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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9-03-22

뇌과학자가 ‘자유의지’를 규명한다 철학적 논란 잠재울 뇌신경철학 탄생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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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적인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생각과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자유 의지(free will)’라고 한다.

철학자들은 지난 수천 년간 사람이 자유 의지를 갖고 있는지를 놓고 논쟁을 벌여왔다. 1980년대 들어서는 이 논쟁에 뇌과학자들이 뛰어들었다.

그리고 30여 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철학자들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자유 의지의 메커니즘이 너무 복잡해 그 내용을 밝히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 그리고 지금 자유의지의 근원을 밝히기 위한 새로운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뇌과학자들이 철학자들과 협력해 수천년간 논란의 중심이 돼왔던 '자유 의지'의
뇌과학자들이 철학자들과 협력해 수천년간 논란의 중심이 돼왔던 '자유 의지'에 대한국제 공동 융합연구를 시작했다. 사진은 사람의 뇌세포. ⓒWikipedia

17개 대학 뇌과학자‧철학자 융합연구 착수

22일 ‘사이언스’ 지는 17개 대학의 뇌과학자들과 심리학자, 철학자 등이 참여하는 다국적 융합연구가 큰 기대 속에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 프로젝트 시행은 지난 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채프먼 대학 뇌 연구소(Brain Institute)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International Conference on the Neuroscience of Free Will)에서 결정됐다.

40개 대학에서 온 90명의 학자들은 뇌과학‧철학 간 융합연구를 통해 자유 의지를 규명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하는데 합의했다.

연구책임자로 채프먼 대학의 뇌과학자이면서 심리학자인 우리 마오즈(Uri Maoz) 교수를 선정했다. 그는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로운 노력을 기울여 미래 자유 의지 연구에 변화를 도모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융합연구를 표방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에는 700만 달러가 투입되고 있다. 연구는 두 가지 질문에 집중되고 있다.

하나는 무엇이 자유 의지를 갖게 하는지 그 근원을 밝혀내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그 근원이 무엇이든지 관계없이 실제로 사람이 자유 의지의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인지 그 여부를 확인해나가는 일이다.

자유의지에 대한 존재 여부는 종교, 윤리, 법, 과학 등 현대 사회를 이끄는 주요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종교적으로 보면 사람이 자유의지를 갖는다는 것은 전지전능한 신과 대등한 관계에서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신에 대한 모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윤리 분야에서 보면 자유의지는 사람이 자신의 행동에 윤리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법적인 면에서 보면 자유 의지는 사람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묻을 수 있는 근거가 되고, 감옥에서 사회로 복귀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정상적인 삶을 기대할 수 있는지 그 잣대가 될 수 있다.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자유 의지가 인간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인간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철학적 질문에 대해 실험 전개할 계획 

뇌과학자들이 자유 의지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3년이다.

당시 심리학자인 벤자민 리벳(Benjamin Libet)은 뇌 연구를 통해 RP(readiness potential)라는 뇌파가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과 같은 행동이 있기 전 먼저 나온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리벳의 주장은 데카르트 이후 이어져 내려온 인간을 기계로 보는 기계론적 접근 방식에 반하는 내용이었다. 이후 많은 논란이 벌어졌다.

한쪽에서 리벳의 연구 결과를 자유 의지의 존재를 입증하는 증거로 채택한 반면, 기계론적으로 인간의 의지를 해석해오던 특히 행동주의 과학자들에게는 리벳의 연구 결과가 허구임을 증명해야 할 큰 도전적 과제였다.

이번에 새로 시작된 공동연구는 그동안 벌어졌던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17개 대학에서 온 8명의 뇌과학자, 9명의 철학자들이 참여해 이전보다 더 정교한 내용의 질문을 제시하고, 뇌과학 등 첨단 과학을 통해 철학적으로 고지된 질문들에 대해 실험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연구팀은 4년간 존 템플턴 재단(John Templeton Foundation), 페처 연구소(Fetzer Institute) 등과 협력해 사람의 뇌가 어떻게 의사 결정과 행동을 의식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지 밝혀낼 계획이다.

관계자들은 연구가 성공을 거둘 경우 ‘자유의지에 대한 뇌신경철학(neurophilosophy of free will)’이란 새로운 학문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장으로 선출된 우리 마오즈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 성과와 관련, “벤자민 리벳이 논문을 발표한 이후 1000편에 달하는 후속 논문이 새로 발표될 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자유 의지가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학적인 검증을 하는데 실패했다”며 “이번 융합 연구를 통해 자유 의지의 대한 근거를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향후 수행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리벳의 연구 유형을 넘어서는 일”이라며, “리벳을 넘어서기 위해 자유 의지의 존재 여부를 묻는 단순한 질문보다  더 정교한 질문들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9-03-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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