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프리카에서는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존재는 메뚜기떼’라는 유행어가 돌고 있다. 그만큼 대규모 메뚜기떼가 휩쓸고 지나간 논과 밭이 초토화되다 보니 이 같은 말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규모 메뚜기떼가 아프리카의 논과 밭을 쑥밭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전에도 이런 현상들이 종종 발생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메뚜기떼 공습은 일시적인 곤충의 습격이라고 보기에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메뚜기떼의 습격이 아프리카 지역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도와 중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이제 전 세계가 힘을 합쳐 메뚜기떼의 공습에 맞서야 하는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드론을 사용하여 공중에서 살충제를 살포하거나 메뚜기떼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법 등을 통해 인류에게 도전장을 내민 메뚜기떼를 제압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엄청난 식성으로 사람이 먹을 식량마저 없애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대규모 메뚜기떼는 현재까지 동아프리카와 중동을 넘어 인도 및 중국 등지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UN 산하 국제 금융기관인 세계은행은 피해 규모만 해도 수 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전역을 휩쓸다시피 하고 있는 메뚜기들의 정식 명칭은 ‘사막 메뚜기(Desert Locust)’다. 아프리카에 주로 서식하고 있는 이 메뚜기는 번식력이 대단히 강한 것으로 유명한데, 3개월마다 약 20배씩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막 메뚜기가 공포의 대상인 이유는 눈에 보이는 식물은 모두 갉아먹어 사람들이 먹어야 할 식량을 모두 없애기 때문이다. 메뚜기의 몸무게는 평균 2g 정도로서 매일 자신의 몸무게에 해당하는 식물을 먹어 치울 정도로 엄청난 식성을 자랑한다.

메뚜기 한 마리만을 놓고 보면 이 같은 식성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동할 때 평균적으로 5000만 마리가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것을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메뚜기 5000만 마리가 하루에 먹어치우는 곡식의 양을 식량으로 환산하면 대략 4만 4000명 정도가 먹을 수 있는 양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식성만큼이나 무서운 사막 메뚜기의 특징으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이동 능력이다. 이들의 이동거리는 하루 평균 150㎞ 정도인데, 곤충의 이동거리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거리다.
더군다나 최근 등장한 사막 메뚜기떼는 계절풍을 타고 움직이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메뚜기떼가 계절풍의 힘을 빌려 대서양을 건넌 뒤 중앙아메리카에서 발견되는 사실이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드론이나 추적 프로그램 통해 근본적 방제 작업 연구
메뚜기떼의 습격으로 인한 피해가 아프리카를 넘어 아시아까지 확산되다 보니 과학자들도 이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인도에서 실시한 드론을 활용한 메뚜기떼 제거 작업은 가장 효과적인 방제 작업으로 유명하다.
인도 보건 당국은 계속되는 메뚜기떼 습격으로부터 농작물 피해를 막고자 살충제를 뿌리는 드론을 총 4대 투입하여 일정 부분 효과를 거뒀다고 최근 발표했다. 인도 보건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4대의 드론으로 일정 지역을 점령한 메뚜기떼의 60%를 없앤 것으로 나타났다.
드론을 활용한 살충제 공중살포 방법을 통해서 인도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에 따른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중 하나가 메뚜기의 식품화나 사료화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메뚜기는 몸의 60% 정도가 단백질로 이뤄져 있어서 고단백 식품이나 사료로 만들 수 있다. 과거 우리 조상들도 논에서 잡은 메뚜기를 굽거나 튀겨 간식으로 애용했는데, 단백질 공급이 어려웠던 당시에 메뚜기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그러나 살충제의 대량 살포로 이처럼 메뚜기를 식품이나 사료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 버렸다. FAO도 살충제로 인해 죽은 메뚜기의 몸속에는 독성이 잔류해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먹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살충제로 인한 메뚜기 방제 작업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NOAA의 연구진이 메뚜기 떼를 추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NOAA 연구진이 개발한 메뚜기 떼 추적 프로그램은 하이스플릿(HYSPLIT) 시스템을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이 시스템은 원래 대기확산을 컴퓨터로 예측하는 SW 모델인데, 추적 프로그램에 응용한 이유는 사막 메뚜기떼가 바람과 함께 표류하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NOAA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풍속 및 방향 데이터를 통해 메뚜기의 이동 위치와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메뚜기 떼의 새로운 서식지를 규명하는데도 해당 시스템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렇게 추적을 한다 해도 마땅한 방제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메뚜기 몸에서 나오는 페로몬을 조절하거나 메뚜기만을 죽이는 곰팡이를 이용한 방제 방법이 연구되고 있기는 하지만, 살충제처럼 단 시간에 대량으로 메뚜기를 죽일 수 있으면서도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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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8-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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