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환경·에너지
권영일 기자
2010-09-28

“생태계 복원 반세기에서 백 년 걸려” 멕시코만 유출 기름 25% 바닷속 잠복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인류 역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로 기록된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가 일어난 지 160여일. 사태는 지난 9월 19일 발생 150일 만에 공식적으로 종료됐으나, 안일한 초기 대응으로 유전 밀봉이 실패를 거듭하며 지난 5개월 동안 바닷속으로 유출된 원유량은 무려 490만 배럴. 이는 사상 최악의 유출사고였던 엑손-발데스호(1989년) 사고의 20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입은 피해는 실로 막대하다. 멕시코만은 미국 해산물 생산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였으나 원유 유출 사고 발생 이후 생산량이 무려 70%나 줄었다. 최근 사고유정 봉쇄로 어로작업이 재개됐지만 이 지역 해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히 가시지 않아 판매는 좀처럼 늘지 않는 상황이다.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해양 생태계 파괴로 인한 후유증이다. 적어도 앞으로 10~20년은 생태계 파괴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안이한 대처, 눈덩이처럼 커진 사태

이번 사태는 올 4월 20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멕시코만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시추시설 딥 워터 호라이즌(Dipwater Horizen)호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해저 약 1.5km 파이프라인에서 구멍이 뚫렸으나, 단순히 “바닷속 기름 유출 가능성이 있다”는 안일한 시각에서 비롯됐다.

폭발 사고 직후 영국의 시추시설 운영회사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사는 기름 유출량을 겨우 하루 8000배럴로 추정했다. 미국 정부와 과학자들은 ‘하루 최대 7만 배럴’이라고 경고했으나 BP측은 일언지하에 일축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교만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 사고로 유출된 원유량은 실로 어마어마해 기름덩어리가 멕시코만에 위치한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텍사스, 플로리다, 앨라바마 등 남부 다섯 개 주 연안 모두에서 발견됐을 정도다. 부산에서 나진까지의 몇 배나 되는 규모다.

그동안 BP가 기름차단을 위해 시도한 방법도 10가지가 넘는다. 유출되는 기름에 화학 분산제를 뿌리기로 한 초기 대책은 분산제가 오히려 바다를 오염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규모를 크게 축소해야 했다.

이후 시행된 봉쇄용 뚜껑 씌우기, 기름 흡수용 파이프 설치, 유정 파이프에 호스를 연결해서 밀도 높은 시추용 기름을 투입하는 톱 킬(Top Kill)∙정크 샷(Junk Shot)방식이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단단한 뚜껑을 씌우고 유정 파이프에 호스를 연결해 위에서 시멘트를 투입하는 ‘스태틱 킬(Static Kill)’방식이 성공한 지난 8월 초에야 기름 유출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으로도 부족했다.

오랜 복구 노력은 ‘바텀 킬(Botton Kill)’방식의 성공으로 겨우 마무리됐다. 사고 유정과 바다 밑에 저장된 기름을 연결하는 파이프에 구멍을 뚫은 뒤 밀도 높은 시추용 기름과 시멘트를 투입해 솟아오르는 기름을 틀어 막은 것이다.


곳곳에 위험요소 여전히 존재

이번 사고로 유출된 490만 배럴 가운데 25%는 불태워 없앴으며, 또 다른 25%는 공기 중에 증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50% 가운데 절반은 발광체 같이 빛나고 아교처럼 찐득거리는 기름띠를 형성하고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바닷속에서 세탁돼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나머지 절반(전체의 4분의 1)이다.

루이지애나 주립대의 유진 터너 해안학 교수는 “앞으로 10~20년 동안 엑손-발데스호 사건의 유출량과 맞먹는 분량의 기름이 해저 300~4300 피트(약 10~130m)에서 미립자로 분무된 채 잠복하면서 주변 생태계를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유출된 기름과 분산제가 뒤섞여 바다 밑에 거대한 기름 기둥을 형성하고 있다는 다른 과학자들의 발표도 있었다.

이에 따른 환경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사고 이후 바닷새 3000마리, 바다거북이 500마리, 돌고래 64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이는 조류 25만 마리를 비롯해 동물 2800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엑손-발데스호 사고 때보다 적은 수치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피해지역이 워낙 넓다 보니 상당수의 죽은 동물들이 미처 발견되지 않았으며, 동물 시체 다수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해안으로 점차 많은 양의 기름이 몰려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살 곳을 찾아 몰려든 해양생물들이 결국 떼죽음을 당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밀려온 원유에 포위당해 고립되는 것은 물론, 한꺼번에 많은 종들이 수심이 낮은 해역으로 몰리면서 밀도가 높아 산소고갈로 죽거나 포식자에게 잡혀 먹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낙관적인 분석도 있다. 미국 해양대기관리처(NOAA)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출된 기름의 75%는 자연 증발되거나 바다 미생물에 의해 분해됐다. 엑손-발데스호 사고가 난 알래스카보다 멕시코만의 수온이 높아 그 혜택을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고로 인한 멕시코만 일대 환경피해의 수습 및 복구에는 최소 몇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선 현 상태로 완전히 복구되기 위해서는 최소 반세기에서 100년이 걸린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권영일 기자
sirius001@paran.com
저작권자 2010-09-28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