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공유하우스, 다공간 거주 등 주거 문화가 바뀌고 있는 가운데 기술이 부동산 시장 생태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부동산에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프롭테크(proptech)는 이미 미국, 유럽에서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이 흐름이 조만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9일 한국부동산개발협회(회장 문주현)는 역삼동 카이트빌딩에서 ‘주거 공간 트렌드 및 프롭테크 발전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는 최근 부동산 시장의 뚜렷한 변화로 떠오르고 있는 프롭테크의 현황 및 전망이 소개됐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부동산 정보 서비스 업체 직방 안성우 대표는 "이미 해외에는 1000개 이상의 프롭테크 업체가 등장했으며 이 분야에 들어온 투자금만 해도 2016년 기준 2조원이 넘는다"며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에서는 아직 프롭테크가 본격화하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서, 그간 전통적인 로우테크, 공급자 중심 산업에 속했던 부동산 분야에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것이다.
프롭테크는 2010년 이후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빅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 VR, 드론, IoT, 모바일 채널, 블록체인 등 최근 각광받는 모든 신기술을 총망라하고 있다.
SW정책연구소는 "기존의 부동산 정보는 폐쇄적, 비대칭적이었다"라며 "스마트 기기의 접근성 강화 등을 통해 이런 정보가 점차 공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영국에서는 이미 유니콘 기업도 다수 배출
미국과 영국, 중국에서는 이미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프롭테크 기업들이 다수 출현했다.
안 대표는 "현재 미국에 500여 개, 영국에 500여 개 등 두 나라만 해도 1000개 이상의 프롭테크 업체가 등장해 혁신 경쟁을 하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은 부동산 전문기업이 아니라 비부동산 분야, 즉 기술 분야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기존 부동산 업체들도 뒤늦게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스타트업에 대한 지분 투자, M&A 등의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013년 114건, 4억 5100만 달러 규모에서 2016년 277건, 26억 9800만 달러로 그 규모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현재 기업가치가 10억 달러가 넘는 유니콘 기업도 다수 등장했다. 100억 달러의 평가를 받고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 기업인 위워크(WeWork), 30억 달러에 이르는 부동산 판매 업체 오픈도어(Opendoor), 23억 달러에 이르는 인테리어 업체 하우즈(Houzz)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텐엑스(12억 달러), 중국의 팡닷컴(30억 달러)이 포함된다.
영국 최대 온라인 부동산 포털 회사인 라이트무브(Rightmove)는 엄청난 영업이익률로 유명하다.
2017 회계년도 매출 2억 4327만 파운드(약 3500억원) 가운데 영업이익이 1억 7830만 파운드로 이익률이 73%에 이른다. 100원 팔면 73원을 남기는 구조인 셈이다. 라이트무브는 핼리팩스 등 영국의 4개 부동산 기업이 합작한 회사로 매물 정보를 제공하며 주택가격지수도 발표하고 있다.
미국의 1위 부동산 정보 업체 질로우(Zillow)는 1억 세대가 넘는 주택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부동산 가치 측정 툴인 제스티메이트를 개발해 가격을 예측해준다. 2016년 매출이 8억 5000만 달러(약 9500억원)에 달하며 현재 나스닥에 상장돼있다.
아직 프롭테크 기업의 영역은 부동산의 4대 영역 가운데 비교적 단위가 작은 중개 및 임대 부분(개별 부동산에 대한 매물 정보 등재에서부터 데이터 분석, 자문, 중개, 광고 및 마케팅 등)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프롭테크 열풍은 점차 부동산 관리(IoT, 센서기술 등 스마트 부동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임대 및 건물 관리 서비스), 프로젝트 개발(건설, 인테리어 디자인, VR/3D 등), 투자 및 자금조달(핀테크 기술이 부동산 시장에 도입된 것으로 크라우드펀딩과 개인금융 분야로 구성) 분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 등 아시아권은 초기 단계... 곧 바람 불 듯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은 아직 프롭테크 시장이 초기 단계로 기업 수도 많지 않고 인식 확산도 더딘 편이다.
안 대표는 "영국에서 열린 프롭테크 관련 행사에 참가했는데 매우 성황이었다"며 "그러나 방문객 1000여 명 중 아시아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겨우 10명 정도여서 '아직은 기회가 많겠구나' 생각했다"고 밀했다.
정책의 입김이 강한 국내 부동산 시장의 특성에다 부동산 산업 내 업권 간 겸업 금지, 정부출자 벤처펀드의 부동산에 대한 투자제한 등도 제약 요소로 꼽힌다. SW정책연구소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 프롭테크 시장에 진출한 국내 업체는 30~40개 정도이다.
부동산114, 알투코리아, 네이버 부동산이 1세대 서비스라면 모바일 앱을 통해 등장한 직방과 다방, 호갱노노 등은 2세대 프롭테크 업체로 시장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임대용 부동산을 VR 서비스로 제공하는 큐픽스나 토지 개발 솔루션 업체인 스페이스워크, 임대 분야의 알스퀘어, 부동산 개발자금 중개기업 테라펀딩 등은 주목받는 3세대 기업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직방은 국내 프롭테크 시장의 대표주자다. 원룸 부동산 시장을 실데이터에 기반해 앱으로 서비스해 큰 인기를 끌었으며 현재 2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웹기반 기존 온라인 서비스와는 달리 직방이나 다방과 같은 모바일 앱 서비스는 사용자의 프로파일, 직장이나 집의 위치, 관심 지역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축적된 데이터 파워가 매우 강력하다.
직방은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6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도 거뒀다. 또 호갱노노를 인수하고 큐픽스에 투자를 하는 등 시장 보폭을 넓히고 있다.
프롭테크 기업으로서 기술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올해 초 빅데이터랩을 신설했으며 기계학습 알고지즘 개발에 연간 수십 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1년 반 이상 준비해온 부동산 가치평가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안대표는 "질로우처럼 실거래가와 예측가의 오차율을 5%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제 프롭테크를 바탕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지난 10년간 국내 주거 공간 트렌드를 조사, 발표하고 있는 피데스개발의 김희정 상무는 "모든 기술은 집으로 모이는 플랫홈(platform+home)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주거 시장에 AI, VR, MR, 3D프린팅, IoT, 드론, 스마트시티, 클라우드, 5G, 빅데이터 등의 기술들이 총결집하면서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조인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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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8-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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