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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임동욱 객원기자
2012-11-29

극미량의 방사능도 안전하지 않다 통계학 모델로 과거 연구 재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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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적은 양의 방사능만으로도 사람과 동식물에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방사능만으로도 좋지 않은 영향력이 뚜렷하게 발생했다.

▲ 극미량의 자연방사능도 사람과 동식물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ScienceTimes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생물학과의 티모시 무쏘(Timothy Mousseau) 교수와 프랑스 파리남부대 생태·시스템·진화연구소의 안더스 묄러(Anders Møller) 연구진은 지난 40년 동안 각국에서 조사된 방사능 피폭 연구를 수집해 통계학 모델로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방사능 피폭에 ‘안전한 수치’는 있을 수 없으며 미량의 방사능에도 인체와 동식물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결과는 ‘다양한 자연방사능이 인간, 동물, 기타 유기체에 미치는 영향(The effects of natural variation in background radioactivity on humans, animals and other organisms)’이라는 논문으로 정리돼 학술지 ‘생물학 리뷰(Biological Reviews)’ 최근호에 게재됐다.

미량의 자연방사능도 유기체에 부정적 영향 끼쳐

특정 원소의 원자핵이 붕괴하면서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전자기파의 일종을 ‘방사선(radiation)’이라 하며 그 성질을 ‘방사능(radioactivity)’이라 부른다. 방사능은 유기체의 DNA나 유전자를 변형시켜 각종 질병을 유발하고 돌연변이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사능 하면 원자로에서 조작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인공방사능을 떠올리기 쉽다. 세슘, 플로토늄, 스트론튬 등의 물질을 내뿜는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인공방사능이 다량으로 방출돼 위험을 초래한 사례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자연방사능도 있다. 라듐, 우라늄, 칼륨40 등 자연 상태의 물질이 지구 곳곳에서 방사능을 뿜어낸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상생활에서 시간당 50~300나노시버트(nSv/h)의 자연방사능을 쬔다.

자연방사능은 그 세기가 미미해 지금까지는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미국과 프랑스 공동연구진이 지난 40년 동안의 자연방사능 연구결과 46건을 재조사하자 의외의 사실이 드러났다. 극히 미미한 양의 자연방사능이라도 인체와 동식물 등 유기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다.

연구진은 이란 람사르, 케냐 몸바사, 프랑스 로데브, 중국 양장 등 세계 각국에서 진행된 연구결과를 수집했다. 이들 연구는 땅속에 광물 형태로 존재하는 자연 상태의 방사능 중에서 높은 수준으로 방출되는 경우를 조사했다. 예전에는 영향력을 조사할 만한 표본이 충분하지 않아 인체나 동식물에 유해한지를 결론 내릴 수 없었다.

그러나 통계학을 이용해 여러 연구결과를 종합하자 유의미한 수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모집단과 대조군을 동일한 수준으로 재설정하고 각 논문이 밝혀낸 방사능 수치 간의 효과크기를 정량적으로 재평가했다. 또한 직접적인 데이터 비교를 통해 기준이 될 만한 검정통계량을 찾아냈다.

통계학 모델 만들어 논문별 데이터 직접 비교

일부에서는 기존 방사능 연구가 동식물이나 세균에 국한돼 인간의 피해 여부를 측정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연구진이 수집한 데이터는 동식물보다 인간의 변화를 기록한 자료들이 더 많다. 유전자의 손상, 다운증후군 등 질병의 유행, 자손에서 나타나는 성 비율 차이 등 여러 가지의 가능성이 조사됐다.

무쏘 교수는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발표자료를 통해 “기존 과학계에서는 ‘명확한 영향력이 보이지 않는다’, ‘관측된 데이터가 작고 국소적이다’, ‘저수준 방사능에서는 인체에 대한 부정적 효과를 발견할 수 없다’는 반박이 많았다”면서도 “기존 자료를 종합적으로 재분석하는 메타분석 실시 결과, 인체에 대해서도 방사능의 부정적인 영향력이 현저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 통계학으로 산출된 방사능의 효과크기. (A) 전체 사례 (B) 동물 (C) 돌연변이 (D) 질병 관련 데이터 모두 부정적인 영향력이 발견되었다. ⓒBiological Reviews

이번 분석이 밝혀낸 중요한 사항 중에는 “극미량의 방사능도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도 포함되었다. 기존에는 일정 정도의 자연방사능은 인체에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고 주장되어 왔다. 오히려 ‘미량의 방사능은 인체의 생리활동을 촉진한다’는 방사선 생체응내성(Radiation Hormesis) 이론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는 ‘일정 수준의 문턱을 넘지만 않으면 위험하지 않다’는 기존의 통념이 잘못됐음을 보여주었다. 아주 작은 양의 방사능이라도 전혀 쬐지 않은 것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방사능 수치가 높아질수록 피해 정도도 0에서부터 문턱 없이 일직선으로 그려진다 해서 ‘문턱 없는 선형 모델’ 이른바 선형무역치(LNT) 이론을 증명했다.

무쏘 교수는 “방사능의 양이 아무리 작아도 통계상에는 분명한 피해 결과가 나타난다”며 “원자력발전소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공항 검색대 등으로 인한 방사능 피폭의 국제 기준을 새롭게 다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동욱 객원기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2-11-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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