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런던으로 날아가 거래처 직원과 함께 회의를 겸한 점심식사를 한다. 잠시 후 공급계약을 마무리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서울에 돌아온 A씨는 가족과 함께 오붓한 저녁 식사를 즐긴다.
지금으로서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만날 법한 상황이지만, 앞으로 10년 안에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하5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극초음속(hypersonic) 항공기의 등장으로 전 세계가 ‘1일 생활권’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하5 엔진이 개발되면 뉴욕에서 런던까지 90분 걸려
극초음속 항공기를 개발하고 있는 곳은 미국의 항공우주 전문기업인 허미어스(Hermeus)와 신흥 항공우주 스타트업인 엑소소닉(Exosonic)이다.
두 기업 모두 초음속 항공기 제작을 목표로 설립되었는데, 특히 허미어스의 경우 미 공군과 함께 마하5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항공기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허미어스가 공개한 극초음속 항공기의 성능을 살펴보면 20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규모에 뉴욕과 런던 간 항로를 약 90분 정도에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 하미어스는 최근 그동안 개발했던 시제기(prototype) 개념의 마하5 엔진 가동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항공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마하 5엔진의 시험 가동에 대해 허미어스의 공동창업자인 ‘스카일러 슈포드(Skyler Shuford)’ 최고집행책임자(COO)는 “우리의 목표는 기존 항공기보다 압도적으로 빠르면서도 제작비용은 더 저렴한 극초음속 항공기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허미어스는 마하 5엔진 개발을 불과 9개월 만에 마쳤고, 개발비도 200만 달러 미만으로 대폭 낮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지상에서의 엔진 가동과 항공기에 엔진을 장착하여 창공을 비행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항공대의 ‘폴 브루스(Paul Bruce)’ 교수는 “과거에도 스크램 제트 같은 첨단 엔진을 이용하여 소형기나 미사일을 극초음속으로 비행시킨 사례는 있지만, 규모가 큰 여객기가 극초음속으로 날기 위해서는 여러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허미어스처럼 극초음속 비행은 아니지만, 엑소소닉의 경우 마하 1.8의 속도로 날 수 있는 초음속 항공기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첫 작품으로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을 초음속으로 비행하도록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빠르면 2025년 경에 초음속 에어포스원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개발사 측의 설명이다.
엑소소닉이 개발 중인 여객기 규모의 초음속 항공기는 70명의 승객을 태우고 서울에서 워싱톤까지의 거리를 약 5시간 만에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과거 초음속 항공기였던 콩코드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소음을 최소화하는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엑소소닉 역시 허미어스처럼 미 공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개발 현황을 살펴보면, 저소음화 기술 완성 시 지상의 주민들에게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상공을 음속의 약 2배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폭발식 엔진 개발되면 마하17 비행도 가능
허미어스가 개발 중인 마하5 엔진의 테스트에서 알 수 있듯이 극초음속 비행의 관건은 엔진 성능에 달려있다. 따라서 전 세계의 학계와 산업계는 극초음속 비행에 적합한 엔진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극초음속 비행에 적합한 엔진 개발을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적용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미 센트럴플로리다대의 ‘카렘 아흐메드(Kareem Ahmed)’ 교수가 개발 중인 하이퍼리액트 (hyper react) 엔진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하이퍼리액트 엔진을 한 마디로 규정하자면 폭발 현상을 이용한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아흐메드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과거 개발했던 폭발식 엔진인 OWDE(oblique wave detonation engine) 엔진을 보완하여 하이퍼리액트 엔진을 개발했다.
폭발은 여러 가지 연소 현상 중에서도 가장 격렬한 형태로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오래전부터 로켓 엔진 및 항공기 엔진 분야에 폭발 현상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인위적으로 폭발 반응을 제어하기 어려워 상용화 단계까지로는 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센트럴플로리다대 연구진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폭발 반응을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하이퍼리액트 엔진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엔진은 혼합챔버(mixing chamber)와 CD노즐 (converging diverging nozzle), 그리고 테스트 구획(test section)의 세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에서 극초음속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곳은 CD노즐과 테스트 구획이다. CD노즐의 내부 공간은 처음에는 9mm 정도로 좁아진 후 다시 45mm로 넓어지면서 연료가 혼합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연료가 혼합된 후에는 테스트 구획에서 연속적인 사선 폭발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때 테스트 구획에서의 혼합 연료 속도가 마하5에 달한다는 것이 아흐메드 교수의 설명이다.
아직은 보완할 점이 많지만 연구진은 제어가 가능한 폭발식 엔진이 개발된다면 무려 마하17에 달하는 극한의 속도를 자랑하는 비행체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지상에서 엔진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기 때문에 실제 비행 과정에서 그런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과거의 엔진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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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5-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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