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고체연료를 활용하여 우주 발사체를 개발하고 제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우주 발사체의 경우 고체연료 사용을 제한해 왔지만, 앞으로 고체연료 사용이 허용됨에 따라 한국형 발사체 개발이 가능할 전망이다.

고체연료는 신속하면서도 은밀한 용도로 사용 가능
우리나라는 그동안 액체연료만 발사체 연료로 사용해 왔다.
액체연료의 최대 장점은 필요할 때 엔진을 켜거나 끌 수 있어서 발사체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인공위성이나 행성 탐사선을 쏘아 올릴 때 사용하는 대형 발사체의 경우 제어가 상대적으로 쉬운 액체연료를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정밀한 제어가 가능한 만큼이나 설계 과정 및 연료 주입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다. 연료 성분으로는 액체산소와 액체수소, 그리고 사산화질소 등이 사용되는데 액체연료와 액체산화제가 투입되는 공간이 다르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료펌프와 연소실, 분사구 등도 각각 분리해서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설계 및 제작이 보통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또한 액체연료들은 부식성이 탱크 내벽이나 발사체 동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발사를 앞두고 연료를 주입한 채 장시간 대기가 어렵다. 발사가 지연됐을 때 연료를 배출시켜 일정 기간 보관했다가 다시 주입하는 이유는 바로 액체연료의 이런 부식 능력 때문이다.
반면에 고체연료는 정교하지는 않지만, 발사 준비 시간을 액체연료보다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고체연료는 액체와 달리 연료를 충전할 시간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미리 고체연료가 들어있는 발사체를 준비했다가 원하는 발사 장소에 이동해서 쏘기만 하면 된다.

이처럼 고체연료는 신속하면서도 은밀하게 발사가 가능하므로 군사적 용도로 많이 사용돼 왔다. 북한이 최근 들어 탄도미사일의 연료를 고체연료 방식으로 바꾸는 것은 이처럼 신속하면서도 은밀한 발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액체연료는 발사하기 며칠 전부터 연료를 주입해야 하므로 정찰위성 등에 의해 포착되기 쉽지만, 고체연료가 들어있는 미사일은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장착해서 움직이다가 원하는 장소에 도착하여 바로 발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발사 징후를 포착하기 어려운 것이다.
고체연료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액체연료보다 산화 속도가 빠르다. 이는 초반에 많은 연료의 면적을 태울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발사체를 가속시킬 때 주로 사용한다. 단시간 내 가속력을 붙여 발사체가 대기권을 빠르게 벗어나고자 할 때 고체연료를 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고체연료는 미사일같이 일단 발사가 되면 중간에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없는 발사체에 적합한 연료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고체연료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점화가 되면 엔진을 끄는 것이 어려워 추력을 중간에 조절하기 어렵다. 또한 연료에 균열이 생기면 제대로 연소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려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하이브리드 엔진용 연료는 액체연료와 고체연료 장점 활용
모든 기술이 다 그렇지만 장단점이 분명한 제품이나 기술이 나오면 상호 간의 단점을 보완하는 융합제품이나 기술이 탄생하기 마련이다. 액체연료나 고체연료 역시 예외가 아니다. 각각의 기술이 장단점을 갖고 있으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융합 시스템이 탄생했다. 바로 두 연료를 함께 혼합하여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HRE)’이다.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은 한 개의 로켓 추진기관에 액체 산화제와 고체 연료를 모두 싣고 있는 형태의 엔진이다. 액체 산화제를 고체 연료 추진제에 분사시켜 고온 및 고압의 연소가스를 얻는 원리로 이루어져 있다.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안정적인 ‘비추력(specific impulse)’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추력이란 로켓 연료의 성능을 나타내는 기준이 되는 값이다. 연료 1kg이 1초 동안에 소비될 때 발생하는 추력(kg×초)이며, 단위는 초로 나타낸다.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에 사용하는 연료의 비추력을 비교하면 액체연료보다는 낮고 고체연료보다는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의 비추력이 300~400이고 고체 추진 로켓 비추력은 200~270 정도인데, 하이브리드 로켓의 비추력은 275~35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전성 면에서도 하이브리드 엔진에 사용하는 혼합연료는 액체연료에 비해 외부 충격이나 온도 변화에 민감하지 않아서 연료를 보관하는데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하이브리드 엔진에 사용하는 혼합연료는 고체로켓이나 액체로켓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가 극심해질 미래에 대비하는 연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20-08-06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