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8~20일간 오후 동해 북동쪽 방향으로 미사일로 추정되는 단거리 발사체 6발을 발사했다. 이날 발사는 중장거리 무수단 미사일을 동해안에서 철수시켰다는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기습적으로 이뤄져 그 파장은 더욱 컸다.
애초에 한·미 군 당국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인해 북한군이 쏜 단거리 발사체들을 두고, “단거리 미사일이다. 300mm 방사포다” 등으로 의견이 갈라졌고 그 궁금증은 일파만파 확대됐다.
그러나 최근 한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이 단거리 발사체는 북한이 최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대구경 방사포로 가닥이 잡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한군 방사포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크게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북한군은 기존의 240㎜ 방사포보다 구경이나 사거리를 대폭 늘린 300㎜ 이상의 방사포를 자체 개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 방사포의 사거리는 수도권을 넘어 충청권 일대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구경 방사포의 구조와 그 개발에 대해 알아보자.
목표 지역을 일거에 초토화
1941년 7월 13일 구소련의 북부에 소재한 ‘오르샤(Orsha)’시 외곽 지역. 파죽지세로 진격중이던 독일 중부군 선봉부대 제 12기갑사단에 갑자기 불덩이들이 우박처럼 떨어졌다. 이 공격으로 일거에 독일군 전차와 장갑차 17대, 화포 15문 등이 파괴되고, 거의 대대 급에 이르는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것이 바로 2차 대전 내내 러시아 전선에서 독일군을 공포에 몰아넣은 자주 다련장 로켓포 ‘카츄샤 포’의 첫 신고식이었다. 구소련의 로켓공학자 ‘니콜라이 이바노비치’가 주축이 돼 개발한 이 카츄샤포는 초기엔 군의 냉대를 받았다. 소련 군부는 “로켓포는 특성상 명중률이 아주 낮아 특정 목표를 타격할 수 없다”며 군 제식무기로의 채택을 거부했다.
그러나 급박해진 전황으로 위력이 검증되지 않은 채, 카츄샤포 7대가 오르샤로 보내진 것. 그리고 이 로켓포들은 일거에 한 지역을 초토화시키는 파괴력으로 독일군의 진격을 막는데 성공했다. 2차 대전 후, 각국은 다련장 로켓포의 독자적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북한역시 구소련으로부터 이 기술을 받아들여 지금의 방사포를 독자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다련장 로켓포를 방사포라 부른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공간을 향해 날아가는 발사체인 로켓(rocket)의 앞부분에 탄두를 장착할 경우, 미사일이나 로켓탄이 된다. 핵무기를 소형화시킬 경우, 핵탑재도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즉, 방사포의 핵심은 로켓 기술이다. 연소실에서 고체 또는 액체연료를 태우면 이 때 발생된 뜨거운 가스는 급격하게 팽창, 노즐로 분사된다. 이 고온의 팽창가스는 연소실 벽에 강한 힘을 가하고, 로켓은 작용-반작용 법칙에 따라 앞으로 날아가게 된다. 후미에 달린 노즐의 출구 압력이 입구 압력의 임계 압력보다 낮기 때문에 엄청난 속력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로켓은 뉴턴의 제 2운동법칙에 의해 날아갈수록 속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즉, F=ma의 식에서 힘 F는 질량 m이 일정하면 가속도 a에 정비례한다. 로켓의 질량이 일정할 때, 추력 F가 일정하다면 가속도 a도 일정해 로켓은 똑같은 속도로 등속 비행을 한다.
하지만 로켓은 추진제가 전체 무게의 70~80%를 차지한다. 특성상 추력 F는 일정한 반면에 연료는 계속 줄어들게 된다. 결국 질량 m은 계속 작아지는 반면에 가속도 a는 커져서 로켓의 속도는 계속 증가하게 된다. 이런 구조는 일반 화포에 비해 로켓탄이 사거리 증대에 매우 효과적임을 말해준다.
약실 필요없는 방사포 구조
화포(Artillery), 미사일(Missile), 로켓(Rocket)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 무기들의 차이점은 유도(Guide) 기능”이라고 말한다. 즉, 미사일은 발사 후, 탄도 수정이 가능하지만 화포와 로켓탄은 탄도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것.
즉, 미사일은 목표를 명중시키기 위해 외부의 지령이나 내장된 기계의 작동으로 목표에 접근하도록 만들어진 공격 무기다. 자체 추진력을 갖고 있다는 점은 로켓과 같지만 TV나 관성항법장치 등에 의해 스스로 노즐을 조종, 표적을 찾아간다. 반면에 곡사포 등의 화포와 다련장 로켓포는 고정 목표에만 쓸 수 있고, 발사 전에 사수가 목표를 정확하게 조준해야 한다.
따라서 무유도 시스템인 화포와 다련장 로켓포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반면에 전문가들은 “화포와 다련장 로켓포의 경우, 이런 불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한 지역에 우박처럼 쏟아붓는 발사능력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넓은 지역에 화력을 일시에 집중하는 것이 바로 이 무기들의 장점이다. 연통형의 로켓발사관(Canister)을 여러개 묶어서 각 연통 안에 로켓탄을 삽입, 거의 동시 속도로 발사할 수 있는 다련장 로켓포는 화포에 비해 더 강력하다.
전문가들은 “한 발의 다련장 로켓탄은 155mm 곡사포 18문(3개 포대)을 동시에 사격하는 것과 같은 화력이며, 이는 축구장 하나의 크기를 초토화시키는 위력”이라고 설명한다.
무엇보다도 약실(Powder chamber)이 필요없어 화포에 비해서 사거리를 늘리는데 매우 유리하다. 전문가들은 “곡사포의 경우, 포탄은 약실에서 추진 장약의 폭발에 의한 팽창 압력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장약을 늘리려면 포의 몸체도 비례해서 커져야 하기 때문에 사거리 증대에 한계성을 갖는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연소에 필수적인 산소와 연료를 로켓 자체에 싣고, 전기로 작동하는 점화기로 발사가 가능한 다련장 로켓포의 경우, 약실이 필요없고 발사관만으로도 사격이 가능한 간단한 구조다.
이는 같은 구경의 포보다 훨씬 크고 긴 로켓탄 사용이 가능하며, 작약과 장약 추진제를 더 많이 실을 수 있어서 사거리와 파괴력을 훨씬 늘릴 수 있다. 이런 구조가 바로 북한이 방사포 개발에 혈안이 되는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3@empal.com
- 저작권자 2013-06-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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