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의 65세 이상 인구가 지난해 13.1%로 고령화 사회(7% 기준)를 넘어 사실상의 ‘고령사회(14% 기준)’로 진입했다. 2030년 쯤이면 이 연령층이 전체 인구의 20% 정도를 차지해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은 2030년에 60세 이상 인구가 320만명을 기록하면서 10명 중 세 명 정도가 노인인 고령사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매킨지의 세계 소비자 관련 보고서).
고령사회에선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줄고, 반대로 부양해야 할 대상은 늘어나 사회적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들은 가능한 한 일거리를 찾으려 하고, 아프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도 같은 노인이 돌보아야 할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과 적극적인 사회활동 지원이 주요한 사회경제적 과제의 하나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고령자 지원시스템 개발은 국가사회적 이슈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사장 이상천)는 1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생산기술연구원(원장 이영수) 주관으로 ‘고령화시대 안전한 삶, 과학기술로 해결한다’는 주제의 국민안전기술포럼을 열고, 고령화에 따른 노인의 건강과 수발, 이동과 작업장에서의 안전을 위해 개발된 과학기술 성과물을 조명하고, 연구 개발과 확산을 위한 여러 제언을 수렴했다.
먼저 주제 발표에 나선 김홍석 생산기술연구원 청정생산시스템연구소장은 “고령사회로 가면서 노인성 질환의 증가로 의료복지 비용이 증가하고 연금이 고갈되는 등 사회적 비용은 증가하는 반면 생산연령 인구비중 감소 등에 따른 국가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진단하고, “고령화시대의 복지사회 구현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복지기술 융합을 통한 고령자 지원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장은 고령자의 일상생활과 사회활동 지원에 요구되는 안전기술로 질병 등의 예방 · 생활 · 수발 · 이동 · 작업장 안전의 5개 분야를 들고, 국내 25개 정부 출연연구소들이 협업을 통해 안전기술 융합 연구를 활성화함으로써 국가사회적 이슈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매 조기진단에서 ‘치매 백신’ 개발로
패널 발표에서는 5개 안전분야에서 연구 중이거나 산업화가 추진 중인 과학기술 성과물들이 소개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서의 새로운 가능성도 제시했다.
첫번째 패널 발표자인 김동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뇌과학연구소장은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인 치매의 진단과 예방 기술을 소개했다.
KIST 뇌과학연구소는 피 한방울로 치매의 원인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해 올 1월 국내 기업에 기술을 이전한 바 있다. 김소장은 “베타아밀로이드의 응집체를 뇌에서 완벽히 제거하는 물질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형질변환 마우스의 인지능력을 정상수준으로 회복시키는 성과를 거둬 치매의 예방과 치료제 개발에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장은 “앞으로 MRI 등 영상진단시스템과 연계한 통합 조기 진단시스템을 개발하면 치매 가능성을 일찍 알아내 예방과 치료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하고, “아밀로이드 응집체 제거 기전연구를 바탕으로 치매 백신 개발에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체신호 전달 의복으로 환자 관리
이어 이강흥 네무소프트㈜ 대표이사는 고령자나 환자의 옷에 생체신호 센서를 달아 이를 의료진에게 전송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고령자나 환자가 24시간 착용할 수 있는 옷에 체온과 맥박, 혈압을 비롯한 주요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센서를 부착하고 블루투스 통신 모듈을 써서 신호를 전송하면 이를 여러 대의 디바이스에서 받아 처리를 할 수 있다는 것.
이 같은 데이터 프로세싱은 독거노인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낙상 사고나 갑작스런 심 정지, 치매환자의 위치 추적 등 노인들의 안전을 위해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병원에서의 환자 안전관리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 대표는 “전도성 섬유 기술을 이용해 30~40Mbps의 속도로 환자의 생체신호를 간호사 데스크로 직접 전달해 문제 발생시 즉시 의사에게 알릴 수 있다”며, “간호사가 일일이 환자를 찾아다니며 체크할 필요가 없어 중요 환자를 집중적으로 돌볼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수발자 돕는 각종 케어 시스템도 보급 중
고령자를 수발하는 사람의 안전을 고려한 케어 시스템도 선보였다. 현재 고령자의 5~10%는 간병이나 수발이 필요한 사람들로 집계되며, 재택 간병이나 노인복지시설 입소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
고령자에 대한 수발은 식사, 배변, 이동, 목욕지원 등 크게 네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패널 발표자인 김동환 서울과기대 교수(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는 “현재 수발자들은 주로 40~50대 여성들로 육체적 부담에 따라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 적합한 수발 장비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발 안전을 고려한 개발사례로는 수발자가 환자를 일으키고 눕힐 필요 없이 이동이 가능한 리프트, 가변 헤드레스트를 갖춘 주행보조 샤워캐리어, 자동제동장치와 다이내믹 서스펜션 및 각종 센서와 제어장치를 이용한 안전장치 부착 휠체어, 재활운동 코칭시스템 등이 소개됐다.
김교수는 “안전기술을 적용한 고령자 케어 시스템은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아이디어 제품이기 때문에 헬스케어 산업과 연결되면 새로운 ‘창의적 먹거리 산업’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며 “대학의 인력 및 아이디어와 정부 출연연구소의 기술력과 제품화 노하우를 융합시켜 연구 성과를 사업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령자 교통안전 위해 범 출연연 융합연구 필요”
고령자의 교통안전 이슈도 고령화사회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다. 현재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줄어드는데 비해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우리나라의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OECD 평균의 세 배에 달하며, 그중 절반 이상이 보행자 교통사고로 집계되고 있다.
손준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책임연구원은 “노인이 되면 고음 청력이 급감하고 인지능력과 신체 반응 속도가 저하된다”며, “고령자의 교통안전을 향상하기 위해 자동차에 첨단안전장치를 도입하고, 노인들에게는 대응능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여건을 갖추는 한편 교통안전 관련 제도와 안전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연구원은 “EU의 GOAL(Growing older staying mobile) 프로젝트 사례와 같이 노인들이 걷거나 운전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의 여러 이동 요건에 필요한 정보들을 즉시 제공할 수 있는 범 출연연 융합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각종 작업 보조로봇 관리규격 마련 시급”
마지막 발제자인 정성현 현대중공㈜ 상무는 고령 작업자들을 보조하거나 환자들의 재활을 돕는 로봇 개발과 관련한 안전기술을 소개했다. 현재 무거운 것을 옮기거나 단순반복 작업 같은 공정에서는 로봇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고, 보행 보조로봇도 국내외에서 여러 제품이 선보였다.
현대중공업에서는 보행재활 로봇과 환자이동 로봇, 중재시술 로봇을 개발해 임상에 활용 중이며, 정형외과 수술로봇도 올해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정상무는 “2014년에 개발한 보행재활로봇인 모닝워크는 치료 준비시간을 크게 단축하고 평지와 계단, 경사 등 다양한 환경에서의 보행훈련이 가능하다고”고 말하고, “같이 2014년에 선보인 환자이동 보조로봇인 캐리봇은 환자를 업어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현재 3개 병원에서 활용하고 있다” 설명했다.
정상무는 “고령화에 따라 작업보조와 재활로봇은 수요가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나 제품기획과 인증, 적용단계별 고령자 안전에 대한 대책이 아직 미흡해 기업과 정부출연연구소와의 공동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규모 실용화과제에도 연구투자 확대 필요”
패널 참석자들은 토의를 마무리하며 기술개발 방향이나 지원에 관한 제안을 내놓았다.
김동진 소장은 “현재 인공지능 개발의 초점은 인지나 감각인데 미래에는 정서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필요하다”며, “특히 고령화시대에 노인들은 고독하기 때문에 친구나 애완동물 같은 기능의 탑재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환 교수는 “대학에서 청년 개발자가 노약자용 전동치솔을 만들었는데 특허도 있으면서 사업화가 험난하다”며, “청년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극이 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교수는 “대형연구과제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젊은이들을 위해 소규모 실용화과제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강흥 대표는 “생체신호 전달 환자복 같은 신제품에 대한 인허가 부분의 개선이 필요하며, 신제품 개발에서 병원의 협조나 관련 출연연구소의 기술지원이 뒷받침되면 산업화가 더욱 원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6-04-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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