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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20-07-23

박쥐는 어떻게 ‘슈퍼파워’ 동물이 됐나? 박쥐 유전체 비교 분석 통해 최초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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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는 여러 동물 가운데서도 뛰어난 슈퍼파워를 지니고 있다.

비행 능력을 포함해 완전한 어둠 속에서도 힘들이지 않고 이동할 수 있고,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견뎌내고 생존하며, 노화와 암에 대한 저항성 등이 그런 능력을 말해준다.

박쥐는 특히 2000년대 들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와 에볼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을 비롯해 최근의 코로나19까지 인간에게 위해를 끼치는 주요 감염병의 근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스토니 브룩대 진화생물학자팀이 최근 박쥐의 이 같은 적응성과 강력한 힘의 원천을 유전물질 분석을 통해 밝혀내고, 이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22일 자에 발표했다.

논문 저자인 스토니 브룩대 생태학 및 진화학과 릴리아나 다발로스(Liliana M. Dávalos) 교수는, 광범위하게 분기된 여섯 종의 살아있는 박쥐 게놈 분석을 위한 과학자 컨소시엄 Bat1K 집행위원회 멤버로 일하며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창백한 색깔에 창 모양의 코를 가진 필로스토무스(Phyllostomus) 변색 박쥐를 포함해 다양하게 분기된 여섯 종의 박쥐 종 유전체 서열을 분석해,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소리를 이용해 어둠 속을 유유히 날아다닐 수 있게 된 ‘슈퍼파워’의 유전체학을 보여주었다. © Brock and Sherri Fenton

이전에 보도된 박쥐 게놈보다 10배 이상 완벽

박쥐 유전체 분석 결과는 이전에도 발표됐지만, 이번에 보고된 Bat1K 게놈은 현재까지 발표된 모든 박쥐 게놈보다 10배나 더 완벽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논문에서 밝힌 주요 발견 중 하나는, 박쥐의 진화가 다른 포유류의 바이러스 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APOBEC3 유전자 계열에서의 유전자 확장과 손실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이 꼽힌다.

박쥐 진화에 대한 이런 상세한 설명을 통해 박쥐에게서 발견된 유전자 변화가 인간을 포함한 다른 포유류들이 걸리는 최악의 바이러스성 질병 예방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발로스 교수는 “우리는 더욱더 유전자 복제와 상실이 생명의 계통수(Tree of Life)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특성과 기능 진화의 중요한 과정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있다”며, “그러나 게놈이 불완전하면 유전자가 복제 시기를 결정하기 어렵고, 유전자가 상실됐는지를 파악하기는 더욱 어렵다”고 설명했다.

매우 우수한 품질의 새로운 박쥐 게놈에서는 중요한 유전자 계열에서의 변화를 발견할 수 있으나, 품질이 낮은 게놈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박쥐가 생명 계통수의 어느 위치에 있는가는 그동안 논란거리였으나 이번 연구팀이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다. 리보솜 단백질 서열을 이용해 생성한 2016년 메타게놈 생명 계통수. ⓒ Wikimedia / Laura A. Hug 외

42종의 다른 포유류 게놈과 비교해 계통상 위치 확인

연구팀은 박쥐 게놈을 생성하기 위해 독일 드레스덴의 공유 기술 리소스인 드레스덴-컨셉 유전체 센터(DRESDEN-concept Genome Center)의 최신 기술을 사용해 박쥐의 DNA를 시퀀싱 했다.

그리고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DNA 조각들을 올바른 순서로 조립하고 유전자들의 존재를 식별했다.

이전의 연구들에서 박쥐의 독특한 생물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전자들을 확인해 내기는 했으나, 게놈들이 불완전해서 유전자 복제가 박쥐의 생물학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알아내기가 어려웠다.

연구팀은 박쥐 게놈을 42개의 다른 포유류 게놈과 비교해 지금까지 미해결로 남아있던, 박쥐가 포유류의 생명 계통수 안에서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찾아냈다.

연구팀은 또 새로운 계통발생학적 방법과 포괄적인 분자 데이터 세트를 이용해 박쥐가 태반을 가진 포유류 무리인 페룽굴라타(Fereuungulata) 그룹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찾아냈다.

페룽굴라타 무리에는 개나 고양이, 물개 같은 육식동물과 천산갑, 고래, 말굽 포유류 등이 포함돼 있다.

연구팀은 박쥐가 태반을 가진 포유류 무리인 페룽굴라타(Fereuungulata) 그룹(사진)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찾아냈다. ⓒ Wikimedia

유전체에 다양한 바이러스 잔재 포함돼

연구팀은 박쥐가 독특한 적응성을 나타내도록 하는 유전체 변화를 찾아내기 위해 박쥐와 다른 포유류 사이의 유전자 차이를 체계적으로 검색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박쥐에게서 상이하게 진화해 온 유전체 영역과, 박쥐의 독특한 특성을 유도하는 유전자 상실과 획득을 확인했다.

다발로스 교수는 “일련의 정교한 통계 분석 덕분에 박쥐가 RNA 바이러스를 견디고 극복하는 강력한 능력을 포함해, 박쥐의 슈퍼파워 이면에 있는 유전학을 밝혀내는 작업에 착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정교한 유전체에서 과거의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살아남은 자취인 ‘화석화된 바이러스’의 증거를 발견했다. 이와 함께 박쥐 유전체가 다른 종들보다 다양한 바이러스 잔재를 포함하고 있어 고대에 바이러스 감염과 상호 작용한 유전체 기록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아울러 박쥐 유전체들은 염색체 내의 한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옮겨갈 수 있는 DNA 서열을 일컫는 ‘점핑 유전자’ 혹은 전위 요소(transposable elements)를 포함해, 고대 바이러스 삽입 이외에도 다른 많은 유전 요소의 특성들을 나타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07-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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