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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강봉 객원기자
2021-09-16

생애주기별 칼로리 소비 ‘최초’ 규명 생후 1개월 신생아의 대사율 생애 최고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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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을 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열량’이다.

칼로리(cal)라고 하는데 1칼로리는 1기압 하에서 순수한 물 1g의 온도를 1°C만큼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으로 정의된다.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섭취 칼로리 섭취량이 칼로리 소모량과 동일하게 유지돼야 한다. 사용량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면 체중이 증가하고, 그렇지 않으면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유념할 일은 우리가 칼로리에 대해 잘못된 상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섭취한 칼로리를 운동 등의 활동으로 소모하고 있지만 실제로 먹고 마시는 것의 55~70%는 우리 몸을 유지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화학 반응을 위해 연료처럼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8일에서 95세 사이의 생애주기에 있어 칼로리를 소비하는 대사율이 4단계를 거친다는 최초의 연구 결과가 나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의 추정에 의한 데이터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생애주기별 대사율 측정하는데 성공

신진대사란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물질 분해‧합성과 같은 모든 화학작용, 즉 물질대사(metabolism)를 말한다.

미국 듀크대의 진화인류학자인 허먼 폰처(Herman Pontzer) 교수는 14일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진대사를 단순히 운동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이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말 그대로 세포가 온종일 얼마나 바쁘게 움직이는지 보여주고 있는 현상”이라며, “이 대사 작용을 통한 총 에너지소모량을 계산하면 생존에 필요한 칼로리가 얼마인지 알 수 있으며, 또한 건강한 신체에 필요한 적정 수준의 칼로리 량이 어느 수준인지 정확한 수치를 알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금까지 55~70%에 달하는 이 에너지 소비 과정에 대해 정확한 수치를 산출할 수 있는 세밀한 측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과학자들이 신진대사를 연구해 왔지만 광범위한 연령대에서 모든 사람들의 신진대사가 삶 전반에 걸쳐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정확히 측정할 수 없었다.

일반인이 보았을 때 신체가 크면 클수록 더 많은 세포를 갖게 되므로 큰 사람이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령, 성별, 생활방식, 그리고 질병과 같은 변수를 고려했을 때 칼로리 소비량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차이를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듀크대 허먼 폰처 교수가 포함된 80여 명의 과학자들이 첨단 장비를 동원, 신진대사와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13일(현지 시각)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 제목은 ‘인간 삶의 과정을 통한 1일 에너지 소비(Daily energy expenditure through the human life course)’. 실제로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한 최초의 논문이다.

노화비만질병치료를 위해 중요한 자료

이 논문은 “그동안 우리가 신진대사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들 가운데 많은 부분이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연구팀은 태어난 지 8일에서 95세 사이의 6,400여 명의 사람들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신체 크기와 존재하는 지방 및 근육의 양 측정했으며, 이들 데이터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사람의 신진대사가 일반적으로 4가지 뚜렷한 생애 단계를 거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신생아의 대사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후 1개월쯤 되면 대사율(metabolic rate)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 9~15개월 사이 성인보다 50% 이상 더 높아진다는 것.

대사율이란 일정 시간 내에 피의 순환, 근육 상태, 활동 따위의 삶에 꼭 필요한 과정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에너지 비율을 말한다. 신생아의 대사율은 성인이 하루에 약 4000칼로리를 소모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성인이 하루 평균 약 4000칼로리를 소모한다는 연구 결과 역시 처음 측정된 것이다. 그동안 미국 보건복지부는 평균적으로 성인 여성이 하루 평균 1600~2400 칼로리, 성인 남성은 2000~3000 칼로리를 필요로 한다고 추정했는데 연구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1~2세 사이에 대사율이 감소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대략 20세가 될 때까지 계속 떨어지는데 20세부터 약 40년 동안, 심지어 임신과 폐경 중에도 그 수준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55세에도 25세 때처럼 대사율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60세 정도가 되면 다시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기 시작해 삶을 마칠 때까지 계속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소비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선천적으로) 더 빠른 신진대사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관찰됐다. 오히려 여성이 남성보다 적은 신체 크기로 인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근육의 비율이 더 높고, 그로 인해 전체적으로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논문이 발표되면서 과학계가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예일대학의 인류학자인 리처드 브리비스카스(Richard Bribiescas) 교수는 “(이 연구 결과가) 인간 생리학에 대한 그동안의 이해와 실제 현실과의 정말 중요한 격차를 해결하고 있다.”며, “기초 과학뿐만 아니라 질병 치료나 웰빙 등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사량과 관련 그동안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해 가정적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예를 들어 사춘기와 폐경기 동안 일어나는 것과 같은 중요한 호르몬 변화로 인해 신진대사가 빨라지거나 느려져 하루에 더 많거나 더 적은 칼로리를 소모하게 된다는 것.

또 남성이 여성보다 본질적으로 더 빠른 신진대사를 하고 있으며, 중년에 접어들면 에너지 소비가 느려져 점진적이고 불가피한 체중 증가가 시작된다는 주장들 역시 가정에 의한 것이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 데이터에 뒷받침되지 않는 진단(?)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일부 계측은 확신해왔는데 이번 연구 결과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hanmail.net
저작권자 2021-09-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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