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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20-09-21

간 독성 없는 안전한 약 골라서 처방한다 유전자 검사 도구로 간 손상 예측해 맞춤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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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나 건강식품 등을 복용할 때 종종 간에 피해가 가지는 않는지 걱정을 하게 된다. 질병 치료 약 중에는 실제로 간 독성이 있어 사용에 주의를 요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최근 일본 도쿄 의치과대(TMDU) 연구팀은 다케다-시라(Takeda-CiRA) 프로그램 및 국제 연구팀과 공동으로, 약물이 유발하는 간 손상 예측에 도움이 되는 다중유전자 위험 점수(Polygenic Risk Score, PRS)를 개발해, 의사나 환자들이 간 독성 염려를 덜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다중유전자 위험 점수를 환자들의 유전체 데이터와 세포 배양 및 오가노이드를 통해 검증한 뒤 그 결과를 의학 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7일 자(Polygenic architecture informs potential vulnerability to drug-induced liver injury)에 발표했다.

투약 부작용 환자 미리 식별

고대 로마인들은 전조를 읽고 예언을 하기 위해 동물을 희생시켜 그 간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연구팀은 그와는 반대로 약물이 간 손상을 유발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간 유전체학에 기반해 이번 다중유전자 위험 점수를 고안했다.

유전자형에 따라 만든 인간(환자)의 간 오가노이드에 약물이 환자에게 적합한 효과를 내는지를 시험할 수 있다. © Institute of Research,TMDU

신약을 개발해 환자에게 사용하기까지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각 분야의 제약 연구를 통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약물들이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상황에서 이런 약물들을 실제로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후보 약물 중에는 종종 효과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허용할 수 없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상시험 도중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신약 시험을 종료해야 한다. 또 흔히 사용되는 약물이라도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계속 누적되는 추세를 보이면 중간에 사용이 금지되기도 한다. 따라서 약물을 투여했을 때 위험성을 보이는 환자를 미리 식별하면 이런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유전체 연구를 수학적으로 분석해 위험 점수 공식화

간은 대부분의 약물, 실제로는 잠재적 독성을 지닌 외래 화학물질을 우리 몸에서 배설하기 위해 비활성 상태가 되도록 대사하는 주요한 기관이다. 인체의 선봉에서 간세포 손상으로 나타나는 대부분의 부작용을 견뎌낸다.

실제로 약물 유발 간 손상(DILI, drug-induced-liver-injury)은 약물의 개발과 시험 및 사용의 여러 단계에서 종종 사망률이 높아지거나 비용 발생 등으로 해당 약물이 퇴출되는 주된 원인이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여러 간 오가노이드를 컬러 염색 공초점 현미경 이미지로 나타낸 모습. 녹색은 Bile acid, 빨간색은 Pi, 파란색은 오가노이드의 ROS. © Institute of Research,TMDU

논문 제1저자로 도쿄대 의과학연구소 프로젝트 조교수인 고이도 마사루(Masaru Koido) 박사는 “우리는 DILI에 대한 감수성을 예측할 수 있는 유전적 변이체를 지목한 이전의 전장 유전체 연관 연구를 수학적으로 분석해 위험 점수를 공식화했다”고 설명했다.

고이도 박사는 “잠재적인 간 독성 약물 스펙트럼 전반과 유전체 데이터, 여러 기증자로부터 얻은 1차적인 간세포 배양과 오가노이드에 대해 위험 점수를 검증했다”며, “줄기세포 유래 3차원 조직으로부터 생체공학적으로 만든 미니 장기인 오가노이드를 사용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이 오가노이드는 원 조직의 해부적 특성과 기능적 복잡성을 그대로 복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환자에 대한 맞춤 약물과 복용량 조절 가능

연구팀은 또한 파생된 점수를 분석해 간 손상 감수성의 기저를 이루는 경로를 상세히 기술했다. 데이터를 추론해 간세포 수준에서의 유전적 변이가 간 손상 감수성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아가 간 손상 예측도(DILI predictivity)가 다양한 여러 개별 약물들에 걸쳐 공유되며, 이는 다중유전자 위험 점수가 세포내 간 독성 메커니즘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논문 시니어 저자인 도쿄 의치과대 다케베 다카노리(Takanori Takebe) 교수는 “우리의 ‘일체적인 다중유전자성(polygenicity-in-a-dish)’ 전략은 간 손상의 병인에 대한 안전하고 구체적이며 다차원적인 조사를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다케베 교수는 “유전자 검사 점수를 통해 의사들은 환자에게 예상되는 위험에 기초해서 맞춤 약물 선택과 복용량 및 모니터링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하고, “취약한 대상은 배제함으로써 약물 시험을 더 안전하고 집중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상에서 쓸 수 있는 신약을 광범위하게 스크린하기 위해 이번에 개발한 PRS를 유효하고 신뢰성 있는 도구로 확장시키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09-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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