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합소재의 시대적 변천사
구조용 복합소재는 둘 이상의 재료를 여러 다양한 공정 기술을 통해 하나로 조합한 구조체로써 전체적인 물성과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사용되는 소재이다. 이 글에서 다루어질 복합소재는 사실 오래전 우리의 선조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래전의 고대 문명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고대 문명에서는 나무, 돌, 피혁 같은 천연 소재를 결합하여 강화된 소재를 만들었으며 중세에 이르러서는 금속과 나무를 결합한 소재로 건축물이나 다양한 금속물을 이용해 무기 제조에 사용되기도 했다.
산업 혁명을 지나 20세기에는 플라스틱과 같은 신소재가 등장해 다양한 형태로의 가공이 용이하였으며, 후기 20세기에는 섬유 강화 복합소재의 등장으로 복합소재의 패러다임이 변화되었다. 이후 21세기에는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 등 나노 소재들의 발견과 기술발전으로 나노복합소재와 지능형 소재가 등장하였고, 복합소재의 발전은 기술의 진보와 함께 다양한 산업 분야의 첨단 기술 및 고성능 응용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섬유 강화 복합소재의 특징
여러 복합소재 중에서도 섬유 강화 복합소재는 크게 섬유재(보강재, reinforcement)와 매트릭스(일반적으로 폴리머, 금속, 세라믹)로 구성된 구조용 복합소재이며, 높은 강도와 강성을 구현하면서도 가벼운 무게로 구조적 성능을 필요로 하는 제품에 사용된다. 이 재료는 다양한 환경 조건(예를 들어 화학적, 열적, 기계적 안정성, 전기적인 절연성) 등으로 극한 환경인 경우에도 그 성능을 유지하는 저항성이 뛰어난 재료이다. 이러한 소재는 가공성과 맞춤형 구조 설계의 이점으로 인해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각각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자동차, 선박, 항공, 우주 탐사 기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저탄소 배출과 지속 가능한 섬유 강화 복합소재 제조공법
섬유 강화 복합소재는 강화재의 형태에 따라 연속형과 불연속형 섬유 다발로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연속형, 불연속형 각각의 특징에 따라 서로 다른 제조 공법이 적용되어 제품이 개발된다. 필자가 속해 있는 영국의 브리스톨 대학교의 복합소재 연구센터에서는 복합소재의 형태(연속형 또는 불연속형)에 따라 첨단 제조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 RTS(Rapid Tow Shearing; 급속 연속섬유 전단형 자동 적층 기술)와 HiPerDiF(High Performance Discontinuous Fibre Prepreg; 고성능의 불연속 섬유 프리프레그 기술) 제조기술을 개발하였으며, 그뿐만 아니라 천연 셀룰로오스(cellulose) 섬유 강화재를 자체 생산하는 등 기존의 합성섬유들을 대체하는 연구들을 진행해 오고 있다.
RTS 기술은 연속 섬유의 전단력을 이용해 원하는 방향으로 변형시켜 공간에 대한 자유도가 높은 자동 적층 기술이다. 이를 통해 복잡한 형상의 복합소재 부품을 고효율적으로 제조할 수 있다. 반면에 HiPerDiF 기술은 불연속 섬유를 워터젯 형식으로 분사시켜 엉켜있는 다발의 불연속 섬유들을 정렬시키는 기술로, 다양한 열경화성과 열가소성수지들의 함침과 함께 프리프레그(prepreg)하는 기술이다. 특히, 이러한 기술들은 폐기 처분된 탄소섬유들을 다시 수집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처리하고 다시 제조 공정 상에 주입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섬유 강화 복합소재 부품 또는 제품을 개발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우주항공 시대를 열어가는 구조용 복합소재
우주의 환경 조건(특히 지구 근권; low Earth orbit)에서는 사용되는 구조 재료에 많은 도전 과제를 우리에게 던져 준다. 유기 매트릭스 폴리머를 기반으로 한 복합소재는 탁월한 열화학적, 기계적 특성을 가져 우주 환경 조건에 맞게 조절해 사용될 수 있다. 이때 우주에서 사용되는 복합소재의 특징과 도전적 과제들에 대해서 검토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지구의 대기권을 넘어 우주 환경에 노출되는 모든 기계 장비와 소재들은 그 특성과 기능적인 면에서 수명을 다하거나 작동 중 기능의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 그 이유로는 고에너지 방사선, 진공 우주환경, 급격한 온도 변화, 그리고 고에너지 입자들의 충돌을 꼽을 수 있다. 태양풍과 같은 고에너지 방사선이 물질과 상호 작용하여 원자를 이온화 시키고 결정 구조를 파괴하는데 이는 소재의 물리화학적 특성 변화를 일으키고 기계적 성능에 악영향을 미쳐 수명을 단축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주는 진공 상태에 가까워 지구와 달리 공기 중에서 일어나는 열 전달 현상이 없고 급격한 냉각에 주기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기계 장비와 소재 내부에 미세한 균열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환경 요인으로 소재의 표면을 침식시키고 결국 모든 기계 장비들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우주만의 독특한 환경 때문에 우리는 특수한 소재와 설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도전에 맞서기 위해 필자가 속해 있는 브리스톨 대학의 이안 햄튼(Professor Ian Hamerton) 교수 연구팀은 폴리머 성형을 통해 항공소재에 쓰이는 특수 폴리머를 30년 넘게 연구하고 있다. 그 중 폴리벤즈옥사진(polybenzoxazine) 재료의 경우 고온 환경에서의 안정성, 내구성, 그리고 내화학적 안정성을 갖추었기에 우주항공 분야에서 사용되기에 적합하다. 구체적으로는 엔진 부위, 열 차폐 장치, 우주선의 외부 부품 등의 용도로 쓰이고 있다.
본 연구팀에서는 상업적 구성 요소를 기반으로 한 폴리벤즈옥사진의 폴리머 조성물을 새롭게 연구하고 있으며, 기술 성숙도(Technology Readiness Level, TRL)1 – 3에 이르는 기초 연구를 영국 우주국과 유럽 우주국의 후원을 받아 상업적인 수준의 복합재 구조물을 만들고 있다. 이 연구 개발은 유럽 우주국에 의해 선정되어 AO-2020-EMA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여기서 개발한 구조용 복합소재는 국제 우주항공 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 6-18개월 동안 체류하는 조건으로 Bartolomeo 플랫폼에 활용되어 극한 우주 조건에서의 기능을 조사할 예정이다.

복합소재의 미래 전망
섬유 강화 복합소재의 미래 전망으로는 다양한 요인들을 검토할 수 있다. 검토 요인에는 구조 진단기술(structural health monitoring), 센서(structural sensing),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재생 가능한 복합재료(recycling and sustainability), 자가 힐링 복합재료(self-healing) 그리고 멀티스케일 복합재료(multiscale composites) 등이 있다.
영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에서는 친환경적이면서도 재생 가능한 폴리머를 통해 폐기처분되어야 했던 수지를 다시금 재활용하게 되었으며, 청정에너지를 고려한 제품 개발과 우주항공 시대를 대비하는 우주선 항공 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개발은 탄소 배출 감소라는 시대적인 흐름과 함께 하며 지속 가능한 소재로써 친환경적인 산업적 목표에도 기여하는 등 추후 미래 산업의 구조용 재료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 브리스톨 대학교 공경일 박사후연구원
- 저작권자 2023-12-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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