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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현정 리포터
2024-07-09

‘작은멋쟁이나비’의 똑똑한 대서양 횡단기(橫斷記) 활공과 비행을 적절히 섞은 전략으로 4200㎞ 대서양 횡단, 세계에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으로 확인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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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멋쟁이나비(painted lady butterflies)’의 이동경로가 완성됐다.

작은멋쟁이나비는 세계에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으로 알려졌다. 2013년 10월에 CSIC 바르셀로나식물학연구소 연구원이 남미에서 이 나비를 발견하고, 그 기원을 조사하기 위한 국제 연구가 촉발되었다. 이후 다수의 연구를 통해 작은멋쟁이나비가 왕복 12,000~14,000km를 이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그들의 이동 경로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최근 이 작은멋쟁이나비의 이동 경로를 재구성한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작은멋쟁이나비가 먹지도 쉬지도 않고 대서양을 지나 남아메리카까지 이동한 것을 확인한 최초의 연구결과다.

작은멋쟁이나비는 지중해와 사하라 사막을 건너는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다. ⓒbutterflymigration.org

 

전 세계 네트워크가 참여한 작은멋쟁이나비흔적 찾기

작은멋쟁이나비의 학명은 바네사 카르두이(Vanessa cardui), 네발나비과에 속한다. 전 세계에 고루 분포해 있으며 한반도 전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종이다. 주로 4월부터 11월에 걸쳐 활동하고 성충으로 월동한다. 날개를 편 길이가 43~53mm이며, 주황색 바탕에 검은색 무늬가 발달돼 있다. 큰멋쟁이나비와 생김새가 유사하나 뒷날개 윗면 중앙부에 주황색과 무늬가 있어 구별된다.

2013년에 남미의 기아나에서 최초로 작은멋쟁이나비가 발견되고 국제연구가 속도를 낸 덕분에 이들의 장거리 이동 경로가 확인됐다. 특히 바르셀로나 진화생물학연구소가 이끄는 ‘전 세계 작은멋쟁이나비 이동 시민과학 프로젝트(바로가기)’ 활동에 의해 광범위한 이동 범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어서 2021년에는 영국 레딩대학 생태학과 교수가 참여한 국제 연구팀이 사하라사막 남쪽에서 유럽으로의 장거리 이동 궤적에 대한 연구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지역의 기후 및 대기 자료를 활용하여 작은멋쟁이나비의 이동을 분석했는데, 이들의 이동을 가능하게 한 조건은 습한 기후와 나비의 ‘등’을 떠밀어줄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이 기후조건이 충족되면 최대 14,000km를 이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작은멋쟁이나비의 이동경로인 사하라사막 남부 지역에 습한 겨울이 오면 애벌레의 먹잇감인 식물이 풍부해져서 개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여기서 성충이 되어 사하라 사막을 건너고 아프리카 북부에서 습한 봄을 만나 다시 번식을 하는 패턴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또한, 작은멋쟁이나비의 장거리 이동에는 ‘바람’이 꼭 필요하다. 비행속도가 초속 6m인 작은멋쟁이나비가 메마른 사막을 건너기 위해서 해발 1~3㎞ 상공에서 부는 뒤바람을 이용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기존 연구를 통해 작은멋쟁이나비가 아프리카와 서유럽을 이동하는 전략과 경로는 확인됐지만, 이러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구간에 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세계 작은멋쟁이나비의 이동 시민과학 프로젝트’ 포스터. ⓒbutterflymigration.org

 

대서양을 횡단한 작은멋쟁이나비

스페인 바르셀로나식물학연구소와 캐나다 오타와대학교 생태학과 공동연구팀이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아있던 작은멋쟁이나비의 대서양 횡단 증거를 찾아냈다. 2013년에 남미 기아나 바닷가에서 발견된 작은멋쟁이나비의 이동 경로의 마지막 퍼즐이다.

작은멋쟁이나비는 남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이 아니다. 때문에 연구진은 이들이 아프리카나 유럽 등지에서 이동해왔을 거라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진행했지만, 연료를 공급받지 않고 4,200㎞ 거리의 대서양을 횡단하는 게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이었다.

무역풍이 그들의 이동을 보다 쉽게 도왔을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비축한 에너지가 고갈되기 전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최대 1,900㎞뿐이다. 이 또한 비행 시작 시 지방 저장량이 체중의 최소 13.80% 이상이어야만 가능한데, 이 정도의 지방을 보유하면 나비는 오래 날지 못한다.

여러 가능성도 작은멋쟁이나비의 대서양 횡단을 지지하지 못하는 가운데 연구진은 날개 동위원소 분석과 꽃가루 DNA 분석을 통해 이들의 ‘힘찬 여정’을 최종 확인했다.

작은멋쟁이나비 무리가 서아프리카에서 남아메리카까지 이동한 경로 요약지도. ⓒNature Communications

연구진은 먼저 날개 동위원소 분석을 진행했다. 나비는 유충 시기에 먹은 식물에 따라 날개 동위원소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 분석 결과는 곤충의 지리·위치 분석에 결정적 증거가 된다. 그 결과 남미에서 채집된 작은멋쟁이나비들은 서유럽(프랑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과 서아프리카(말리, 세네갈 등)에서 태어난 종이 맞았다.

또한, 이들의 날개에서 추출한 꽃가루 DNA 분석에서도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피는 두 개종의 꽃가루가 식별됐다. 연구진은 꽃가루에서 DNA를 분리하고 메타바코딩 접근법을 통해 꽃가루의 식물 내부 영역을 시퀀싱 했다. 그 결과 채집된 작은멋쟁이나비에게서 8~15종의 꽃가루가 발견됐는데, 대부분은 여러 지역에 분포된 식물이었지만 서아프리카 지역 고유종인 식물의 꽃가루도 있었다. 특히 고유종들은 8월과 11월 사이에 개화하는 관목이어서 나비의 꿀 공급원으로 의미 있는 증거가 됐다.

이 밖에도 바람 궤적 모델링과 유전체학, 생태학적 모델 등을 포함한 통합적 접근을 통해 작은멋쟁이나비의 4,200㎞ 대서양 횡단 여정이 확인됐다. 특히 활공과 비행을 번갈아서 하고, 평균 풍속이 7.47m/s인 10월 중하순의 바람에 몸을 맡기는 똑똑한 전략 덕분에 5~8일 만에 서아프리카에서 대서양을 건널 수 있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경로에는 쉴 곳도 먹을 것도 없기 때문에 비행 기간 내내 쉬지 않고 날았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바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에너지적으로 실현 가능한 여정이지만, 개별 곤충에 대해 기록된 가장 긴 여정 중 하나이며 잠재적으로는 최초로 검증된 대서양 횡단이다. 이와 더불어서 연구진은 서유럽에서 출생한 개체라면 유럽-아프리카-남아메리카에 걸친 여정은 7,000㎞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추론했다.

A는 작은멋쟁이나비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나타난 유충 시기의 위치. B는 아프리카 서부의 생태적 지위 모델링으로 추론한 번식지 지도이며, 회색 부분의 확률은 0.7이상. ⓒNature Communications

CSIC 연구원인 에릭 토로-델가도(Eric Toro-Delgado) 박사는 “작고 연약한 존재로 알려진 작은멋쟁이나비가 바람을 타고 활공하는 전략과 활동적인 비행을 번갈아가며 이 여정을 완료했다.”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한편, 연구진은 지금까지 곤충의 장거리 이동(long-distance dispersal, (LDD)) 능력을 과소평가한 경향이 있다면서, 이러한 유형의 LDD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4-07-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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