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은 세계 최초로 수소법이 시행된 날이다. 정식 명칭이 ‘수소경제 육성과 수소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인 수소법은 수소경제 이행 추진체계를 구체화하고 수소전문기업 육성과 관련 첨단 기술 개발, 그리고 전문 인력 양성 등 기반 조성에 초점을 둔 법이다.
이 같은 상황에 발맞춰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는 최근 ‘제1차 친환경 선박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친환경 선박 기술의 개발 및 보급을 위해 마련된 이번 기본계획은 한국형 친환경 선박의 이미지 창출을 위해 ‘2030 그린쉽(Green Ship)-K 추진전략’으로 명명됐다.
미래 해운 시장은 친환경 선박이 대세
친환경 선박이란 친환경 에너지 또는 연료를 동력원으로 사용하거나 해양오염 저감 기술 또는 선박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을 탑재한 선박을 의미한다.
수소 등을 사용하여 발생시킨 전기에너지를 이용한 연료전지 선박이나 수소, 암모니아, 액화천연가스(LNG) 등 친환경 에너지를 연료로 움직이는 선박 등을 모두 친환경 선박이라 부른다.
하지만 바다를 누비는 선박 중에 친환경 선박의 수는 극히 적은 편이다. 영국의 세계적 조선 해운 분석 기관인 클락슨리서치(Clarkson Research)의 보고서에 따르면 10만 척이 넘는 전 세계 선박 중에서 친환경 선박의 수는 약 5.6%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친환경 선박의 숫자는 세계 현황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적은 상황이다. 총 1만여 척에 달하는 국내 선박 중 친환경 기술이 적용된 선박이 3.4%인 346척에 불과하다.
이처럼 국내 친환경 선박은 아직 그 숫자가 미미하지만, 해외 유명 선사들은 앞으로 강화될 환경규제 대응을 위해 친환경 및 고효율 선박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고 그에 따라 친환경 선박 시장의 규모도 급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해운 분야 조사업체들이 전망하는 세계 친환경 선박의 변화상은 2030년까지의 단기 예측과 2050년까지의 중장기 예측으로 구분된다. 2030년까지는 저탄소 연료 또는 암모니아 등 혼합연료 기술이 적용되고, 2050년까지는 수소 같은 무탄소 에너지가 사용된다는 것이 예측의 핵심이다.
이 같은 전망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친환경 선박의 미래상을 꿈꾸고 있다. 바로 미래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그린쉽-K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수소는 그린쉽-K 프로젝트 추진의 핵심 에너지원
그린쉽-K에 사용될 친환경 에너지 중에 가장 대표적인 에너지원은 수소다. 이미 자동차 분야에서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수소연료 전지차가 등장하여 상용화에 성공했고, 수소충전소 같은 관련 인프라들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선박의 경우는 다르다.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선박 개발은 기술적으로 초기 단계다. 특히 수소의 낮은 체적 에너지 밀도와 –253℃에 달하는 낮은 저장온도는 상용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친환경 선박에 사용되는 에너지원들의 탱크 크기를 비교할 때 LNG는 2.3배이고 암모니아는 4.1배 정도이지만, 수소는 무려 7.6배에 달한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 외에도 규정이라는 현실적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국제 항해에 필요한 안전기준 코드에 수소는 등록되어 있지 않고, 국내의 경우도 수소 연료 선박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수소를 활용하는 선박 개발은 해외라고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EU와 미국, 그리고 일본 같은 주요국들은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수소를 연료로 하는 선박 개발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초 수소 동력 여객선인 영국의 ‘하이드로 제네시스’나 미국의 ‘SF-브리즈’ 등이 꼽힌다.
반면에 국내에서는 일부 잠수함이 수소 연료전지를 보조 동력으로 사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고,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소형 수소 연료전지로 선박 기술 개발을 진행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그린쉽-K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수소 연료전지 선박 수준을 빠른 시간에 선진국 수준으로 따라잡고 일정한 단계에서는 그 수준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린쉽-K 프로젝트의 세부 추진방향을 살펴보면 1차 목표는 검증이 완료된 신기술을 적용하여 연안을 오가는 시범 선박을 개발하고, 이후에는 대형 선박으로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수소차나 전기차처럼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초기 시장 진입에 성공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이 의무적으로 매입하거나 민간시장 판로를 마련해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선박 자체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그린쉽-K 프로젝트에는 수소 운송 및 수소 벙커링 등 수소 선박 개발에 필요한 인프라의 안전기준 개발 및 국제 표준화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
해양수산부는 수소 같은 무탄소 에너지원이 적용되는 선박 기술의 조기 확보를 통해 시장 선점 및 기술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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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2-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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