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에게서 배워야 할 점(?)
습하고 따뜻하며, 깨끗하지 않은 장소에 주로 서식하는 바퀴벌레는 발견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실제로 바퀴벌레는 도망가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번식 속도 또한 매우 빠르다. 퇴치했다고 생각해도 다시 나타나고, 죽었다고 생각한 상태에서도 다시 살아나곤 한다.
바퀴벌레의 생명력은 지구상 생명체 중 최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로 최장 한 달은 살 수 있으며 독성이 있는 음식을 먹어도 해독할 수 있는 유전자가 있다. 또한 다리가 잘려 나가도 재생되는 유전자가 있으며 병에 걸리지 않는 면역 관련 유전자도 있다. 또한, 암컷 바퀴벌레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 30~40개가량의 알이 들어있는 알 주머니를 떨어뜨리며 자손을 번식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바퀴벌레의 회복력을 역겨울 정도(?)라고 표현한다.
바퀴벌레는 번식을 위한 유전적인 이점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이점이 많다. 매우 빨리 움직일 수 있고, 작은 틈을 통과하기 위해 몸을 완전히 평평하게 만들 수도 있다. 발에는 발톱뿐만 아니라 특수 접착 기관이 장착되어 있어 매끄러운 수직 표면서도 올라갈 수 있다. 바퀴벌레의 외형은 엄청난 회복력을 갖는다. 바퀴벌레의 등딱지는 자신의 몸무게의 900배를 견딜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의 힘으로 바퀴벌레를 완전히 분쇄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살충제조차 바퀴벌레에게는 거의 효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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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강인한 생명력은 인간이 배워야 하겠지만, 이와는 별개로 바퀴벌레는 지구상에서 물을 매개로 하는 전염병이 계속 이어지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인류에게 극단적 혐오감을 주는 외형과 달리 직접적으로 공격하지는 않는 곤충이지만 바퀴벌레는 수많은 박테리아, 바이러스와 곰팡이의 매개체 역할을 하며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설사, 대장염, A형 간염, 탄저균, 살모넬라균, 결핵을 일으킬 수 있다. 바퀴벌레는 심지어 구제역도 옮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인류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박멸해야 할 ‘해충’ 중 하나이다.
세계에서 가장 널리 퍼져있는 독일 바퀴벌레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독일 바퀴벌레(German cockroach; 학명 Blattella Germanica; 주로 croton bug라고도 불림)가 모든 대륙의 인간 거주지에 서식하며 세계에서 가장 널리 퍼진 바퀴벌레라고 한다. 독일 바퀴벌레는 번식력을 도표로 정리한 결과, 많은 바퀴벌레 중 회복력이 가장 강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즉, 독일 바퀴벌레는 모든 인류에게 반갑지 않은 동반자인 셈이다. 이 갈색 곤충은 최대 2cm 길이에 달하며 특히 어둡고 습한 곳을 좋아하기에 주로 야간에 활동한다. 하지만, 야생에서는 발견되지 않으며 인간과 공존하고 있는 곤충이다.
독일 바퀴벌레는 ‘7년 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부 유럽의 절반이 극심한 빈곤으로 폐허가 된 1776년에 스웨덴의 자연주의자 칼 린네가 처음 발견했다고 알려졌다. 그는 이 곤충을 ‘독일 바퀴벌레’라고 불렀는데, 이는 단순히 그가 표본을 수집한 곳이 독일이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독일 바퀴벌레의 진정한 기원은 불분명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첸 탕이 이끄는 연구팀이 수행한 최근 연구에서 바퀴벌레의 혈통이 재구성되었다. 이를 통해서 해당 바퀴벌레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전 세계로 퍼져 나갔는지 밝혀지기 시작했다. 탕과 그의 연구팀은 5개 대륙 17개국에서 온 바퀴벌레 281종의 DNA 염기서열을 연구하고 비교했다.
독일 바퀴벌레의 기원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탕 교수팀의 논문 분석 결과 독일 바퀴벌레는 무려 약 2,100년 전 아시아 바퀴벌레(Blattella asahinai)에서 진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곤충은 원래 인도와 미얀마의 인간 거주지에 거주하고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아시아 바퀴벌레와 독일 바퀴벌레 두 종은 오늘날에도 매우 유사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두 종은 약 1,200년 전에는 이슬람의 경제적·군사적 확산의 영향으로, 약 400년 전에는 유럽 식민주의, 특히 영국과 네덜란드 확장의 영향 등 두 가지 경로를 따라 서쪽으로 퍼진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18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독일 바퀴벌레는 여전히 아시아에 주로 서식하고 있었다고 설명하며 이는 18세기 후반에 들어서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이는 린네가 이 곤충에 대해 처음 설명한 시기와 일치한다.
즉, 동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의 장거리 국제 무역이 시작되면서 바퀴벌레는 더욱 빠른 운송 수단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독일 바퀴벌레가 세계 정복을 할 수 있었던 구체적인 이유이다.
독일 바퀴벌레의 번식력 그리고 적응력
독일 바퀴벌레는 어디를 가든 난방과 내부 배관이 있는 주택이라면 발견될 수 있다. 이처럼 바퀴벌레는 특히 습하고 따뜻한 건물에서 편안함을 느끼는데, 냉혈동물인 바퀴벌레가 잘 견디지 못하는 것은 건조함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습기 찬 구석이 없는 현대식 집에서는 바퀴벌레가 갈증으로 빨리 죽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추위에 민감한 이 곤충의 사망률은 추운 지역에서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 해당 바퀴벌레는 인간 문명의 부상으로 도시 환경에 적응하였으며 이를 통해서 공생 종의 진화와 확산이 촉발되었다고 한다.
연구진은 독일 바퀴벌레가 전 세계를 식민지화하는 데 성공한 또 다른 이유를 언급하는데, 이는 다른 바퀴벌레에 비해 살충제에 대한 내성이 특히 강하다는 점이다. 살충제에 내성이 생긴 바퀴벌레는 한 세대 안에 다른 생물학적 특질에도 내성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화학 물질은 바퀴벌레의 박멸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서 쉽게 살아남은 바퀴벌레는 몇 달 안에 전체 개체 수를 다시 늘릴 수 있다. 바퀴벌레의 수명은 평균적으로 약 3개월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내성 바퀴벌레의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달될 때 면역력 등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발달한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4-06-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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