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권예슬 리포터
2023-08-22

비행 중 ‘덜컹’ 난기류, 40년 전보다 1.5배 증가 英 연구진, 기후변화가 항공 난기류에 미친 영향 분석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 즐겁게 떠난 해외여행 길의 분위기를 식게 하는 비행기의 난기류가 40년 전보다 1.5배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GettyImages

여름휴가를 떠나는 즐거운 항공기 안. 식은땀을 흘리게 하는 순간이 있다. 비행기가 갑자기 심각하게 흔들릴 때다. 난기류는 공기의 흐름이 불안정해 항공기에 동요를 주는 악기류를 말한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 비행 중에 맞닥뜨리는 난기류가 40년 전보다 1.5배나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마른 하늘의 날벼락 같은 청천 난기류가 가장 위험

난기류는 크게 7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우선 커다란 항공기는 이착륙할 때 활주로에 스스로 난기류를 만든다(Wake turbulence). 이때 이착륙하는 소형 항공기는 영향을 받아 흔들릴 수 있다. 역학적 난기류(Mechanical turbulence)는 바람이 산, 언덕, 높은 건물 등을 넘어서 볼 때 생기며, 산악파 난기류(Mountain wave turbulence)는 산세가 복잡한 산악지대 상공에서 발생하는 난기류다.

태양빛에 의한 에너지가 지표면을 골고루 가열하지 못했을 때 생기는 열적 난기류(Thermal turbulence)도 있다. 따뜻한 지표에 닿은 공기는 주위 공기보다 더 따뜻해져서 불안정해지고, 이로 인해 수직기류가 발달하며 난기류가 만들어진다. 온도가 서로 다른 2개의 기단 사이에서 발생하거나, 습하고 불안정한 기단에서 발생하는 난기류(Frontal turbulence)도 있다. 풍향 또는 풍속이 공간적으로 변할 때를 ‘윈드시어(Wind shear)’라고 하는데, 이 시어가 큰 곳에서는 소용돌이가 생겨 난기류(Wind shear)가 만들어진다.

▲ 마른 하늘의 날벼락처럼 발생하는 청천 난기류는 사전 예측 및 경고가 어려워 비행기 운행에 있어 가장 위험하다. ⓒGettyImages

한편, 항공기 조종사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난기류는 청천 난기류(Clean air turbulence)다. 문자 그대로 구름 한 점 없는 청천하늘에서 뜻하지 않은 난기류가 발생하는 경우다. 일부 난기류는 산맥 위나 대류성 폭풍 부근 등 예견된 위치에서 발생하고, 항로를 변경하는 식으로 대비할 수 있다. 하지만 청천 난기류는 기상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아 휘말릴 경우 승객들에게 안전벨트 등을 통해 미리 경고를 할 수도 없어 피해가 더 커진다.

잠시 흔들리는 정도로 난기류를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1966년 일본 도쿄에서 출발한 홍콩행 항공기가 후지산에서 발생한 난기류에 휘말려 추락하며, 항공기에 탑승한 전원이 숨지는 사고가 있기도 했다. 난기류로 인한 경제적 손해도 막심하다. 미국에서만 난기류로 인해 항공 산업에 연간 약 2억 달러(약 2,685억 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승객과 승무원의 부상부터, 항공 기체의 피로로 인한 유지 보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난기류로 인해 비행시간이 늘어나면서 연료 소비가 늘어난다.

마크 프로서 영국 레딩대 연구원은 “난기류로 인해 비행이 험난해지며, 기체와 승객의 위험을 야기한다”며 “난기류를 통과하는 시간이 1분 길어질 때마다 항공기의 마모와 승객 및 승무원의 부상 위험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극심한 난기류가 가장 많이 증가

영국 레딩대 연구진은 기후 변화에 의해 비행기가 날아가는 하늘이 40년 전보다 더 험난해졌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6월 8일 국제학술지 ‘지오피지컬 리서치 레터스(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실었다. 연구진은 유럽과 중동, 대서양, 미국 등 교통량이 많은 항로에서 1979년부터 2020년까지 발생한 난기류를 심각도를 기준으로 세 가지(가벼움, 보통, 심각)로 나눠 조사한 결과 청천 난기류 빈도가 증가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 1979~2020년 난기류 발생 변화를 나타낸 그래픽. ⓒMark Prosser et al.

세계에서 가장 번잡한 항로 중 하나인 북대서양 위의 한 지점에서 심각한 수준의 난기류는 연간 총 지속 시간이 1979년 17.7시간에서 2020년 27.4 시간으로 약 55% 증가했다. 보통 난기류는 37%, 가벼운 난기류는 17% 증가했다. 브라질 북부 해안에서는 심각한 난기류의 발생이 2배 증가했다.

연구진은 난기류 증가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해 따뜻해진 공기는 제트 기류의 풍속 차를 증가시켜, 북대서양 지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청천 난기류를 강화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공동저자인 폴 윌리엄스 영국 레딩대 교수는 “10년의 연구를 거쳐 기후변화가 청천 난기류를 증가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를 얻었다”며 “난기류 예측 및 감지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험난해진 공기로 인해 위험한 비행을 해야하는 상황을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윌리엄스 교수팀은 인류가 현재 수준처럼 온실가스를 지속적으로 배출할 경우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2050~2080년에는 청천 난기류가 약 3배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대서양을 오가는 항공편의 경우 약 10분의 난기류를 경험하는데, 몇십 년 내에는 이 시간이 30분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3-08-22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발행인 : 조율래 / 편집인 : 김길태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길태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