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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21-11-08

박테리아로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한다 경질형 PET 및 연질형 스티로폼 소재 모두 분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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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최근 3년간 바다에서 수거한 쓰레기를 모니터링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해양 쓰레기 중에서 플라스틱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려 83%에 달하는 수치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유형은 음료수병이나 뚜껑 같은 경질형 플라스틱이 26.2%로 가장 많았고, 스티로폼 부표 등 발포형 플라스틱이 20.7%로서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어업용 밧줄 같은 섬유형 플라스틱 등도 17.1%를 차지했다.

이처럼 해양 쓰레기 중에서 플라스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대부분 포장재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을 담는 일회용 용기는 물론, 음료와 화장품, 그리고 세제 등 모든 생필품의 포장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해양에서 수거한 쓰레기의 83%는 플라스틱류인 것으로 드러났다. ⓒ oceanicsociety.org

특히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들 중 하나로 꼽힌다. 국제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가 국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을 조사한 결과, 국내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PET병이 96개이고, 일회용 플라스틱 컵도 65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편해지고자 마구잡이로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사용하다 보니 이제는 환경오염을 넘어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따라서 전 세계는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해 현재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사용하여 폐플라스틱의 양을 대폭 줄이는 연구를 들 수 있다.

플라스틱 종류 중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PET

수많은 종류의 플라스틱들 중에서도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고분자 소재는 바로 PET(Poly Ethylene Terephthalate)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고 있는 플라스틱의 80~90%가 PET일 정도로 사용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PET는 가벼울 뿐 아니라 원하는 형상으로 만들기 쉽고 투명하다는 장점 덕분에 다양한 곳에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PET로 용기나 포장지는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400년 정도라는 단점 때문에 산업 현장에서는 점점 사용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추세다.

자연에 존재하는 박테리아 중에는 PET를 분해하는 종류들이 일부 존재한다. ⓒ naturalsociety.com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의 과학자들은 현재 PET를 분해하는 박테리아를 활용하여 폐플라스틱 저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테리아를 활용하여 PET 분해를 연구하고 있는 곳은 일본 선단과학기술원대학원대학(NIST)의 연구진이다.

이들 연구진은 PET를 분해하는 박테리아인 ‘이데오넬라 사카이엔시스(Ideonella sakaiensis)’를 오랜 시간 관찰한 끝에 이 미생물이 PET를 분해하여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하나인 PHB(poly-hydroxybutyrate)를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PET병의 원료인 폴리에스터는 분자 구조가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어서 오랜 시간이 흘러도 분해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연구진은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박테리아를 활용하여 PET를 PHB 같은 생분해가 잘되는 물질로 바꿨다. 이로써 폴리에스터의 물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생분해가 가능한 소재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애벌레 체내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도 스티로폼 분해

재미있는 점은 박테리아 중에는 PET같이 경질형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종류도 있지만, 스티로폼처럼 말랑말랑한 연질형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종류도 있다는 점이다. 흔하지는 않지만 ‘밀웜(mealworm)’이라는 이름의 애벌레 속에 상주하는 박테리아가 바로 그런 경우다.

스티로폼 역시 PET만큼이나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는 플라스틱의 한 종류다. 집을 지을 때 벽 속에 들어가 열을 지켜주는 보온재 역할을 하거나 물건을 배송할 때 부서지지 않도록 충전재 역할을 하는 소재로 더없이 좋은 소재이지만, 썩지 않는다는 점에서 PET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밀웜은 갈색거저리라는 딱정벌레목에 속하는 거저리과 곤충의 애벌레이다. 몸은 어두운 갈색이며 성충이 되면 길이가 약 15mm 정도로 자라는데, 애벌레인 밀웜은 애완동물의 먹이로 유명하다.

애벌레 장내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는 스티로폼을 분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 takepart

밀웜은 먹어치운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을 아무 탈 없이 몸 안에서 분해하여 농작물 퇴비로도 사용할 수 있는 배설물을 내보낸다. 밀웜 뱃속에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박테리아가 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세균을 이용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미 스탠포드대의 ‘크레이그 크리들(Craig Criddle)’ 교수는 자신이 이끌고 있는 연구진과 함께 오래전부터 밀웜의 체내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를 연구해 왔는데, 그동안 이들 박테리아의 스티로폼 분해 능력과 관련한 실험 결과를 여러 번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다.

대표적 실험으로는 수백 마리의 밀웜에 매일 주기적으로 스티로폼을 제공하여 배설 결과를 조사한 보고서가 꼽힌다. 연구진은 밀웜 100마리에게 한 달 동안 매일 34~39㎎의 스티로폼을 먹였고, 그 결과 밀웜은 스티로폼의 절반을 이산화탄소로 바꿔 배출했으며, 나머지는 대변으로 배설한다는 점을 파악했다.

스티로폼만을 먹고 배설한 대변이기에 혹시라도 문제가 있는 성분이 함유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한 연구진은 정밀 분석을 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밀웜의 배설물이 작물 재배용 흙으로도 쓸 수 있을 만큼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제성만 갖춰진다면 박테리아를 통해 스티로폼을 자연적으로 분해할 날이 머지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21-11-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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