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평창의 리히터 규모 4.8 지진을 비롯해 2004년 경북 울진 해안의 5.2 지진, 2003년 백령도 서남쪽 해역 5.0 지진 등 실제 피해를 주기 시작하는 5.0 내외의 지진이 한반도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도시 초고층 건물들은 과연 지진에 안전할까? 국내 건설전문가가 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다.
이규재 삼성물산 건설부문 부사장은 한국공학한림원이 지난 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56차 CEO포럼에 참석, 국내 초고층 건물의 안전도 및 향후 기술발전 방향 등을 소개했다.
지진하중, 풍향하중 고려 설계
「초고층건축의 과거, 현재와 미래」란 주제로 강연에 나선 이 부사장은 "강남 타워팰리스, 목동 하이페리온와 같은 50층 이상 국내 초고층 건물들은 내진설계가 되어 있어 리히터 규모 6.0-6.5 이상에서도 안전하다"며 "이들은 지진하중, 풍향하중 등을 고려해 설계됐다"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는 지질 구조상 울산/포항 지역, 홍성/평창 지역, 황해도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지진이 잦고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지반이 안정하다”고 덧붙였다.
9.11테러로 사라진 미국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대해 이 부사장은 “이 빌딩은 내화성이 있는 철골구조로 돼 있었는데 충돌한 비행기의 제트항공연료가 내뿜는 불에 의해 녹아내리면서 마치 폭파공법처럼 무너져 내렸다”며 “이 사건 후 세계 초고층 건물은 철골구조에서 콘크리트복합구조로 변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별도 피난층도 설치하는 추세
그는 또 “9.11 사건 이후 건물 설계에서 별도의 피난층이 도입되는 추세”라고 했다. 피난층이란 초고층 건물의 특성상 긴급상황시 1층이나 옥상층으로 대피가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건물 중간중간에 확보되는 대피장소를 뜻한다. 화재사고 등에 대비해 홍콩은 20층 또는 25층 단위로 피난층을 설치하고 있다. 각종 안전장치가 설치된 피난층은 아예 아파트를 넣을 수 없는 빈 공간으로 사고 발생시 대피시설로 활용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관련 규정이 없다.
이와 함께 “초고층빌딩 디자인 기술도 첨단화되고 있다”고 지적한 이 부사장은 “컴퓨터 설계가 일반화되면서 꽃과 같은 모양의 외관 디자인은 물론 건물을 비틀고, 꼬고, 꺾는 기하학적 모양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건설을 계획 중인 중동 아랍에미레이트(UAE)의 인피니티 타워나 오션 하이츠 빌딩, 터키 이스탄불의 두바이 타워 등이 대표적인 사례.
“초고층 건물은 과거 미국의 전유물이었으나 이제는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고 역설한 그는 “1909년 50층 높이의 메츠라이프 빌딩이 뉴욕에 들어선 후 1974년 110층(442m)의 시카고 시어스타워가 지어지기까지 미국은 70년 이상 세계 최고층빌딩 기록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1998년 말레이시아에서 452m의 페트로나스 쌍둥이 타워가 완공되면서 시어스타워는 최고에서 밀려났다는 것. 더욱이 지난 2003년 대만에 508m 높이의 세계 최고층 빌딩인 TFC 101빌딩이 들어서며 또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그는 “1900년대 초부터 1992년까지 세계 초고층 빌딩의 80%가 미국에 있었으나 그 이후 전 세계가 초고층 빌딩 건설에 나서 현재 미국 내 초고층 빌딩 비율은 세계 8%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이 부사장은 “삼성건설이 2009년 완공예정으로 UAE에 짓고 있는 버즈두바이가 2009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 중”이라며 “지난해 말 100층을 돌파한 이후 현재 오피스 부문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귀뜸했다.
버즈두바이는 지상 160층 이상, 높이 700미터 이상, 연면적 15만평에 달하는 세계 최고층 건물로 설계돼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발주처는 UAE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에마르(Emaar)개발’로 내년 두바이 신도시 중심부에 버즈두바이가 완공되면 현재 508m로 세계 최고층인 대만 TFC 101빌딩 높이를 200∼300m 이상 뛰어넘는 800m 이상을 기록, 세계 최고의 마천루에 등극하고 두바이경제 개발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게된다.
삼성건설은 세계 최고층 빌딩 건설에 연이어 참여해 왔다.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쌍둥이 타워를 일본 하자마 사와 함께 건설했고, 대만 TFC 101 빌딩의 마감건설도 담당했다. 또한 UAE의 두바이 버즈 타워 빌딩은 단독 시공사로 선정돼 현재 건설 중이다.
이 부사장은 “800m를 넘어설 버즈 타워는 도봉산(740m)이나 관악산(629m)보다 높다”면서 “향후 엘리베이터 기술, 재난방지 기술, 안전 구조설계 기술 등이 발전하면 세계 건설업계는 수천 미터 건물도 지을 날이 멀지 않았다”고 내다봤다.
- 서현교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7-03-14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