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 대전이 막을 내릴 무렵인 1918년. 미국의 뉴올리언즈에서는 80세의 외모를 가진 사내아이가 태어난다.
그의 이름은 ‘벤자민 버튼(Benjamin Button)’. 부모에게 버려져 양로원에서 노인들과 함께 지내던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젊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상은 판타지와 로맨스가 어우러진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도입 부분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젊어진다는 내용은 현재 시점에서 볼 때 판타지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멀지 않은 미래에 이 영화가 논픽션(nonfiction)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호주의 과학자들이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기술 전문 매체인 넥스트빅퓨처(nextbigfuture)는 미국과 호주의 공동 연구진이 인간의 수명을 최대 150세까지 연장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비결은 미래의 회춘약으로도 불리고 있는 ‘니코틴아마이드모노뉴클레오타이드(NMN)’이라는 물질이다. (관련 기사 링크)
손상된 DNA를 회복시키는 NMN
NMN을 연구하고 있는 공동 연구진은 미국의 하버드대와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대 소속 과학자들이다. 이들 연구진을 이끌고 있는 미 하버드대의 유전학과 교수이자 노화생물학센터의 공동소장인 데이비드 싱클레어(David Sinclair) 박사는 NMN 관련 연구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NMN이 학계에 본격적으로 보고되기 시작한 것은 2년 전인 지난 2016년의 일이다. 최근 NMN의 신비한 효능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싱클레어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NMN은 손상된 DNA를 회복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훼손된 장기를 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비 상태가 된 환자들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싱클레어 박사는 인터뷰에서 “NMN 포함 약물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에 내 몸에 직접 투여해 반응을 살펴보고 있다”라고 전하며 “검사를 해보니 생물학적 나이가 24세나 더 젊어진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약물 치료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싱클레어 박사에 따르면 1년 정도 약물을 투여한 79세의 아버지는 여행과 래프팅 등을 즐기는 등 젊었을 때보다 더 활동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또 폐경기에 접어든 40대의 처제는 약물을 투여 받은 후 다시 생리를 시작했다는 것이 싱클레어 박사의 설명이다.
이 같은 테스트 결과에 대해 싱클레어 박사는 “가족이기 때문에 임상 테스트에 동의해주었지만, 아직은 조심해서 테스트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라고 강조하며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기 전까지는 함부로 복용해서는 안된다”라고 덧붙였다.
NMN이 체내에 들어가면 NAD로 변화
NMN이 손상된 DNA를 회복시킬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 비밀은 니코틴아마이드아데닌디뉴클레오타이드(NAD)에 숨어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NAD는 세포 내의 산화환원 반응에 있어서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는 조효소다. 이는 생명 유지에 필수인 세포호흡 과정에서 핵심역할을 한다.
NAD는 체내에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여러 장기에서 점점 감소하게 된다.
그런데 NMN이 체내에 들어가면 NAD로 변화하면서 체내 NAD의 양이 증가, 결국 노화를 최소화 시킨다는 것이 싱클레어 박사의 설명이다.
이 같은 사실은 미국과 호주의 연구진보다 NMN 연구를 먼저 시작한 미 위싱턴대와 일본 게이오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공동 연구진은 실험쥐에 NMN을 주기적으로 투여해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얻었다.
첫 번째 연구 결과는 암컷 쥐에 NMN을 투여하자 수명이 16% 늘어났다는 점이었다.
두 번째 연구 결과는 당뇨병에 걸린 쥐에게 일주일간 NMN을 투여하자 혈당이 안정적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마지막 세 번째의 놀라운 연구 결과는 생후 22개월인 쥐에게 NMN을 1주간 투여한 뒤 세포를 확인하자 생후 6개월의 상태로 변화한 것이다. 이를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60세 나이의 노인이 20세 청년으로 변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워싱턴대 교수이자 공동연구의 책임자인 ‘이마이 신이치로(Imai Shinichiro)’ 교수는 “NMN과 NAD의 상관관계를 보여준 결과”라고 언급하며 “노화로 인해 NAD가 부족하게 되면, 당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또는 신경퇴행성과 같은 질환의 원인이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외에도 세포 내에서 발전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의 활성화 감소 또한 NAD의 부족에서 기인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현재 NMN을 활용한 질환별 치료제, 장수 관련 영양식품, 노화방지용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품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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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9-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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