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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임동욱 객원기자
2013-07-15

‘미운 4살’ 아이 머릿속 들여다보니 뇌 발달장애 여부 조기에 탐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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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미운 네 살’이라는 표현을 쓴다. 네 살이 되면 부모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며 집중력이 산만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의미다.

▲ 기능성 근적외분광법을 활용한 덕분에 움직임이 산만한 아이들의 뇌 이미지를 찍는 데 성공했다. ⓒScienceTimes
예전에는 ‘미운 일곱 살’이라 했는데 아이들의 성장과 발육이 빨라지면서 문제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아이가 과격한 행동을 보이면 부모 입장에서는 혹시 신체적,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린 아이의 정신 건강을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기존의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은 크고 시끄러운 기계 안으로 들어가서 가만히 누워 있어야 한다. 어린 아이들로서는 힘든 작업이다.

최근 미국 아이오와대 연구진이 3~4세 아동들의 뇌 활성화 이미지를 촬영하는 데 성공해 주목을 받고 있다. 모자를 쓰고 가만히 앉아 화면을 바라보기만 해도 뇌 특정 부위의 활성화 여부를 측정할 수 있다. 기능성 근적외분광법(fNIRS)을 사용한 덕분이다.

연구결과는 ‘기능성 근적외분광법을 통한 초기 시각작업기억 발달 조사(Probing the early development of visual working memory capacity with functional near-infrared spectroscopy)’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정리되어 학술지 ‘뉴로이미지(NeuroImage)’ 최근호에 게재되었다.

진행이 간편한 기능성 근적외분광법 이용

우리 몸에는 눈, 코, 귀, 피부 등 다양한 감각기관이 있다. 시각, 청각, 촉각 등 매순간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도 많을 수밖에 없다. 뇌는 임시 저장공간을 마련해서 정보 처리 효율을 높인다. 이 시스템을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라 한다.

그중에서 시각 정보를 임시로 저장하는 것이 시각작업기억이다. 성인은 한꺼번에 3~4개의 물체를 순간적으로 기억했다가 정보 처리 부위로 보낸다. 그렇다면 어린 아이들의 시각작업기억 능력은 얼마나 될까.

지금까지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해서 특정 뇌 부위의 활성화 여부를 알아냈다. 그러나 침대에 반듯하게 누워 소음이 큰 기계 속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어린 아이가 겁을 먹고 검사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아이들은 일정 시간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산만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정확한 포착이 어려웠다.

미국 아이오와대 심리학과 연구진은 기능성 근적외분광법(fNIRS, functional near-infrared spectroscopy)을 이용해 돌파구를 찾아냈다.

1960년대 개발되었지만 아이들의 뇌 이미지를 찍는 데 활용된 적이 없는 기법이다. 소음도 없고 크기도 작아 어린 아이들을 진찰하기에 적합하다. 털실로 짠 겨울 모자를 쓰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 검사가 진행된다. 모자에는 광섬유 가닥이 연결되어 있다.

의자에 앉으면 컴퓨터 화면에 한 장의 카드가 2초 동안 등장했다 사라진다. 1초 후에는 다른 카드가 나타난다. 카드에는 1~3개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동일한 그림이 나타나면 손을 들거나 소리를 내서 반응을 표시하게 했다.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3~4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했지만 큰 문제가 없었다. 카드가 사라졌다 나타나는 모습을 컴퓨터 게임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이른 시기에 장애 여부 알아내 치료 기회 얻는다

기능성 근적외분광법은 근적외선을 이용해 뇌의 혈류 변화를 측정한다. 신경정보를 전달하는 뉴런이 활성화되면 혈액 속 산소를 엄청나게 소모하기 시작한다.

▲ 3-4세 아동들의 뇌 활성화 여부를 촬영한 결과, 한 번에 기억 가능한 물체는 1.3개인 것으로 드러났다. ⓒUniversity of Iowa
뉴런이 계속 작동하려면 폐에서 산소를 흡수한 혈액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혈액 속 산소의 양을 검사하고 비교하면 어느 부위의 뉴런이 활성화되는지 알아낼 수 있다.

심리적 반응 검사와 더불어 사용하면 아이들의 시각작업기억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측정 가능하다. 실험 결과 3세 아동은 한번에 1.3개의 물체를 시각작업기억에서 처리한다. 4세 아동은 이보다 많은 1.8개를 처리한다. 참고로 성인의 능력은 3~4개 수준이다.

시각작업기억 능력의 연령별 평균치를 알아냈기 때문에 이를 기준 삼아 일반 아동을 검사하면 발달이 빠른지 늦은지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시각작업기억 능력은 자폐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발달협응장애(DCD) 등 아동의 뇌 장애 여부를 알아내는 중요한 지표다. 시각작업기억 능력이 평균치보다 과도하게 떨어지면 발달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빠른 치료와 대응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존 스펜서(John Spencer) 교수는 아이오와대 발표자료를 통해 “겉으로 보기에는 동일하게 행동하는 아이들이라도 정밀검사를 해보면 문제가 발견되기도 한다”며 “이른 시기에 장애 여부를 알아낸다면 정상적으로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동욱 객원기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3-07-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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