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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수유가 우리 아이를 ‘장군감’으로 만들었을까? 과학자들의 연구로 푼 육아 궁금증… 모유‧분유 수유에 대한 과학자들의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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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어 같은 아기들의 포동포동한 ‘미쉐린 팔’은 영아 시절에만 볼 수 있는 매력 포인트다. ⓒPixabay

3.93kg으로 건강하게 태어난 까까(태명)는 여전히 성장도표(소아청소년의 신장, 체중 등 신체계측치의 분포가 제시된 곡선) 속 그래프를 웃도는 우량아로 자라고 있다. 까까와 함께 산책할 때면 동네 어르신들은 필자의 건강한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꼭 한마디씩 하신다. “장군감이네. 엄마 모유가 좋은가보다.” 곱게 빗은 머리에 핀까지 꽂은 귀여운 딸내미인데도 말이다. 누군가는 “아기가 살찐 거 보니 분유 먹나 보네.”라며 아쉬운 표정으로 말하기도 한다. 토실토실한 아이의 모습을 두고 왜 ‘좋은 모유’와 ‘아쉬운 분유’라는 평이 공존하는 걸까. 정말 모유는 무조건 좋고, 분유는 무조건 아쉬울까.

 

모유수유로 인한 가슴의 해부학적 변화

▲ 초음파로 분석한 수유 중인 여성의 유방 및 유관을 형상화한 일러스트. ⓒInternational Breastfeeding Journal

2차 성징이 진행되는 사춘기 때 그리고 생리 전에 여성들은 평소보다 가슴이 부풀고 아픈 느낌을 경험한다.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 곳이 가슴의 유선이다. 아기가 유두를 물고 빨기 시작하면 신경 자극으로 인해 ‘프로락틴 호르몬’이 분비된다. 프로락틴 호르몬은 유선에서 젖을 만들게 한다. 이후 아기가 젖을 본격적으로 빨면 ‘옥시토신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에 의해 모유는 유관을 따라 이동해 유두로 배출된다.

임신을 하게 되면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등 여러 호르몬의 영향으로 유선이 발달하고, 이는 유방 크기의 변화로 이어진다. 대부분 임신 22주 이전에 성장을 완료하고, 성장 정도는 산모마다 다르다. 임신 말기 유방의 부피는 평균 145mL 증가하고, 수유 1개월까지는 211mL 증가한다. 유방 성장 속도는 수정 3주째부터 분비되는 호르몬인 ‘태반락토겐(hPL)’의 농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나 게데스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 교수는 2005년 유방의 해부학적 구조와 모유 양 사이의 관련성을 규명한 연구결과를 ‘해부학 저널(Journal of Anatomy)’에 발표했다. 우선, 연구진은 ‘완모(모유 수유로만 수유)’ 중인 출산한 지 1~6개월 된 21명의 산모를 모집하여 유관의 수, 지방 조직의 분포 등 해부학적 구조를 초음파 영상으로 분석했다.

21명의 산모는 24시간 동안 왼쪽과 오른쪽 유방에서 평균 387g, 407g의 모유를 생산했다. 주요 유관의 개수는 좌·우측 각각 평균 9.6개, 9.2개였으며 평균 직경은 각각 1.9mm, 2.1mm였다. 연구를 종합하며 게데스 교수는 “유선 조직의 양, 유관의 수와 평균 직경 등 해부학적 구조는 모유 생산 능력과 관련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백해무익’하다는 모유의 장점들

▲ 모유 수유가 아기 및 산모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Pixabay

세계보건기구(WHO)와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최소 6개월간 ‘완모’할 것을 권장한다. 인류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모유는 과학적으로도 많은 장점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수많은 연구 중 몇 가지를 빠르게 소개해보겠다.

우선 아이의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산모의 유익한 장내미생물이 모유를 통해 아이에게 전달돼 아이의 장에서 건강한 장내미생물 생태계를 만든다. 면역력이 강화된다는 의미다. 완모 기간이 길수록 아이의 천식 발병률도 낮아진다. 모유가 아이에게 후성 유전학적 변화를 일으켜, ‘코르티솔 호르몬’ 분비를 줄여 스트레스를 덜 받는 아이로 큰다는 결과도 있다. 심지어 모유 수유를 오래 할수록 아이의 지능(IQ)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산모의 건강에도 이점이 있다. 모유 수유를 한 여성은 심장질환, 뇌졸중,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적다. 12개월 이상 모유 수유를 하면 사망 위험이 더 낮아진다. 임신 중 늘어난 체중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임신 기간 동안 여성은 평소보다 34만 칼로리를 더 소모하는데, 출산 이후 9개월의 수유 과정에서는 무려 67만 칼로리가 필요하다. ‘뒤돌아서면 배고픈’ 상황만 이겨낸다면 모유 수유의 다이어트 효과는 분명하다.

한편,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모유 수유가 아이에게 코로나19에 대한 ‘수동면역’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지난 1월 미국 애머스트대 연구진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모유수유를 진행한 산모 아기의 대변 표본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한 항체를 검출했다고 보고했다. 3월 ‘미국의사협회 소아과학 학회지(JAMA Pediatrics)’에 실린 연구의 결론도 같다. 이 연구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연구진은 백신의 종류에 따른 모유를 통한 항체 전달 양을 측정했다. 그 결과,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등 벡터바이러스 기반 백신보다 화이자‧모더나 등 mRNA(마이크로RNA) 기반 백신의 항체 전달 효과가 우수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셉 라르킨 미국 플로리다대 교수는 “신생아의 면역체계는 아직 완전히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와 스스로 싸우기는 어렵다”며 “수유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임산부가 유아에게 심각한 질병인 백일해와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을 접종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모유 수유의 장점은 과장됐다?

▲ 대부분의 산모는 분유가 모유보다 훌륭해서가 아니라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모유 수유를 포기한다. 모유의 장점을 강조하는 일련의 연구결과들은 이런 산모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모유 수유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분유 수유와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들도 있다. ⓒPxhere

분유가 모유보다 더 좋기 때문에 모유수유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엄마가 몇이나 될까. 산모의 건강 상태, 신생아의 대사 장애, 알러지, 유두의 형태 등 여러 난관이 모유수유를 진행하기 어렵게 만드는 현실일 것이다. 실제로 필자의 육아동지들 중에서도 모유수유를 하려 했으나 ‘아이가 빨기를 거부해서’, ‘모유의 양이 적어서’, ‘평편 유두라서’ 모유수유를 포기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과학적 장점을 근거로 들며 산모에게 모유수유를 강요했다간 불편한 상황이 벌어지기 십상이다. 더욱이 모유의 장점 중에는 일부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고 평가하는 연구들도 있다.

2017년 ‘소아과학(Pediatrics)’에 실린 연구는 모유가 아이들의 지능 및 인지능력 발달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아일랜드 더블린대 연구진은 3세 및 5세 아동 7,478명을 대상으로 모유수유 여부가 아이의 문제해결이나 어휘 등 인지능력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평가했다. 사회경제적 수준의 편향을 없애기 위해 비슷한 환경의 아이들을 추리고, 그 아이들이 3세와 5세가 되었을 때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결과 6개월 이상 모유 수유한 아이들이 3세가 되었을 때, 분유를 먹은 아이들에 비해 문제해결능력 검사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었다. 하지만, 5세가 되었을 때는 인지능력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장기적 관점에서 모유 수유가 아이의 인지능력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2014년 국제학술지 ‘사회과학과 의학(Social Science & Medicine)’에 실린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진의 결론도 유사하다. 연구진은 첫째는 완모, 둘째는 완분(분유 수유만 진행)과 같은 식으로 한 부모에게서 자랐지만 수유 형태가 달랐던 4~14세의 아이들 1,773명을 대상으로 모유 수유의 효과를 분석했다. 비만, 애착, 순응, 어휘, 학업성취도, 천식 등의 11개 항목 중 10개 항목에서 모유 수유의 장기적인 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모유의 이점이 발견된 1개 항목은 천식 발병 가능성이다.

연구를 이끈 신시아 콜렌 교수는 “모유의 장점을 강조한 기존 연구 중 일부는 사회경제적 상황에 의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유 수유의 이점이 과장된 부분이 있다”며 “모유 수유의 장기적 이점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면 우리는 ‘모유 수유가 산모에게 어떤 스트레스를 주는지’와 같은 다른 중요한 부분을 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모유 수유의 주요 장점으로 꼽히는 ‘경제적이다’라는 통념에 의문을 제시한 연구도 있다. 오늘날 대다수 여성이 직장과 모유 수유를 양립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이 연구에서 연구진은 청소년 종적 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6개월 이상 모유 수유를 한 산모가 모유 수유를 하지 않거나, 더 짧은 기간 모유 수유를 한 산모에 비해 더 심각한 수입 손실을 겪는다고 분석했다. 비용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 분유와 달리 모유는 엄마의 몸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공짜’라고 여기는 기존 통념에 의문을 던지는 연구다.

 

어떻게 먹일지도 중요한 고민 요소

▲ 모유나 분유 여부가 아닌 수유를 진행하는 방식이 아이의 지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결국, 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건 산모와 아이의 몫이다. ⓒPixabay

임신과 출산을 겪은 여성의 가슴은 결코 예전과 같은 형태일 수 없다. 산모의 몸에 생기는 변화인 만큼 모유‧분유 수유를 결정하는 것은 주변 사람이 아닌 산모와 아이의 몫이다. 주변의 조언이 때로는 육아로 인해 만성피로를 달고 사는 산모에게 피로감을 더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방향을 정했다면 어떻게 수유를 할지도 고려해볼 문제다.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토대로 동료 육아인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2012년 ‘유럽 공중 보건 저널(European Journal of Public Health)’에 실린 연구다. 이 연구에서 연구진은 5~14세의 아동 1만 명을 대상으로 수유 습관에 따른 엄마의 웰빙 그리고 아이 지능 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일정에 따라 규칙적으로 수유한 그룹, 일정을 맞추고자 했으나 실패한 그룹, 아이의 요구대로 수유한 그룹 등 3개 그룹으로 참가자들을 나눴다. 그리고 수유 방식에 따른 이들 산모의 웰빙 및 아이들의 지능 수준을 평가했다.

이 연구의 결과는 상반된 시사점을 준다. 일정에 따라 규칙적으로 수유한 그룹의 산모들은 웰빙 수준이 높게 평가됐다. 피로감은 떨어지고 모성 자신감과 육아의 즐거움은 크게 느꼈다. 규칙적 수유는 산후우울증의 가능성도 낮췄다. 반면, 규칙적 수유를 진행한 아이들의 지능점수(IQ)는 요구에 따라 수유한 아이들에 비해 4~5점 낮았다. IQ 4~5점의 차이를 30명의 어린이로 구성된 학급에 비유하자면, 반에서 중간 정도의 성적을 내는 아이와 10등 내외의 성적을 내는 아이의 차이다. 연구진은 수유 방식이 산모와 아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최초의 연구인만큼,  명확한 연관성을 확인하기까지는 더 많은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육아는 선택의 연속이다. 나의 삶과 아이의 지능을 두고 어떻게 수유를 진행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수유 시간, 수면 등을 기록하는 어플리케이션 ‘베이비타임’을 지워야 할 때일까.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2-09-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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