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해서는 음식을 꼭 먹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을 향한 적당한 식탐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일종의 본능이다. 그러나 종종 음식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며 지나치게 자주, 그리고 많이 음식을 섭취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그저 ‘식탐이 강하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지고, 더 악화되면 질병이 될 수 있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배고픔을 느끼는 ‘프래더윌리증후군’(Prader-Willi Syndrome)을 말한다. 과도한 식욕과 비만, 성 기능 장애 등이 발생하는 유전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1956년 Prader, Labhart, Willi에 의해 처음 보고된 병으로, 15번 염색체의 이상으로 인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희귀 난치병으로 이 병이 발병하는 주요 원인은 아버지로부터 유전이 꼽히고 있다. 15번 염색체의 미세결실이 75%가량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양쪽 부모로부터 하나씩 유전되어야 할 15번 염색체 두 개를 모두 어머니로부터 받게 되었을 때에도 프래더윌리증후군이 발병할 수 있다. 이로 인해서 대뇌의 시상하부에 기능장애가 발생하게 되고, 발병 연령이나 증상은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신생아 시기에는 출생시 체중이 적으며, 근육의 힘이 약해서 젖을 잘 빨지 못하며 목을 잘 가누지도 못한다. 손과 발이 작고, 남자아이의 경우 고환이 음낭에서 만져지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1세까지 지속적으로 잘 먹지 않으며, 체중 또한 잘 늘지 않는다.
발달이 늦기 때문에 또래에 비해 행동발달의 지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2~3세경이 되면 갑자기 식욕이 증가하면서 먹는 양이 증가하고, 음식에 대한 욕구가 매우 강해진다. 종종 사람에 따라 지능 장애가 발생하기도 하며, 일부는 지능이 정상에 가까워서 학습 장애 등이 동반된다.
이러한 소아시기에 체중이 갑자기 증가하면서 소아비만이나 소아당뇨와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더불어 성장호르몬의 결핍 유무와는 관련 없이 성장 장애가 발생하여, 성인이 되어도 키가 작다. 성호르몬의 분비 역시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2차 성징이 잘 오지 않으며, 불임 등이 잘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이 병에 걸린 아이들을 보면 특히 대퇴부, 복부, 둔부의 비만인 경우가 많고 연령이나 체중에 비해서 키가 작은 것이 특징이다. 얼굴에서도 종종 특징이 나타난다. 좁은 이마와 아몬드 모양의 눈, 아래로 처진 입술, 얇은 윗입술, 작은 턱 등도 프래더윌리증후군의 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증상에 대한 치료법만 존재하는 희귀질환
성장 호르몬을 투여하여 키가 작고 근육의 힘이 약한 것을 보완하기도 한다. 실제로 성장 호르몬을 투여 받는 기간 동안에는 키가 잘 자라고 체중이 감소하는 편이지만, 성장 호르몬 투여를 중단하면 다시 증가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치료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과도한 식탐을 보이는 증후군이기 때문에 먹는 것을 줄이거나 체중을 줄이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 증후군의 체중 감량에 좋은 방법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식사 조절이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않으며, 시행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지 않는 것보다는 바람직하기 때문에 냉장고 등에 자물쇠를 채우는 등 아이들의 음식 접근을 막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절제하는 것이 힘들고, 올바른 식사 습관을 가르치는 것은 건강한 아이들에게도 매우 힘든일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성공하지 않는다.
국내연구진, 프래더윌리증후군 치료길 열어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프래더윌리증후군 치료에도 최근 치료법 개발을 위한 단서가 발견되었다. 바로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공학과 도정태 교수와 김민정 교수이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한스 슐러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다.
저널 오브 셀 사이언스(Journal of Cell Science)를 통해 2013년 3월 발표된 이번 논문(“Conversion of genomic imprinting by reprogramming and redifferentiation”)을 통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하여 프래더윌리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의 발현조절 가능성이 밝혀졌다.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는 현실에서 원인유전자의 DNA 메틸레이션(methylation. 메틸화반응)을 조절하는 방식의 치료법 개발의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처녀생식 세포를 역분화하여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유도하고 이를 다시 신경세포로 재분화시키는 과정에서 원인유전자인 Snrpn과 Ndn 유전자 부위의 DNA 메틸레이션 패턴의 변화를 관찰하였다. 그 결과 줄기세포와 같은 만능성을 획득하는 역분화 과정에서 메틸기가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다시 신경세포로 재분화시키는 과정에서도 메틸기가 다시 결합하지 않는 것이 확인되었다. 메틸기가 결합되어 발현이 억제된 이들 유전자가 역분화와 재분화 과정에서 메틸리가 떨어져 나가면서 발현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처럼 역분화와 재분화 과정에서 비활성화 되어 있떤 유전자가 다시 활성화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환자의 피부세포를 분화되기 이전 상태로 되돌린 후 이를 Snrpn과 Ndn이 발현되는 정상적인 신경세포로 다시 분화시켜 이식하면 근본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쥐에서 수행된 연구이지만 임상에 적용될 경우, 유전질환의 치료 연구의 유용한 수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프래더윌리증후군은 증후군을 기르는 부모들이 느끼는 고통이 매우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장호르몬 투여 비용은 한달에 100만원을 훌쩍 넘기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느끼며, 해당 아동이 소외감과 심적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부모 역시 같이 고통을 느낀다.
프래더윌리증후군 아동이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잘 토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들이 급성 복통이나 위 팽창 등을 쉽게 놓칠 수 있다. 따라서 평소보다 배가 많이 부르거나 이상해 보이면 바로 병원에서 진찰을 받는 것이 중요하며,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 이슬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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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4-03-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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