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의 아기로 무게의 중심이 바뀌었는데도 임부들이 웬만해선 잘 넘어지지 않는 까닭은 여성의 척추가 남성보다 더 유연성을 띠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12일 최신 연구를 인용 보도했다.
하버드대 인류학자 캐서린 휘트콤 등 연구진은 네이처지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여성의 요추와 고관절은 늘어나는 무게를 감당할 수 있도록 특수한 형태를 갖게 돼 온몸이 푹신한 유모차 역할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요추 하나는 쐐기 모양으로 돼 있지만 남성의 것은 네모난 형태이고 주요 고관절 하나의 경우 신체 비례를 고려할 때 여성의 것이 남성보다 14%나 크다.
연구진은 공학 테스트를 통해 이런 작은 변화 덕에 여성들이 늘어나는 무게를 감당하면서도 넘어지지 않고 극심한 등허리 통증도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만일 이런 차이가 없었더라면 임신한 여성은 걸핏하면 넘어지고 엄청난 무게를 견뎌야 하는 등허리의 통증 때문에 꼼짝 못하고 지내야 했으리라는 것이 이들의 추측이다.
연구진은 20~40세 사이의 임신한 여성 19명을 대상으로 임신 초기부터 산후까지 변화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아기의 무게가 만삭기의 40%에 이르렀을 때부터 엄마의 자세가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상체의 자세를 안정시키는 등허리 부분의 만곡부 `척주전만'이 남성이 몸을 뒤로 젖힐 때는 추골 2개에 걸쳐 늘어나는 반면 여성은 3개에 걸쳐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져 무게의 중심을 바로잡는데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휘트콤은 "여성의 몸은 아기를 뱃속에 담고 있기 위해 극적인 변화를 거쳐야만 했고 이런 변화가 여성의 안정성과 자세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여성의 신체 곡선이 강화되고 척추 아랫부분이 강화된 것은 임신중 정상적 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주요장치"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선대인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척추도 현생인류와 같은 모습이지만 네발로 걷는 침팬지는 이와 다르다면서 이는 인류의 조상이 처음 직립보행을 시작했던 최소한 200년 전부터 척추가 진화해온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초기 인류 여성은 임신한 몸으로 먹이를 구하고 맹수를 피해 달아나는 매우 힘든 생활을 해야만 했지만 등허리 부위의 진화 덕분에 임신 중에도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을 것이며 생존에 유리한 이런 특징이 자연선택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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