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에너지 기술에 있어 가장 강조되는 것이 태양광 흡수율이다. 그러나 태양광 흡수 장치에 사용하는 있는 유리는 반사율이 높아 에너지를 소실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빛 반사를 최소화 하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빛 반사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 임현의 나노자연모사연구실 박사팀이 나방눈 구조를 응용해 빛 반사를 이룰 수 있는 방지 기술을 개발했다.
나방 눈의 육각형 구조물 실제로 모사
“나방눈의 나노구조물 특성을 이용해 광대역 파장에서 화학적 코팅 없이 빛의 반사방치 표면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나방은 어두운 환경에서 살기 때문에 빛에 취약합니다. 어두운 곳에서 빛이 반짝 거리면 천적에게 존재가 들통나면서 잡아먹히기 때문이죠.
때문에 나방의 눈은 빛을 반사하지 않고 많이 받아들이는 구조를 지니고 있어요. 눈을 살펴보면 다른 곤충과 달리 육각형 구조 안에 한 구조물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죠. 이러한 구조물은 빛의 반사를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요.”
이러한 사실은 이미 동물학자와 물리학자가 밝힌 사실이다. 최근 들어 많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사실 나방눈의 역할에 대해서는 이미 동물학자와 물리학자들이 많은 것들을 밝혔습니다. 많은 사람들 역시 이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응용해서 만들지는 못했었죠. 시뮬레이션 정도만 한 상태였어요. 채취해서 실험한다는 게 결코 쉽지는 않으니까요.
우리 실험실에서 처음부터 나방눈에 관심이 있던 건 아니에요. 자연모사연구실인 만큼 연잎에 더 관심이 많았죠. 투명하면서도 물이 맺히지 않는 구조를 알아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연잎효과를 나타내는 나노구조물을 만들면 왠지 빛이 더 산란될 것 같고, 투과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싶더군요. 2007년부터 이러한 걱정을 안고 연구를 시작했어요.”
고민 가운데 연구를 진행했지만 우연히 빛 반사율이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것이 나방눈 효과라는 것을 알았다. 더불어 기존의 방식과 달리 투명한 물질 상에서 이를 구현할 수 있었다. 임 박사는 “다른 팀에서도 연구를 많이 진행하고 있지만 투명한 유리에 구조물을 만들어 진행하는 것은 일찍이 우리팀이 알아낸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기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반사방지를 위해 여러 겹의 화학적 코팅을 입히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임현의 박사팀이 개발한 나노구조물의 경우 층층이 코팅할 필요가 없어 비용이 절감되고 표면에 나노구조물을 고르게 코팅하기 때문에 어느 각도에서도 반사방지 성능이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 화면을 본다고 할 경우, 특정 각도에서는 반사가 많이 발생해 화면이 잘 안보이지만 해당 나노구조물을 적용하면 반사도를 고르게 낮춰주기 때문에 옆에서 보더라도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었다.
나노구조물 이용한 디스플레이, 국산화 앞당겨
나노구조물을 이용해 반사방지 필름이나 렌즈,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려는 시도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상용화가 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국내 업체들이 나노구조물 제작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국내 현실은 반사방지 성질을 제어하기 위한 나노구조물 형상에 대해 기술적 자문을 구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진행된 임현의 박사팀의 연구는 원하는 환경에서 최적화된 나노구조물에 대한 방안 제시를 가능케 했다.
“사실 디스플레이라는 것이 크기가 워낙 크잖아요. 때문에 기술 역시 최소 1m 정도에는 구현을 할 수 있어야 단가가 맞는다고 하더군요. 그런 것까지 생각하면 사실 갈 길은 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밀한 의미에서의 진정한 나노기술을 연구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구현된 나노 제품의 경우 실버 세탁기 정도가 유일하지 않나요. 그동안은 재료에 치우쳐 있었다면 진정한 나노공정을 이용한 제품은 우리 연구팀이 처음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이야기해 봅니다.”
임현의 박사는 국산기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으로부터 거의 전량을 수입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드시 국산화를 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결국은 내구성과 대면적 싸움이거든요. 이 중 대면적을 이루는 기술은 자본이 있으면 해결되는 문제고 내구성은 기술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죠. 대면적 문제가 자본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은 결국 단가싸움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내구성은 원천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죠. 마찰이 없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걸 인정하고 갈 수밖에 없어요. 다만 마모가 되더라도 속도를 낮춘다거나 저절로 재생이 될 수 있는 구조를 찾으려고 하죠.”
자연의 원리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에 대해 일각에서는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임 박사는 꾸준한 연구 속에 결국 해결책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우리 연구팀은 자연모사연구실이잖아요. 단순히 좋은 기능의 물질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를 가는 데 일조할 수 있는 물질을 만들고 싶어요. 지구를 위해 바람직한 물질을 발견하고 싶은 거죠.”
임현의 박사는 이에 대해 ‘셀프힐링(self healing)’ 기술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를 위해 딱정벌레의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으며, 내구성을 연구하기 위해 뱀이 피부를 사용하는 방식을 탐구 중이다.
“뱀이 피부로 돌아다니잖아요. 사실 엄청난 마모가 있을텐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연구 중이에요. 이런 것들을 계속 고민하다보면 내구성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완전히 자연의 모습을 갖출 수는 없어도 다시 힐링 돼서 쓸 수 있는 구조는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임현의 박사는 이번 연구와 관련, 연잎 연구를 진행하며 확보한 공정기술을 통해 다양한 나노구조물 크기의 스펙트럼을 보여준 것이 가장 큰 의의라고 이야기 했다.
“반사가 필요 없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이번 연구가 응용될 수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승용차 사이드미러를 볼 때 뒤 차의 빛이 너무 세면 눈이 부시잖아요. 내비게이션도 빛 반사 때문에 안 보일 때가 있고요.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빛을 써요. 때문에 응용처도 생각보다 많은 셈이죠. 태양전지도 100% 햇빛을 못 받아들이고 있어요. 장비의 마무리는 유리인데 반사가 일어나니까 빛 손실이 발생하는 거죠.”
그는 “반사방지 표면을 만드는 것은 현재 디스플레이와 휴대전화, 태양전지 업계의 큰 관심거리이자 숙제”라며 “개발한 기술은 국산화가 가능하도록 관련 업계에 성능 최적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태양전지, 디스플레이, 렌즈, 광학필름 등 다양한 곳에 응용 가능해 고부가가치화 상품 생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 황정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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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4-01-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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