에 해답이 있을까, 아니면 없을까. 그런 문제는 대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 수학자의 이름을 따 '디오판토스 문제'라고 불린다. 해답을 찾는데 350여년이 걸린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도 그중 하나다. 서더랜드 교수는 "모델이 맨 처음 가졌던 의문인 3의 새로운 답을 제시하게 돼 대단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로써 100 이하의 수를 만드는 3개의 수 조합은 모두 풀렸지만 1000 이하까지는 아직 8개를 풀지 못했다고 한다. 게다가 답은 하나가 아니라 무수히 많을 게 틀림없다. 이걸 모두 풀 수 있을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계산량에서 어떻게 불필요한 계산을 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풀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부커 교수는 "어디까지 찾아야 답을 발견할 수 있을지 정확한 추산은 아무도 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결국 답을 찾지 못할지도 모르고 운에 맡길 수 밖에 없을지 모르지만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덜랜드 교수도 "현재로서는 해답이 무작위로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모든 걸 통제하는 무엇인가가 틀림없이 있을 테니 정수(整数)의 심원한 구조를 들여다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2019-10-25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발행인 : 조율래 / 편집인 : 김길태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길태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