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Citizen Science)’이란 용어가 있다. 전문가와 대중, 학생과 성인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과학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집단 지성’을 통해 과학적인 성과를 이루어나가자는 것이다.
온라인 사이트 ‘주니버스(Zooniverse)’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사이트에서는 2007년 7월부터 ‘갤럭시 주(Galaxy Zoo)’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정체불명의 은하 사진을 보고 일반인들이 은하 모양 등을 분류해나가는 프로젝트였다.
놀라운 성과가 이어졌다. 네덜란드의 교사였던 ‘하니 반 아르켈(Hanny van Arkel)’ 씨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물체를 발견했다. 또 은하 사진 속에 있었던 푸른 얼룩에 대해 천문학자들에게 질의했고, 학자들은 ‘퀘이사에서 나온 빛 메아리 현상’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지역주민들, 생물도감 작성하면서 생물 보존
‘갤럭시 주’에서 성공을 거둔 ‘주니버스’는 현재 우주·기후·야생동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47개의 시민참여과학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의 수 역시 계속 늘어나 현재 100만 명을 훨씬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 ‘시민 과학’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26일 캐나다 ‘인텔리전서’ 지에 따르면 비영리 환경보호단체인 ‘온타리오 네이처(Ontario Nature)'는 지역 주민의 도움을 받아 온타리오 지역의 파충류와 양서류 도감을 작성하고 있는 중이다.
도감을 통해 파충류와 양서류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한 후 이들의 종(種)이 안전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생태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흥미로운 것은 이 프로젝트에 과학자와 비과학자,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해변이나 호수 지역 등을 탐사하면서 자연생태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파충류·양서류의 사진·동영상, 실태보고서 등을 작성하고 있다. ‘온타리오 네이처’에 따르면 현재 전체 파충류의 75%, 양서류의 22%의 리스트를 작성했다.
그중에는 코러스 프록(chorus frog), 스프링 피퍼(spring peeper)처럼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개구리·두꺼비 종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 생태계 파괴로 멸종 위기에 처한 종들도 다수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엠마 호리건(Emma Horrigan) 씨는 “봄이 되면 많은 주민들이 즐겁게 자연탐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충류와 양서류는 지구 생물 가운데 심각한 멸종 위협을 받고 있는 동물 군이다.
통계에 따르면 파충류의 20%, 양서류의 40%가 자연생태계 파괴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온타리오 주민은 3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첨단 과학 분야에서도 ‘시민과학’ 채용
이들 자발적인 과학자들을 통해 그동안 29000여건의 탐사여행이 이루어졌으며, 35만 여건의 탐사 결과가 보고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시민들은 ‘온타리오 네이처’의 사이트 (ontarionature,org)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도 새로운 위성 개발을 위해 ‘시민과학’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NASA는 지난해 1월 토양수분을 관측하는 전용 위성인 'SMAP'을 발사한 바 있다. 지구 토양의 표층 5cm까지 수분을 측정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수집된 자료는 기상예보와 함께 기후에 민감한 농업인들의 농사 정보로 제공된다. 이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NASA는 위성에서 수집된 정보가 어느 정도 정확한지 확인해야 했다. 농업인들과의 정보 교환이 절실한 과제였다.
26일 필라델피아 지역 인터넷 ‘필리닷컴(pilly.com)’에 따르면 NASA는 현재 시민과학 활동을 하고 있는 ‘사이스타터(SciStarter)’와 협력해 광범위한 지역에 산재해 있는 농민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위성 자료를 기반으로 기후환경에 따라 농토가 어떤 변화를 하고 있는지 정밀 데이터를 산출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들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농업 등을 위한 자료로 재탄생하게 된다.
'그레이트 선플라워 프로젝트(Great Sunflower Project)'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해바라기를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시민들에게 제공된 해바라기 씨를 심은 후 자라는 과정을 보면서 꽃가루를 실어나르는 곤충 등이 얼마나 찾아오는지 관찰하는 일이다.
최근 꿀벌이 크게 줄어드는 등 생태계가 나쁜 쪽으로 변화하면서 생태계 변화를 우려하는 시민들이 다수 참여해 그 원인을 밝혀내고 있는 중이다. 최근 들어서는 IT 관련 시민과학 단체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페이스토포(FaceTopo)’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휴대폰을 통해 세계 전역에 있는 시민들로부터 사람의 얼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자신의 얼굴을 촬영해 웹에 올리는 단순한 일이지만 이 정보를 통해 1만 개의 안면 모델 정보를 구축할 계획이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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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4-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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