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오는 음파로 위치와 지형지물을 파악하는 반향정위(反響定位) 능력은 돌고래나 박쥐 고유의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사람에게도 이런 능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시각장애인들의 활동을 크게 향상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ABC 뉴스가 보도했다.
영국 잉글랜드 남서부 도싯 지역에 살고 있는 선천성 시각 장애아 루카스 머리(7)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부모의 손을 잡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떼지 않는 겁 많은 소년이었지만 자신의 반향정위 능력을 확인하고 연습한 결과 지금은 또래들과 똑같이 농구와 트램펄린을 즐기고 높은 곳을 오르는 등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루카스는 `시각장애인의 세상 접촉(World Access for the Blind)'이라는 자선 단체를 이끄는 시각장애인 심리학자 키시의 도움으로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얻었다.
키시는 2년 전 루카스의 집을 방문해 나흘 동안 반향정위 기술을 가르쳤다.
그가 가르친 `플래시 소나' 기술은 입 천장에 혀를 차 소리를 내고 그것이 되돌아오는 방식을 통해 자신의 위치와 주변 사물의 거리와 깊이, 형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키시는 시각장애인이라도 뇌의 시각피질 기능은 살아 있기 때문에 시신경이 보내는 영상이 도달하지 않아도 청각 등 다른 감각 자료를 종합해 이미지를 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각(視覺)피질'이라는 이름 자체가 잘못된 것이며 `이미징 피질'로 불리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호숫가에 사는 루카스의 부모에게 제일 어려웠던 점은 아들을 믿고 풀어 주는 것이었지만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자 루카스의 능력은 놀랍도록 빠르게 발전해 찬장의 위치와 그릇의 크기를 구별하고 식품점의 상품들을 탐색하는 일, 호숫가에서 놀기 등을 모두 혼자 할 수 있게 됐다.
그가 혀를 차는 빈도는 주변 환경이 어떤 것인지, 그 환경이 얼마나 친숙한 것인지에 달렸지만 이제 이런 기술은 그의 두 번째 본능이 됐다.
루카스는 "하다 보면 그냥 된다"면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그의 부모들은 "우리는 루카스가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장차 도우미와 보조견의 도움을 받으며 살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없다"면서 이런 기술이 흰 지팡이만큼이나 널리 보급되기를 희망했다.
키시는 루카스의 능력에 한계가 없다는 부모의 인식이 바로 반향정위 기술이 지향하는 마음가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국시각장애인연맹(NFB)의 크리스 대니얼슨 대변인은 NFB가 반향정위 기술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흰 지팡이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라면서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이 이런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키시와 그의 도움을 받은 많은 사람은 반향정위 능력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것이며 장애인들의 활동 시스템 전체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 (서울=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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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9-10-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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