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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9-06-26

박쥐처럼 ‘소리로 보는’ 기술 개발 빠른 속도로 3D 영상 재현…상용화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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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의 시력은 극히 미약하다.

그런데도 어둠 속을 날아다니며 지형지물에 부딪히지 않고 모기와 같은 작은 곤충들을 노련하게 사냥할 수 있다.

사람의 귀로 듣기 힘든 초음파를 발사한 다음 곤충이나 식물, 기타 먹이가 되는 특정 사물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반사파를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기 때문. 그리고 박쥐에 이런 능력을 모방해 과학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박쥐의 내비게이션 기술을 모방, 사람이 어둠 속에서 앞에 있는 사물이나 벽, 코너 등을 식별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사진은 인텔과 스탠포드대 연구팀이 개발한 NLOS. 마이크와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다. ⓒStanford Computational Imaging Lab
박쥐의 내비게이션 기술을 모방, 사람이 어둠 속에서 앞에 있는 사물이나 벽, 코너 등을 식별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사진은 인텔과 스탠포드대 연구팀이 개발한 NLOS. 마이크와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다. ⓒStanford Computational Imaging Lab

소리로 박쥐의 내비게이션 능력 재현

18일 ‘사이언스’, ‘기즈모도’ 등 주요 과학 언론에 따르면 기술 개발에 성공한 곳은 인텔과 스탠포드대 CI랩(Computational Imaging Lab) 공동연구팀이다.

연구팀은 박쥐가 밤중에 길을 찾거나 먹이를 구할 수 있게 하는 내비게이션(navigation) 기술을 모방, 사람이 어둠 속에서 앞에 있는 사물이나 벽, 코너 등을 식별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마이크와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다. 과거의 레이저 펄스 분석 대신 소리로 어둠 속의 사물을 식별하는 방식이다.

지난 2012년 이후 많은 과학자들이 어둠 속에서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이른바 NLOS(non-line-of-sight)를 개발해왔다. 그러나 레이저 펄스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영상 재현 속도, 비용 등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인텔과 스탠포드대 CI랩에서 개발한 이 기술은 소리를 분석해 어둠 속의 사물을 정확히 식별해내는 것이 가능하다. 제작 비용도 얼마 들지 않아 공동 연구 중인 인텔(Intel)에서 상용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논문은 18일 스탠포드대 CI랩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Acoustic Non-Line-of-Sight Imaging | CVPR 2019’이다.

연구팀은 그동안 고감도의 광검출기(photodetectors), 비행영상 시스템, 초고속 레이저 펄스 등을 적용, 문제점으로 지적된 NLOS의 느린 작동 속도를 줄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특화된 하드웨어 제작 비용이 너무 높은 데다 그 기능에 있어서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레이저 대신 음파를 이용한 NLOS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레이더에 적용하고 있는 하드웨어와 지진파 탐지를 위해 개발된 결상(image formatin) 모델을 개조한 것으로 광범위한 사물들을 3D 영상으로 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무인자동차에 적용, 사고 방지할 수 있어 

기존의 NLOS와 비교해 훨씬 적은 시간에 사물에 대한 정보를 3D 영상으로 재현할 수 있으며, 또한 제작 비용 역시 매우 저렴해 단시일 내에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특히 이 NLOS 이미징 기술이 매우 섬세해 로봇공학(robotics), 기계 영상(machine imaging), 원격 감지(remost sensing), 자동화된 차량 내비게이션(autonomous vehicle navigation), 의료 영상(mediacl imaging) 등에서 활용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이 박쥐를 모방해 재현하려던 것은 반향정위(echolocation)란 기술이다.

동물이 스스로 소리를 낸 후 주변에 있는 물체로부터 반사돼 되돌아오는 음파를 식별해 그 위치 등을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어둠 속에서 박쥐는 성대를 통해 보통 3만~6만Hz의 초음파를 발생시킨다. 주변에 있는 물체로부터 반사된 초음파는 다시 박쥐의 귀로 되돌아와 그 물체의 거리, 방향, 크기 등을 감지하게 된다. 고래나 돌고래 등도 같은 능력을 갖고 있다.

과학자들이 이 능력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지난 2012년부터다. 이후 학자들은 어둠 속에서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왔는데 이를 NLOS(non-line-of-sight)라고 한다.

처음에 개발한 NLOS는 카메라와 레이저 광선을 사용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레이저 펄스(laser pulses)를 발사해 되돌아오는 펄스(짧은 시간에 생기는 진동)를 파악한 다음 눈으로 보이지 않는 코너 등을 식별해나가는 방식이다.

당시 과학자들은 특수 카메라를 제작해 레이저 펄스를 분석한 후 어둠 속에서 사물을 3D 영상으로 재현할 수 있었다.

기능에 있어서는 손색이 없었다. 문제는 속도였다. 투입된 하드웨어들이 레이저 펄스를 식별하는 데 있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런 만큼 연구팀은 단순하게 조성된 한정된 장소에서 이 기술을 적용해야 했다.

비싼 제작 비용 역시 상용화를 가로막았다.

당시 다수의 기업들이 이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특히 자동차 업체들은 어둠 속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NLOS 기술에 주목하고 있었으나, 비용 문제가 사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Intel)의 후원을 받은 스탠포드대 CI랩 연구팀은 NLOS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기존의 NLOS 방식에서 사용하던 레이저 펄스와 카메라 대신 마이크와 스피커를 사용해 3D 영상을 재현하는 방식을 시도해 성공을 거두었다.

‘사이언스’ 지는 과거 빛을 통해 어둠 속의 사물을 식별하려던 과학자들의 노력이 소리를 통해 완성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 기술을 무인자동차에 적용할 경우 놀라운 사물 식별력을 발휘할 수 있어 자동차업계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9-06-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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