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이론적 배경과 미래 방향을 학술적이면서도 친절하게 설명한 ‘마스터 알고리즘’(The master algorithm)이 번역되어 나왔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부제를 달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간의 미래는 절대로 안전하다.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의례적으로 밝은 면, 어두운 면을 기계적으로 대비하는 기회주의적인 태도는 이 책에는 없다.
그럼 일자리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인가? 아니다. 저자는 물론 크게 줄어든다고 전망한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비극이 아니고 축복이다. 머신러닝의 엄청난 발전은 인간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일과 노동(정신노동까지 포함해서)에서 인간을 해방시킨다. 그러다 보니 ‘생계비를 번다’는 말은 미래에는 구시대의 야만적인 유물로 여겨질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신체적인 노동에 이어 정신적인 노동에서 해방된 인간은 자아를 실현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활동하거나, 인간적인 활동에 더욱 몰두할 것이라는 정말 찬란한 장밋빛 결론을 내린다.
이 같은 이야기는 결론 부분에 잠깐 언급한 것이고, 이 책은 머신러닝의 이론적인 배경과 발전과정 그리고 머신러닝의 종류를 진지하게 설명해준다. 머신러닝으로 전공을 삼으려는 사람들에게는 필수적인 서적으로 꼽을 만하다. 일반 독자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그래도 복잡한 수식을 사용하지 않고 재미있게 설명한 것을 생각하면 잠시 어려운 부분을 참고 넘길만한 가치가 있다.
시애틀 워싱턴 대학 컴퓨터과학 및 공학교수인 페드로 도밍고스(Pedro Domingos)는 스페인 출신답게 시종 유쾌하게 써 나간다. 문장 중간에 ‘우와’라는 감탄사를 넣거나 ‘하하하하’라고 써놓아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스포츠로 따지자면 영국 축구나 독일 축구를 보다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팀 경기를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남을 타박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인공지능의 선구자이면서 지식공학(knowledge engineering)의 대표적인 인물인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 MIT 교수가 ‘머신러닝’의 논리를 집요하게 방해한 것을 잊지 않고 이렇게 폄하한다.
“머신러닝의 역사가 할리우드 영화라면 악당은 마빈 민스키다. 그는 백설공주에게 독사과를 주어 가사 상태에 빠뜨린 사악한 왕비다.”
특이점이 온다고 전 세계 독자들을 협박한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에 대해서는 “커즈와일에게는 죄송하지만 특이점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고 한 방 먹인다.
IBM의 음성담당 그룹 책임자인 프레드 젤리넥(Fred Jelinek)이 “내가 언어학자를 해고할 때 마다 음성인식기의 성능이 좋아졌다”고 한 뼈 있는 농담도 책에 집어넣었다. 그러니 세계적인 언어학자인 노암 촘스키(Noam Chomsky)에 대해서 “모든 사람이 놀랍게도 촘스키가 조롱하던 간단한 순차적 머신러닝이 복잡한 지식기반의 시스템을 가볍게 물리쳤다”고 아주 가볍게 처리했다.
머신러닝이 최근 가장 잘 사용된 사례로 저자는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꼽았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가 오바마에게 패한 미트 롬니(Mitt Romney) 후보 진영의 전략과 오바마 대통령 진영의 전략을 비교했다. 롬니 진영은 전통적인 여론조사에 의한 선거전을 폈다.
오바마는 머신 러닝에 의해 매우 치밀한 전략을 세웠다. 오바마는 머신러닝 전문가인 레이드 가니(Ryid Ghani)를 선거본부의 최고 과학자로 썼다. 가니는 정치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분석 작업을 총괄했다. 사회관계망과 시장, 그 외 다양한 데이터 등 모든 유권자 정보를 단일 데이터베이스로 통합했다. 매일 밤 66,000번 모의실험을 해서는 그것을 바탕으로 누구에게 전화를 걸고, 어느 집을 방문하며,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선거운동원에게 지침을 내렸다.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는 그가 요약하는 머신러닝 족집게 과외가 머릿속에 쏙쏙 들어올 것이다.
○ 컴퓨터는 숫자가 전부가 아니라 논리가 전부이다.
○ 과학자가 이론을 만들고 기술자가 장치를 만든다면, 컴퓨터 과학자는 이론이면서 장치인 알고리즘을 만든다.
○ 머신러닝은 다른 알고리즘을 만들어내는 알고리즘이다.
○ 산업혁명은 수공업을 자동화하고 정보혁명은 정신노동을 자동화한 반면, 머신러닝은 자동화 자체를 자동화했다.
○ 컴퓨터와 경쟁하려 하지 말고 컴퓨터를 활용하라.
○ 나는 우리의 새로운 로봇 부하를 환영한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6-11-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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