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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연희 객원기자
2010-08-02

팔방미인 지렁이 함부로 밟지 말자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지렁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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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에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 라는 말이 있듯 우리는 지렁이를 하찮고 힘이 약한 미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요즘같이 한 주가 멀다하고 비가 올 때 흙이 많이 보이는 길에서는 어김없이 죽어있는 지렁이가 보인다. 서울에서도 이런 지렁이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지렁이가 비 오는 날 눈에 자주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환형동물인 지렁이는 피부로 호흡하기 때문에 비가 오는 날이면 땅 속에서 숨을 쉴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부가 예민하고 자외선에 약하기 때문에 땅 밖으로 나와도 쉽게 죽는다.


토양층을 섞어 땅을 기름지게 하는 자연 쟁기

지렁이는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생태계에서 대단히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 일찍이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는 지렁이를 신성하다고 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도 지렁이를 땅의 창자라고 했다. 가장 찬사를 보낸 사람은 진화 이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이다. 그는 ‘지렁이의 활동에 의한 부식토 형성’이라는 책을 쓸 만큼 지렁이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많았다.

지렁이는 땅 속에 구멍을 파면서 그 밑바닥의 흙을 삼킨다. 머리부에서 토양을 먹고 토양 입자 속의 영양분을 소화시킨다. 흙 속에 있던 유기물이 지렁이의 먹이인 셈이다. 소화되지 않은 것은 지렁이 꼬리를 통해 밖으로 나온다. 이 배설물은 칼슘과 그 밖의 영양소들이 많이 포함돼있어 식물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 또한 지렁이는 굴을 파면서 토양층을 섞기도 하고 공기와 물이 스며들게 해 토양을 기름지게 해준다.

과학자들은 지렁이가 땅속의 영양소를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비료 형태로 배설해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부식해가는 거름과 초목에서 발견되는 많은 해로운 미생물이 지렁이의 소화관을 통과하면서 파괴된다는 것도 알았다.  그야말로 지렁이는 폐기물을 먹고 자라면서 영양소가 가득한 좋은 품질의 흙을 생산해서 생태계를 재활용해주는 생물인 셈이다.


혈전용해제에 활용되기도 하는 팔방미인

지금까지 지렁이는 물고기의 미끼로 판매되거나 그 배설물인 부식토를 농부나 정원사에게 파는 정도로만 산업적으로 이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탁월한 재활용 능력으로 인해 가축폐기물, 음식물쓰레기 등을 처리하기 위한 환경기술에 도입되고 있다. 기계적 장치를 이용하지 않아 복잡하지 않고, 자연 순환적인 방법으로 폐기물을 처리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지렁이를 이용한 최초의 환경적 시도는 1970년 캐나다의 홀랜드 랜딩에서 이뤄졌다. 하수처리장이나 식품공장에서 환경에 부담을 주는 슬러지와 분뇨를 처리하는 데 지렁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니라고도 불리는 슬러지는 하수 처리나 정수 과정에서 생기는 침전물이다. 그 뒤로 세계 각국에서 폐기물을 안정화하고 분변토를 원예작물의 비료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 오리곤주의 한 맥주공장에서는 발생하는 슬러지를 톱밥과 탄소물질을 투입해 지렁이 먹이로 처리하고 있다. 프랑스의 소바덱(Sovadec) 처리장에서는 지난 1991년부터 지렁이를 이용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양계장의 닭똥을 처리하는 데 지렁이를 쓰고 있다. 우리나라도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지렁이 처리방법이 환경기술로 인정되고 있어 제주도와 경기도 시흥시, 여주군에서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위한 현장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지렁이는 민간 의약품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고대로부터 동양에서는 혈액순환계 질환을 비롯해 고열, 천식, 이뇨, 치질 등에 이용됐다. 특히 지렁이에게는 아미노산이 쇠고기만큼 많이 들어 있으며, 칼슘, 인과 같은 다양한 무기질이 다량 함유돼있다. 이 속에는 노화를 지연시키는 황산화작용에 영향을 끼치는 성분도 있다.

최근에는 이런 특성을 살려 바이오산업의 소재로 삼으려는 노력들이 있다. 특히 의약 산업에서는 혈전용해제인 ‘룸브로키나아제’가 학계에 보고됐다. 이후 각종 질환에 대한 임상실험에 성공하면서 의약품과 건강보조식품으로 개발되어 있는 상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창업회사가 지렁이에서 단백질 효소를 살균해 캡슐에 넣어 상품화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지렁이의 형질 전환 기술을 이용한 맞춤형 기능성 단백질의 생산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산업화하기 위해 올해 6월 전라남도에 ‘단백질 생산연구원’이 문을 열었다.

이렇듯 지렁이는 양질의 토양을 제공하고 인간에게 다양한 이로움을 주는 생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관심은 미미하다. 아직까지도 한국에 서식하는 지렁이가 몇 종인지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을 정도이니 말이다. 유용한 생물자원인 지렁이에 대한 학술적 뒷받침 및 산업적 활용을 위한 정보교류와 적극적인 국가적 지원 대책이 요구된다.

김연희 객원기자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0-08-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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