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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객원기자 공채영
2005-11-27

그리스 미술에서 찾은 과학과 예술 그림에서 찾는 과학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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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예술을 찾는 여정 중 그리스 시대에 잠시 머물러 보자. 그리스 시대는 지금과 같은 의미로 예술을 정의하지 않았다. 그들은 예술을 테크네(techne), 즉 합리적 규칙에 따르는 자기표현의 추진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시 예술은 회화나 조각뿐만 아니라 합리적 제작규칙을 가진 모든 활동을 포함했다. 예를 들어, 의자나 가구를 만드는 수공업을 비롯하여 학문 활동도 예술에 포함되었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가 “모든 테크네의 본질은 예술 작품의 근원을 이해하고, 그 배후에 있는 기법과 이론을 연구하며, 창작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든 사람 안에 있는 원리를 발견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예술은 단순히 제작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정신적, 상징적 의미도 함축했다.


다양한 의미를 가진 예술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 기원을 찾고 있다. 유희 기원설에 기반한 예술은 한가한 시간에 유희를 즐기는 활동이었고, 노동기원설에 기반한 예술은 노동에서 기원한 활동이었다. 가장 잘 알려진 주술적 신앙에 기반한 예술은 동굴벽화에 그려진 제사장의 모습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기도하고 소망하는 활동이었다. 이처럼 예술은 모든 지식, 정신적, 신체적 준비와 훈련이 집약된 모습이었다.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의 생활환경에 맞춰서 이집트인들과 다른 형태의 예술을 발전시켰다. 이집트인들은 광활한 사막이 있는 척박한 곳에 살면서 내적 불안감을 많이 느껴서, 그들의 그림은 여러 각도에서 보았던 시각적 정보를 분석해 사물의 본질적 특징을 드러냈다. 즉 이집트인들은 정면성의 법칙에 따라 여러 시점으로 사물들을 정면으로 그려 인간의 모습을 본질적이고 변하지 않은 형태로 남기고자 했다. 이것은 이집트인들이 우연적이며 일시적인 인물의 동작이나 자세에 대해서 별 의미를 두지 않았고, 추상적이며 기하학적 양식을 추구한 것에서 읽을 수 있다.


초기에 그리스인들은 이집트의 추상적 양식을 따랐으나, 마라톤 전투에서 페르시아군을 물리쳐 경제적, 정치적으로 번영을 누리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또한 이집트인들과 달리 그리스인들은 축복받은 땅에서 살았기 때문에, 인간과 자연 사이의 조화를 중시했다. 그래서 그리스인의 그림은 인간과 자연 사이에 존재하는 범신론적 친화관계를 추구했다. 마지막으로 그리스인들은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다"라는 프로타고라스의 철학을 배경으로 발전했다. 이 사상은 이성적인 회의와 현상유지에 대한 도전을 강조했던 다른 철학자들의 사상과 결합해 지적이고 예술적이며 창조력이 넘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했다.


창조력이 넘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그리스 미술은 시기에 따라서 다양한 양식을 선보였다. 초기 그리스 미술은 이집트의 영향으로 동물과 인간을 단순화하고 기하학적으로 표현하는 기하학적 양식을 따랐다. 이것은 사실적 비례를 추구하는 아르카익 미술(Archaic)의 출현에서 살펴볼 수 있다. 아르카익 미술에서 젊은 남성 누드상인 코우로스와 옷 입은 소녀상인 코레는 인체를 조각한 초기 환조로 이집트의 경직스러움을 그리스적인 ‘아르카익 미소’로 표현했다.


이후 고전주의 미술과 헬레니즘 미술을 거치면서, 그리스 미술은 형식과 조화에서 이상적인 인간상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그리스 철학이 사고의 명석함과 조화를 강조하듯, 그리스 미술은 균형미를 통해서 신의 위대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오늘날 남아 있는 그리스 미술 작품은 없으나, 문헌들을 통해서 그리스 미술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문헌에 따르면, 당시에 위대한 조각가인 페이디아스는 파르테논 신전의 조형물을 제작하는 일에 참여했다. 그는 지금은 남아 있지 않은 파르테논 신상 안치실에 놓여 있던 금과 상아로 장식된 아테나상, 제우스상 등 거대한 청동상 등을 제작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신의 위대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무엇보다도 그리스 미술이 추구한 회화의 사실적 세부 묘사는 도자기에 그려진 인물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도기화의 주된 주제는 그리스 신화 속의 신과 영웅들의 이야기, 전쟁이나 잔치 같은 현세적인 주제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와 같은 내용은 도기화의 제작에 쓰인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서 표현되었다.


그리스 도기화는 제작 방식에 따라서 흑색상 기법의 도자기와 적색상 기법의 도자기로 나뉜다. 초기에 흑색상 기법의 도자기가 유행했다. 이 기법은 인물 그림들을 대담하고 뚜렷하게 보이기 위해서 처음에 실루엣으로 그린 후 내부 표시점을 새겼고, 새김선을 따라 검은색 물감을 주입해 윤곽선을 뚜렷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기법은 이야기를 보다 생생하고 실감나게 전달하려는 목적에서 시작했으나, 새로운 기법이 출현하면서 퇴조했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은 전통적인 색채도식 방법인 흑색상 기법을 새롭게 발전시켰다. 그들은 인물들을 점토의 자연색으로 남겨 두고 배경을 검은색으로 칠하는 적색상 기법을 창안한 것이다. 이 기법은 색채 사이의 강한 장식적 대비효과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붓을 사용해 큰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해부학적 묘사는 더욱 생생해졌고, 의복의 선은 더욱 부드러워져 도기화 내 그림들은 여유를 느끼게 했다.


특히 그리스 미술에서 과학의 의미는 신화적 요소가 결부되어 표현되었다. 주물 작업을 묘사한 그리스의 도자기 그림은 그것을 잘 보여준다. 그리스의 신, 헤라이스토스(로마신화에서 불카누스)는 태어나면서부터 절름발이였는데, 금이나 놋쇠로 물건을 만드는 것이 그의 특기였기 때문에 땅의 창자에서 불을 빼와 금속을 녹였다. 또한 헤파이토스는 제우스의 번개와 벼락을 제공하는 키클롭스를 조수로 삼아 금속을 벼리던 대장장이의 신이었다. 도자기 그림은 최고의 대장장이(헤파이토스)와 아프로디테(비너스)가 서로 결합하는 모습을 통해서 과학과 미의 결합을 상징하고 있다.


그리스 미술은 예술의 의미처럼 무엇인가를 만드는 활동으로 과학을 표현했고, 과학은 신화속 인물을 통해서 미와 결합했다. 그것은 창의로운 사고에 기반한 과학과 미, 즉 과학과 예술이 하나임을 상징했다.

객원기자 공채영
저작권자 2005-11-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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