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에너지”를 구글에 검색해보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이미지는 태양광 패널과 바다 위에 둥둥 떠있는 흰색 바람개비와 같은 해상풍력 터빈이다. 기후 변화 대응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해상풍력은 한동안 청정 에너지의 대표주자이자 블루칩으로 여겨졌었다. 순풍을 만난 줄만 알았던 해상 풍력 산업에 최근에 제동이 걸렸다. 유럽과 미국에서 대형 프로젝트가 잇달아 중단되고 세계 최대 해상 풍력 개발사인 오스테드(Ørsted)까지 미국에서의 일부 프로젝트를 포기했다. 해상 풍력 산업이 무슨 역풍을 맞은 것일까.
해상 풍력 발전이란?
해상 풍력 발전은 바다나 호수에 풍력 터빈을 설치하고 그곳에서 부는 바람이 터빈을 돌리는 것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육지에 비해 바다에 바람이 더 잘 불기 때문에 육상 풍력 발전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해안 부근에서는 풍속이 일반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에 발전량의 불규칙성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해상 풍력 발전은 1991년 덴마크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풍력 터빈이 점점 더 커지면서 육상 풍력 발전은 소음, 경관 훼손 및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에 직면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jnrepo/uploads/2023/12/fig3-1-1-480x320.jpg)
현재 해상 풍력 발전은 전세계 전력 발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다. 이마저도 대부분은 유럽, 특히 북해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만 사용되는 발전 방식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 1,000 기가와트(GW)의 전력 용량 중 30 메가와트(MW) 정도만이 해상 풍력 설치 용량에 해당한다. 해양 풍력이 전체 전력의 약 3만 분의 1 정도를 공급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은 로드 아일랜드(Rhode Island) 해안의 한 프로젝트에서 온다.
해상 풍력의 잠재력
하지만 해상 풍력은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발표되거나 사전 건설 단계에 있는 해상 풍력 발전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 700 GW 이상에 달한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30 GW 용량의 해상 풍력 발전을 설치를, 유럽 연합은 2030년까지 현재의 4배에 달하는 120 GW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년 동안에만 20 GW에 달하는 해상 풍력 발전 용량을 설치하며 무서운 속도로 다른 나라들을 따라잡고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해상 풍력 발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해안선 및 호수 지역을 합하면 해상 풍력 용량의 기술적 잠재력은 거의 4,000 GW(현재 미국 전체 전력 용량의 4배에 이른다)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의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에 따르면 해상 풍력 발전 비용 또한 지난 몇 년간 빠르게 하락하면서 오늘날 대략 1 메가와트시(MWh)당 100달러의 가격이 2035년에 이르면 53달러 정도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금의 태양 및 육상 풍력 프로젝트의 발전 비용과 비슷한 수준이다.
역풍을 맞은 해상 풍력
최근 해양 풍력 산업은 역풍에 직면했다. 코로나-19가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유럽의 공급망 쇼크가 계속되면서 터빈 값부터 원자재 값, 인건비, 공사비 등 모든 사업 비용이 크게 인상되었다. 강철 및 기타 소재의 가격이 오르면서 터빈 생산 비용이 훨씬 더 비싸진 것이다. 스웨덴의 전력 회사인 바텐폴(Vattenfall)은 올해 사업 비용이 작년에 비해 40% 정도 인상되었다고 말한다.
공급망 쇼크와 인플레이션 및 금리 인상 문제가 만나면서 많은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가 수익성 악화로 고통 받고 있다. 이는 비단 해상 풍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가장 큰 태양광 회사 중 하나인 썬파워(SunPower)는 최근에 부도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해상 풍력은 보통 수주에서 완공까지 7년이 넘게 걸리며 사업비도 보통 수조 원 대에 달한다. 초기 투자비가 큰 만큼 금리상승에도 취약하다. 보통 이러한 사업에서 원자재 비용 증가가 있을 시 전력 가격 인상을 통해 비용 증가를 상쇄할 수 있겠지만 많은 해양 풍력 개발 프로젝트가 이미 몇 년 전에 계약된 전력 요금에 묶여 있는 상태라 전력 판매 가격을 조정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일부 개발자들은 이 때문에 수지가 맞지 않다고 판단해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있다.
케이블 부족과 그리드 연결 지연에 더불어 거대해진 터빈 블레이드도 해상풍력 개발의 난관으로 꼽힌다. 터빈 블레이드가 길고 클수록 더 많은 전력을 한 번 회전할 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지난 10년간 터빈 블레이드와 풍력 터빈 타워의 길이를 키워왔다. 현재 운영 중인 가장 큰 풍력 터빈인 GE의 할리에이드-X(Haliade-X)는 블레이드 하나가 107 미터에 달한다. 이는 축구장의 세로 길이(100 미터 정도)보다 긴 수준이다. 길어진 블레이드와 높아진 터빈 타워 덕분에 발전 효율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선박이나 크레인 및 항구 등이 부족해지면서 공급망 차질이 더욱 심해진 것도 사실이다.
![](/jnrepo/uploads/2023/12/fig3-2-2.jpg)
청정 에너지 전환에 미치는 영향은?
애널리스트들은 해상 풍력 발전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금융 데이터 연구 기관인 BNEF는 미국이 2030년까지 약 15 GW의 해상 풍력을 설치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지난 6월보다 3분의 1 정도 낮은 예상치이며 바이든 행정부의 30 GW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선언한 청정 에너지 전환 타겟들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영국 정부는(오늘날 14 GW대비) 2030년까지 50 GW의 해상 풍력 발전 용량 설치의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 달에 개최된 풍력 경매에서 지원 보조를 66%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터빈을 설치하는 과정을 단축하고 비용 증가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미국에서는 현재 환경 영향 평가서를 작성하고 지역 및 지방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복잡하고 긴 단계를 거쳐야 해서 개발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순항할 줄 알았던 해상 풍력 산업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고 해서 해상 풍력 산업의 미래가 밝지 않은 것은 아니다. 위해서 다루었듯이 여전히 해상 풍력 발전은 육상 풍력 발전과 비교해서도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고, 특히 한국처럼 땅이 좁고 바다에 둘러싸인 나라에 특히 적합한 발전 방식 중 하나이다. 진정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친환경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해상 풍력 기술도 여전히 눈 여겨 보아야한다.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은 그 무엇보다 우리 세대가 해결해야할 가장 큰 과제이다. 깨끗한 미래로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해상 풍력이 여실히 보여준다. 더 많은 투자와 더 많은 정책 지원, 더 많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기술 혁신과 정책 혁신의 힘을 믿는다.
- 이예진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23-12-22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