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을 자극하는 대마초
대마초(대마의 잎과 꽃에서 얻어지는 마약류의 물질, 마리화나라고도 부름: 투여 시 긴장이 풀리고 환각 및 진정작용을 일으킴)를 피우면 식욕이 왕성해진다는 사실은 이미 수십여 년 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대마초가 어떻게 식욕을 자극하는지, 그리고 위 사실이 어떻게 의학적으로 혹은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응용 방법 등을 포함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공개되었다.
미국 워싱턴 주립대학교의 윌러(Emma Wheeler) 박사과정 연구원이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쥐(rattus norvegicus)와 생쥐(mus musculus)를 대마초 증기에 노출시켜 식욕과 관련된 특정 뇌 영역을 자극하고 생쥐들이 얼마나 자주 먹는지 등을 통해서 설치류의 식이 행동을 관찰했다.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대학의 종양학자인 도널드 에이브럼스(Donald Abrams) 등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연구 결과가 대마초의 의학적 응용에 대한 기존 연구에 유용한 추가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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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설치류와 사람은 같은 자극에 다른 행동을 보일 수 있지만, 그간의 실험을 통하여 대마를 경험한 쥐와 사람은 식욕이 매우 올라간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대마초가 식욕은 없지만 체력의 유지를 위해서 억지로라도 식사해야 하는 암 환자들에게 유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해준다.
대마초는 식욕에 대한 특정 뉴런을 활성화한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흡연하는 양과 비슷한 양의 대마초 증기에 쥐와 생쥐를 노출시켰다. 그리고 쥐와 생쥐의 먹이 행동을 관찰한 결과, 이들은 대마초 증기에 노출된 후 먹이를 더 자주 찾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쥐의 신경 활동을 살펴본 결과 대마초가 쥐의 안쪽 기저 시상하부(mediobasal hypothalamus)의 특정 뉴런 그룹을 활성화시킨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참고로 시상하부는 식욕뿐만 아니라 체온, 기분과 같은 다른 기능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정 뉴런이 활성화되면 동기 부여 및 움직임과 관련된 일련의 신경 신호가 생성된다. 예를 들면 인간의 경우 이 신경 신호는 소파에서 일어나 부엌 찬장을 뒤져 비스킷과 사탕을 찾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 연구에 참여한 쥐와 생쥐도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바로 먹이를 찾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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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대마초의 화학물질과 식욕, 섭식과 관련되었다고 알려진 뇌 활동 간의 상호작용을 조사했다. 대마초는 칸나비노이드라고 알려진 화학물질 ‘델타-9-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과 ‘칸나비디올(CBD)’을 방출한다. THC와 CBD는 시상하부에서 칸나비노이드-1 수용체(CB1 수용체)라는 단백질을 발현하는 뉴런을 자극하는데, 특히 CB1 수용체는 식욕을 증가시키고 수유를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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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생쥐가 음식을 보자마자 생쥐의 시상하부는 CB1 수용체를 가진 세포를 훨씬 더 많이 활성화 시키기 시작했다는 점이 밝혀졌다. 그리고 연구팀은 일부 생쥐의 관련 뉴런을 비활성화 시킨 후 이를 테스트 한 결과 뉴런이 활성화 될때와 비교하여 대마초가 식욕을 훨씬 덜 자극하는 것을 관찰했다.
아직은 과학적인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
과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대마초의 식욕 자극 특성을 연구해 왔다. 특히 의료용 대마초를 사용하여 화학적 치료를 받는 사람이나 거식증을 겪는 사람들의 식욕을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한 합성 약물 개발이 시도되었다. 이러한 약물들은 대마초의 효과를 모방하여 생산 시도되고 있지만, 생각만큼 효과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한, 일부 연구에서는 약물이 안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대학의 연구원 미셸 섹스턴 박사(Dr. Michelle Sexton)는 이를 두고 ‘대마초를 흡연하는 것만큼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는 약물’을 경구로 복용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대마초가 식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증거는 아직 연구가 부족하지만, 현재까지는 대마초가 식욕을 증가시키는 유일한 구토 방지 치료제라고 설명한다. 그녀는 대마초의 처방이 허용되진 않지만, 통증, 불면증, 불안, 우울증에도 좋기 때문에 암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자주 추천하곤 한다고 밝혔다.
반면 대마초는 우리나라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여전히 금지된 물질이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 대부분의 나라와 미국 여러 주 그리고 남미, 오세아니아의 대부분 나라들은 의료 목적으로만 대마초를 허용했지만, 최근 마약이 이미 많이 퍼진 해외 일부 국가들을 중심으로 전면적으로 혹은 의료용으로 부분적인 합법화에 대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면, 독일의 경우 새롭게 개정된 법안에 따르면 18세 이상의 시민은 누구나 1인당 대마초 25g을 보유할 수 있고, 대마초용 대마 3그루를 재배할 수 있다. 이외에도 네덜란드, 캐나다 등이 대마초에 대한 합법화를 진행했거나 추진 중이다. 하지만 약국에서 대마초를 구입할 수 있는 콜로라도와 캘리포니아 같은 미국 주 등에서는 아이러니하게 의료용 대마초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관련 논문 바로 가기 - Cannabis Sativa targets mediobasal hypothalamic neurons to stimulate appetite (대마초는 식욕을 자극하기 위해 안쪽 기저 시상하부 뉴런을 표적으로 삼는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4-02-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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