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21-12-17

생명 살리고 환경도 복원하는 ‘바이오잉크’ 바이오잉크는 3D 바이오프린팅 원료… 의료·환경 분야에 활용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던 명언이다. 이와 관련된 수많은 사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에 딱 들어맞는 창조품이 있다. 바로 ‘3D 바이오프린팅(3D Bio Printing)’이다.

다양한 장기 및 조직을 출력할 수 있는 3D 바이오프린팅 © Liam Critchley via AZoM

3D 프린팅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봤지만, 3D 바이오프린팅은 상당히 생소한 개념이다. 그러나 조금만 3D 바이오프린팅에 대해 배우다 보면, 3D 바이오프린팅이 3D 프린팅을 모방하여 탄생한 새로운 기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3D 바이오프린팅과 3D 프린팅의 원리는 동일

3D 프린팅은 물체를 입체적으로 출력하는 시스템이다. 입체적으로 출력하는 방식으로는 연성 소재를 아래부터 위로 쌓아 올리는 적층형과 경성 소재를 조금씩 깎아내는 절삭형으로 나뉘는데, 대부분의 3D 프린팅은 적층형 방식을 사용한다.

3D 바이오프린팅은 이런 3D 프린팅 기술에 사용되는 소재의 종류를 바꾼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종류만 다를 뿐 3D 바이오프린팅과 3D 프린팅의 원리는 소재를 조금씩 쌓아 올린다는 점에서 같다고 볼 수 있다.

3D 프린터의 경우 소재가 적층되는 부분과 소재를 분사하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소재를 분사하는 부분이 상하 좌우(x,y,z) 축으로 움직이면서 분사하면, 소재가 바닥부터 층층이 모양을 만들면서 물체가 제작된다.

3D 바이오프린터 역시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만, 문제는 세포나 단백질 같은 유기물만으로는 적층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이 생각해 낸 방법은 젤리 같은 부드러운 물성의 재료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었다.

바이오잉크를 분사하여 3D 인공 간을 출력하고 있다. © Organovo

3D 바이오프린터에서 분사할 수 있는 부드러운 물성을 가진 재료로는 알긴산(alginate)이나 콜라겐(collagen) 같은 하이드로젤(hydrogel)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하이드로젤은 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생존에 필요한 환경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체내에 출력물이 들어갔을 때 높은 온도에서 세포가 죽는 것을 방지하기도 한다.

또한 거부반응 없이 인체에 이식해야 하는 만큼 환자 자신의 세포나 단백질 등을 배양하여 하이드로젤에 혼합한 다음, 이를 3D 바이오프린터의 출력 재료로 쓴다. 세포나 단백질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생존 환경도 제각각이어서 이를 모두 충족하는 하이드로젤을 만드는 과정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이렇게 배양된 세포나 단백질을 하이드로젤과 혼합한 후 3D 바이오프린터로 분사하여 원하는 모양의 장기나 조직을 출력할 수 있는데, 의료계에서는 이처럼 바이오프린터로 분사하는 재료를 통틀어서 ‘바이오잉크(bio-ink)’라고 부른다.

의료 및 환경 분야에 활용되고 있는 바이오잉크

바이오잉크 개발의 대표적 성과로는 지난 2018년 영국 뉴캐슬대학의 연구진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바이오잉크를 활용하여 제작한 인공 각막이 꼽힌다.

각막이 심각하게 손상되면 시력이 저하될 수 있어 위험하다. 또한 각막 손상을 치료하지 않고 둔다면 실명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처럼 각막이 손상된 환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천만 명 정도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실명 치료를 위해 각막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각막 이식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뉴캐슬대 연구진은 각막 기증자에게서 얻은 건강한 각막세포와 줄기세포, 그리고 생체 적합성 물질로 만든 하이드로젤을 혼합하여 인공 각막 출력용 바이오잉크를 개발했다.

한편 바이오잉크는 의료 분야 외에도 생태계를 살리는 환경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바로 인공 산호초를 만든 사례다.

바이오잉크로 인공적인 산호초를 만들려고 하는 이유는 최근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산호초에 백화현상(coral bleaching)이 일어나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현상이란 산호초 내부에서 공생하는 조류(藻類)가 파괴됨으로써, 산호초가 색깔을 잃고 흰색의 석회질이 드러나는 것을 말한다. 산호초에게 필요한 에너지의 최대 90%를 조류가 제공하기 때문에, 조류가 사라지게 되면 산호초 역시 생존할 수 없게 된다.

바이오잉크로 분사하여 만든 인공 산호초가 자라고 있다. © Uc San Diego

해양 생물학자들은 산호초 복원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방법과 단기적인 방법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장기적 방법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을 최대한 늦추고 오염물질 유입을 저지하는 것이지만, 단기간에는 해결할 수 없는 방법들이다.

반면에 단기적 방법은 산호초들이 빨리 생장할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영국의 케임브리지대와 미 캘리포니아대의 공동 연구진은 바이오잉크를 활용하여 인공 산호초를 출력하는 데 성공했다.

공동 연구진은 살아있는 산호에서 세포를 채취하여 7일간 배양했다. 그리고 이를 섬유질인 셀룰로오스 나노소재와 하이드로젤을 혼합하여 바이오잉크를 만들었다. 바이오잉크를 바닷속에서 분사하여 인공적인 산호초를 만든 결과, 자연적으로 성장한 산호초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군락을 이룬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로 파생되고 있는 바이오잉크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생물학과 조직공학은 물론, 기계공학과 재료공학, 그리고 전자공학과 같은 관련 학문들의 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21-12-17 ⓒ ScienceTimes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발행인 : 조율래 / 편집인 : 김길태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길태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