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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혜연 인턴기자
2010-08-23

가을타는 남자, 호르몬에 담긴 비밀 ‘멜라토닌 증가’가 기분 울적하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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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가을남자가 되고 싶어
가을음악을 듣고
가을 책을 집어 든다
(이하 생략)

위 시는 전재승 시인이 쓴 ‘가을ll’의 일부분이다. 이 시를 읽고 있노라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가을하면 떠오르는 낙엽 사이를 거닐며 책을 읽는 우수에 찬 남자의 모습.

지난 7일, 입추가 지났다. 시끄럽던 매미소리 대신 밤이 되면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흔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부른다. 유독 가을이 되면 남성들이 여성보다 더 감성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남자가 여자보다 더 가을을 타는 것일까? 그 답은 호르몬에서 찾을 수 있다.

‘멜라토닌 증가’가 기분 울적하게 만들어

가을을 타게 하는 일차적 원인은 일조량에 있다. 가을이 되면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밤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사람이 햇빛을 받을 수 있는 양인 일조량이 줄어든다. 일조량은 다양한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주는데 그 중 가을을 타게 하는 주범인 ‘멜라토닌’ 분비에도 관여하게 된다.

멜라토닌(melatonin)은 뇌에 일부인 송과선(松果腺, pineal gland)에서 생성되는 신경전달물질로 빛을 감지해 우리 몸의 생체시계(bio-clock)역할을 한다. 여기서 생체시계란 사람의 다양한 생리, 대사, 수면패턴, 여성의 월경 등의 주기적 리듬을 조절하는 몸 속 시계를 말한다.

멜라토닌은 빛의 양과 관계가 있으며 광(光)주기를 이용해 수면패턴에 영향을 준다. 이 호르몬은 빛의 양이 적을수록 분비량이 많아진다. 빛이 적은 밤에는 많은 양이 분비돼 잠을 유도하고, 빛이 많은 아침에는 급격히 줄어들어 잠에서 깨도록 하는 것이다. 또 혈압을 내리고 심박수를 낮추는 등 흥분을 가라앉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숙면을 도와 수면보조제로 이용되기도 한다. 즉 멜라토닌이 증가하면 사람의 기분은 가라앉게 되는 것이다.

가을이 되면 멜라토닌의 양은 남·녀 상관없이 증가한다. 그런데 유독 남자가 더 가을을 타는 이유는 멜라토닌 특성 자체가 여성의 신체리듬에 별다른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남성의 생체시계는 가을에 맞춰져 있어 이 시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성호르몬 증가’로 봄 타는 여자

가을이 ‘남자의 계절’이었다면, 봄은 ‘여자의 계절’이다. 지난 2008년 4월,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www.saramin.co.kr)이 자사회원인 20~30대 성인남녀 1,215명을 대상으로 한 ‘현재 봄을 타고 있습니까?’라는 설문조사 결과, 여성이 79.3%로 남성(54.3%)보다 훨씬 많았다. 그러면 왜 봄은 여자가 더 타는 것일까?

봄이 되면 일조량이 늘어나고 기온이 상승하면서 멜라토닌의 분비가 감소한다. 이때 갑작스런 일조량의 변화는 멜라토닌의 불균형을 초래해 신체리듬에 영향을 준다. 봄에 춘곤증과 피로감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봄 타는 것의 원인은 멜라토닌의 영향보다는 여성이 남성보다 시각, 후각이 더 발달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후각이 민감하다. 냄새는 후각신경을 거쳐 뇌의 변연계라는 곳에 직접 전달된다. 변연계(limbic system)란 대뇌반구의 안쪽과 밑면에 존재하며 체온, 혈압, 호르몬분비 등 항상성 유지와 기억, 감정을 담당하는 곳이다.

봄이 되면 꽃향기가 그윽하다. 이때 봄 냄새는 후각신경을 거쳐 변연계를 자극하고 변연계는 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키게 된다. 이때 분비되는 성호르몬은 사람의 기분에 영향을 준다. 즉 냄새가 변연계에 도달하면 성호르몬이 분비되고 이 호르몬이 여성의 기분을 들뜨게 만드는 것이다. 생리 전 여성의 감정기복이 심한 것도 여성호르몬의 작용 때문이다.

시각적으론 주위환경의 색이 화사해지고, 햇빛의 양이 많아지면 뇌의 기능이 활성화 돼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사랑의 묘약 ‘페닐에틸아민’

어느덧 한해의 3분의 2가 지나갔다. 아직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는가. 그렇다면 ‘페닐에틸아민(phenylethylamine, PEA)’ 을 이용해보자.


페닐에틸아민(이하 PEA)은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중추신경과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 각성제인 암페타민(amphetamine)과 유사하다. PEA는 사람의 기분을 로맨틱하게 만들어줘 ‘사랑호르몬’이라고도 불린다. 또한 뇌에서 이것이 부족하면 우울증에 걸릴 수 있으며, 현재 우울증 치료제에 사용되고 있다.

PEA는 사랑을 고백할 때 많이 쓰이는 초콜릿에 들어있다. 그래서 보통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그 외에는 PEA를 직접 음식으로 섭취할 수 없다. 대신 단백질이 풍부한 육류와 콩에는 체내에서 PEA로 전환되는 ‘페닐알라닌’이란 아미노산이 포함돼있다. 그래서 몸속에 PEA대신 페닐알라닌이 들어있는 고기와 콩을 섭취해도 된다.

올 가을, 사랑을 고백하고 싶다면 멜라토닌으로 뒤숭숭해진 이성과 고기와 초콜릿을 먹어보는 건 어떨까.

이혜연 인턴기자
hy8865@ewhain.net
저작권자 2010-08-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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