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유해 물질이다. 세계적으로 미세먼지를 포괄하는 용어는 ‘PM(Particulate Matter)’으로 직역하면 ‘입자성 물질’이다. 미세먼지는 입자의 직경을 기준으로 구분한다. 10㎛ 이하는 미세먼지(PM10), 2.5㎛보다 작은 크기는 초미세먼지(PM2.5)이다.
지금껏 수많은 연구를 통해 미세먼지의 물리적, 화학적 성분과 그 위험성이 밝혀졌다. 그리고 여전히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각도의 연구들이 계속되고 있다.
배출원에 따라 다양한 화합물이 뒤섞여 미세먼지를 만든다.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암모늄이나 탄소화합물, 금속화합물 등으로 이루어진 미세먼지는 주로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들어온다.
미세먼지는 폐에 흡착돼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기도 하고, 혈관에 흡수돼 뇌졸중, 심장질환 등을 일으킨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반면 눈이나 피부를 통해 체내에 들어올 수 있으며, 미세먼지가 아토피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최근 밝혀진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세먼지는 성분 그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바이러스 또는 미생물을 옮기는 ‘매개체’의 역할을 할 수 있어 추가적인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은 현재 미세먼지 속 유해 병원균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감염병과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나쁜 날에 이를 포집한 뒤, 인플루엔자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가 검출되는지를 확인해볼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기에서 미세먼지를 포집해 박테리아와 곰팡이를 검출한 연구 사례도 있다.
남아프리카 츠와네 공과대학의 모라키노 박사는 ‘국제 환경 연구 및 공중 보건 저널’을 통해 미세먼지 내 박테리아와 곰팡이 함량을 조사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산업 지역 내 미립자의 생물학적 구성’이란 제목의 논문이었다.
여름철과 겨울철, 두 번에 나누어 포집한 PM2.5 미세먼지 샘플에는 폐렴의 원인균 중 하나인 폐렴 간균(Klebsiella pneumoniae)과 식중독이나 각종 감염을 일으키는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등이 발견됐다. 또한 알레르기성 피부염이나 천식을 일으키는 클라도스포륨(Cladosporium)과 알터나리아(Alternaria), 아스퍼질런스(Aspergillus)와 같은 곰팡이도 미세먼지 내에서 확인됐다.
이러한 바이러스 또는 병원균의 분포는 미세먼지의 크기, 그리고 상대습도와 일산화탄소, 오존과 같은 주요 요인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미생물에 의한 감염은 폐렴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조직의 괴사 또는 알레르기 반응, 패혈증 등 다양한 경로로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에 향후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미세먼지에 붙어 이동하는 바이러스 및 미생물이 위험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미세먼지가 병원균을 군집화시키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 일반 병원균 보다 더 내성이 강한 균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의 주요 성분이자, 불완전연소를 통해 만들어진 ‘블랙 카본(Black Carbon)’은 박테리아가 모여 생존에 더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바이오필름’을 형성하는 주 무대이다. 박테리아는 블랙 카본에서 뭉치고 보호막을 형성해 더 많은 군락을 이룬다.
인천 성모병원 우선희 교수는 ‘체외에서 진행되는 농녹균(Pseudomonas aeruginosa)의 접착과 바이오필름 형성에 미세 입자가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와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논문 내 실험에서 연구진은 폐렴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악성균인 포도상구균을 미세먼지와 같이 처리해 쥐에게 주입했다. 그 결과 균들이 만들어 낸 바이오필름의 모양과 기능이 바뀌며 항생제 저항성 및 항박테리아 단백질 투과에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최종적으로 폐에 도달해 폐렴을 일으킬 확률을 높이는 것과 같다.
- 김효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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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8-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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